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드디어 메이저 언론에도 보도됐다. 사교육 꿀팁으로. 대치동에서 '자녀 쉽게 의대 보내는 방법'으로 핫한 헝가리 의대가 소개됐다. 사실 대치동에서 유명해진 지는 오래됐다. 재작년 주목받았을 때만 해도 의대 정원 이슈에 매몰돼 이기적인 의사들의 '의사 줄이기'로 오해받았다. 그런 오해가 이제 슬슬 걷히고 있다.
2021년부터 헝가리 의대 이슈를 다루면서 나름대로 고초가 많았다. 신상이나 개인사가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고, 한 번씩 익명으로 연락을 받기도 했다. 밤길 조심하라는 식의 내용이었는데, 별것 아니라면 아니지만 그들의 부모가 의사 선배들이라 생각하면 솔직히 부담스럽다. 개원해서 병원이 잘 되고 있으면 모를까, 전문의를 따더라도 봉직의 신분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헝가리 의대, 무엇이 문제인가
헝가리 의대는 2022년부터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 사이에서 이미 뜨거운 이슈였다. 다수의 유학생이 현지에서 의료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의사 면허를 취득했고, 입학은 경쟁률 없이 일정 점수만 넘으면 합격이며 시험도 1년에 최대 9번까지 치러 단 한 번만 통과하면 입학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유학생 특별반 운영, 현지 언어 능력 검증 등 엄연히 존재하는 외국의대 인정기준 다수를 명백하게 위반했음에도 엉터리 심사 끝에 인정됐다는 사실이다.
입학만 쉬운 것이 아니다. 졸업이 어렵다는 항변도 있으나, 가장 어렵다는 2학년 진급률이 75%에 이른다. 합격률 50%대의 변호사 시험조차 5회 누적 탈락자가 12%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현실적으로는 어지간하면 졸업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인턴·레지던트 지원 시 학점을 반영하지 않는 병원이 많다. 국내 의대생이 학점 챙기려 밤새고 남는 시간에 국시를 준비하는 동안, 해외 의대생은 국시 공부만 챙기면 된다. 오히려 유리한 면까지 있는 셈이다.
입학이 쉬운 해외 의대를 우회해 한국에 입국하는 방법은 이전에도 있었다. 필리핀 의대가 그랬다. 필리핀 의대가 문제가 되고 인정 취소되는 과정에서 외국의대 인정기준이 도입됐다.
2019년에는 유급도, 졸업 시험도 없이 졸업시키던 우즈벡 의대가 이슈가 되며 2020년 인정기준이 정식으로 제정됐지만, 그 전에도 필리핀 의대 사태 이후 비슷한 내용의 보건복지부 자체 기준이 사용되고 있었다. 자국 의사 배출을 위한 엄격한 기준을 두는게 아닌, '학원' 형태로 운영되는 의대 졸업생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인정 기준의 목적이었다. 공의모가 소송을 진행 중인 헝가리 의대 역시 이 기준을 최소 세 가지 이상 위반하고 있다.
소송으로 빨리 해결되지 않는 이유
왜 소송으로 금방 해결되지 않는 걸까. 사실 소송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진행했다. 법리상 취소소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은 뒤 3개월이 지나면 제기할 수 없다. 헝가리 의대의 경우 소송 제기 시점으로부터 8년 전에 인정됐기 때문에 취소소송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법리를 우회해 소송을 진행한 것이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치과의사 승소 사례를 참고해 전략을 다시 다듬었다. 치과의사 사례는 일본에서 엉터리로 교정과 수련을 받은 한국인 치과의사를 상대로 한 것으로, 최종 승소까지 6년이 걸렸다. 참고로 현재 소송도 당시 승소한 변호사를 선임해 진행 중이다.
사실 취소소송을 제기할 방법이 없지는 않다. 3개월이 이미 지난 '인정' 처분에는 소송이 불가능하지만, '갱신' 절차가 있다면 갱신에 대한 소송이 가능하다. 국내 의대는 2~6년마다 주기적으로 인증을 갱신받는다. 이렇게 갱신이 이루어질 때 3개월 이내에 갱신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 헝가리 의대도 취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의대와 달리 해외 의대는 인정 갱신 절차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지적은 이전에도 있었다. 민주당 신현영 의원도 해외 의대에 인정 갱신 절차가 없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헝가리 의대의 경우 인정받을 당시에는 현지에서 의료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인정 이후 각서가 생겼고 다수의 학생이 이를 작성하고 의사 면허를 발급받았다. 심각한 문제가 생겨도 어떠한 견제도 불가능한 구조다.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는 왜 해결하지 않는가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켰다. 2022년 의평원, 국시원과 함께 연구 보고서를 만들었고, 보고서에는 '인정 갱신 조항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복지부는 연구 보고서를 비공개하고 공의모의 정보공개청구마저 거부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헝가리 의대는 일종의 성역인가 싶다.
또 2020년 고시 도입 당시에는 결격 사유가 있을 경우 인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항목이 존재했지만, 고시가 제정되는 과정에서 '가안'까지는 남아 있던 '취소될 수 있다'는 항목이 삭제됐다. 보건복지부 역시 취소시킬 근거 조항이 없어 헝가리 의대에 결격 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취소될 수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참고로 2020년 고시 도입은 2019년 MBC PD수첩의 우즈벡 의대 문제 보도 이후 이루어졌지만, 당시 이슈가 됐던 우즈벡 의대는 아직도 변함없이 인정이 유지되고 있고 졸업생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취소소송을 가능케 하는 '인정 갱신' 절차 도입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의 연구 보고서로 근거도 충분하며 절차적으로도 간단하다. 담당 기관인 국시원이 도입만 하면 해결되는 문제이며, 국시원장과의 면담이 쉬운 의협 차원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의사협회는 공의모의 방문과 이슈 제기에도 묵묵부답이다. 올해 초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해 죄송하다며 대회원 사과까지 했던 의사협회가, 급증하는 해외 의대 문제에는 사과는커녕 눈을 질끈 감은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재력있는 분들의 우회로
대한의사협회가 이렇게 후배들의 요청을 무시하고 보건복지부와 똑같이 묵묵부답하는 데는 사실 이유가 있다. 해외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 대부분이 의사 자녀이기 때문이다. 후배들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늘어 달갑지 않은 상황이지만, 의사협회 집행부 입장에서는 국내 의대에 진학하지 못한 자녀를 의사로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이기 때문이다.
해외 의대 졸업자 수가 늘면서 블라인드에도 관련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주변에 해외 의대 졸업생이 많은데 보니까 다들 부모가 의사더라는 경험담이다. 의대 증원 이슈에 매몰되어 있던 무렵까지만 해도 졸업생이 적었는데, 이제는 수가 많아졌다. 앞으로 비슷한 경험담은 더 많아질 듯하다.
그런데 왜 해외 의대 유학생은 의사 자녀가 그렇게 많을까? 간단하다. 돈 많은 사람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하고, 실패하더라도 감당할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해외 의대는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영어 회화 능력은 필수다. 대한민국의 학력 격차 중 집안 재력에 따라 실력이 가장 극명히 갈리는 것이 영어다.
실제로 한 해외 의대 재학생은 '해외 조기 유학 경험이 없으면 언어 문제로 적응이 힘들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학비는 연 3000만 원으로 국내 의대의 3배, 여기에 생활비와 품위 유지비를 더하면 비용은 훌쩍 늘어난다. 의사 국시 예비시험, 실기시험, 필기시험 학원비까지 합치면 액수는 어마어마하다. 참고로 2022년에는 예비시험 기출문제가 8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해외 의대로 의사 만들기가 중산층 재력으로는 감당이 어려운 이유다.
누군가는 해야한다
활동 초반부터 가족을 포함해 말리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왜 개인이 희생하느냐는 것이었다. 협회가 할 일은 협회에 맡기고 개인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었다. 우리 공의모 회원들도 비슷한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해외 의대 이슈에 손을 대야 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협회에 의지가 없고, 후배들에게 심각하게 해가 될 뿐만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에서도 공정의 관점에서도 바로잡는 것이 지극히 정의롭기 때문이다.
작년 초 24학번 후배들이 더블링 사태를 직격으로 겪는 모습을 보고 너무 안타까워하자, 주변에서 물었다. 엄밀히 말하면 남의 일인데 왜 이렇게 먼 후배들 일에 공감하고 분노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솔직히 주변에 아는 24학번 학생은 없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안타까운 것 아닌가. 해외 의대 문제도 우리에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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