[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보건복지부가 비대면진료 초진 대상 환자 확대와 재진 기준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환자안전과 오진 시 의사 면책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최근 법원이 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 잇따라 유죄 판결을 내놓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때, 의사들이 대면 진료 대비 오진 위험성이 큰 비대면진료에 적극 뛰어들기는 더욱 힘들다는 지적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초진 허용 범위 확대와 재진 기준 완화 등을 통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초진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고 재진 기준이 복잡해 환자와 의료기관이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현행 시범사업 지침은 초진의 경우 섬∙벽지 환자, 거동불편자, 1~2급 감염병 확진환자, 재진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1회 이상 대면 진료 경험 환자, 그 외의 환자는 30일 이내 대면 진료를 경험한 환자로 제한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31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종료되고, 복지부가 시범사업 지침과 의료법 위반 사례 등에 대해 보험급여 청구액 삭감, 행정지도∙처분 등을 예고하면서 이달 들어 비대면진료 건수는 대폭 줄어든 상태다.
한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시범사업안이 너무 타이트하다”며 “계도기간이 끝나면서 일 진료건수가 100분의 1 미만으로 쪼그라든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비대면진료 시행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는 의료계 일각에서도 나오고 있다. 최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과 함께 실시한 설문조사(환자 1000명∙의사 100명∙약사 100명 참여)에서 비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의사 중 81%가 비대면진료 시행 기준을 현행보다 완화해 초진 등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기준 완화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김이연 대변인은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자안전이다. 그 부분을 해치면서까지 영리나 편의성을 추구할 순 없다”며 “정부에서 초진 범위 확대 등 기준을 완화하려면 환자가 안전하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비대면진료는 대면 진료 대비 오진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는데, 의사들로서는 오진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점이 큰 부담”이라며 “돈 조금 더 벌자고 형사 처벌 위험까지 감수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의협이 회원 64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설문조사에서 비대면진료에 참여하지 않은 응답자들은 비대면진료를 하지 않은 주요 이유로 ▲법적 책임 소재에 대한 면책 조치가 없음(65%)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음(61.8%) 등을 꼽았다.
김 대변인은 “시범사업 하기 전에 세웠던 원칙을 시범사업 2~3달 해보고 갑자기 바꾸겠다고 하면 그건 원칙이 아니다. 시범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환자의 적절한 치료와 안전”이라며 “어영부영 해보고 ‘괜찮은 거 같으니 되겠지’라는 식으로 의료정책이 정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