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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하다는 것은 잘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칼럼] 마상혁 대한병원의사협의회 고문·경남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

    기사입력시간 2026-07-24 13:28
    최종업데이트 2026-07-24 14:05

    22일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청와대

    [메디게이트뉴스] 의료개혁이 조용하니 잘되고 있다는 것. 이것이 대통령의 진단이다. 이 한 문장에 현 정부 보건의료 정책 실패의 원인이 압축돼 있다.

    지금의 정적은 합의의 산물이 아니다. 이탈이 완료된 자리의 침묵이다. 떠날 사람은 이미 떠났고, 지원할 사람은 더 이상 지원하지 않으며, 남은 사람은 항의할 여력조차 없다. 소음의 부재를 성과로 읽는 순간 진단은 출발점에서 어긋난다.

    정책의 성패는 갈등의 크기가 아니라 결과 지표로 측정돼야 한다. 분만 취급 기관 수,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전공의 충원율, 야간 진료가 가능한 기관 수. 이 수치들이 개선되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조용한가를 물을 일이 아니다.

    숫자를 보자. 2025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정원 770명 중 103명이 지원해 충원율 17.4%에 그쳤다. 의정사태 이전인 2024년 3월과 비교해도 40.3% 줄어든 수치다. 전국 수련병원 93곳 가운데 24시간 소아 응급진료가 가능한 곳은 46.2%에 불과하다.

    2026년 4월 말 기준 비수도권 산부인과 전문의의 78.5%가 50세 이상이며 전남은 88.1%, 전북은 86.8%다. 비수도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61.9%가 50세 이상이다. 소아청소년과 지도전문의 886명 가운데 603명이 서울과 경기에 몰려 있다. 지역에는 가르칠 사람도, 배울 사람도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것이 개혁이 조용히 잘 진행되고 있다던 기간에 축적된 수치다. 현장은 회복된 것이 아니라 소진되었다. 판단이 틀렸다면 그 위에 세운 정책은 예외 없이 틀린다. 

    인식의 두 번째 오류는 진단의 근거가 일화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변호사 시절 산부인과 손해배상 소송 경험을 들어 수가와 의료분쟁 문제를 지적했다. 통찰 자체는 타당하다. 문제는 그 인식이 이십여 년 전 개별 사건에서 멈춰 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 축적된 실증 자료, 즉 필수과 지원율 추이와 분만 인프라 소멸 속도와 응급 이송 실패 사례로 갱신되지 않았다. 일화는 문제의 존재를 알려줄 뿐 규모와 경로를 알려주지 않는다. 국가 정책은 일화가 아니라 시계열 자료 위에 세워져야 한다.

    세 번째 오류는 소유 구조와 기능 수행을 혼동한 것이다. 대통령은 공적 책임 강화를 반복해 강조한다. 그러나 국내 의료 공급의 약 구 할은 민간의료기관이 담당한다. 공적 책임은 소유를 늘려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재정과 규율로 확보된다. 민간기관이 필수의료를 수행하도록 수가 체계와 배상책임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공적 책임의 실체다. 공공기관 세 곳 추가 설립 검토는 이 구조에 대한 답이 될 수 없다. 소유 형태를 바꾸는 데는 십 년이 걸리고, 그동안 무너지는 것은 실제로 환자를 보는 기관들이다.

    증원 계획을 설명하는 방식에서도 인식의 한계가 드러난다. 대통령은 이번 증원이 지역의사제로만 이뤄진 타협안이며 오 년 뒤 필요한 영역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타협이라는 말 자체가 문제의 성격을 규정한다. 인력 정책은 협상의 산물이 아니라 추계의 산물이어야 한다. 오 년 뒤 확대를 예고하려면 지금의 배출 인력이 어느 과, 어느 지역에, 어떤 유인으로 정착하는지에 대한 검증 설계가 함께 나와야 한다. 그 설계 없이 증원 규모만 예고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의사 표시다.

    숫자의 성격도 짚어야 한다. 필수의료 연 삼조육천억원에는 이미 진행 중이던 수가 인상과 보상체계 개편이 포함되어 있다. 순증 규모가 얼마인지, 특별회계와 건강보험 재원의 적용 시점이 왜 다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지방의료원은 기관당 연간 약 사십팔억원의 당기순손실과 육십이 퍼센트대 병상 가동률에 머물러 있다. 이 적자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원인 분석 없이 지원 확충만 선언하는 것은 처방이 아니라 반복이다.

    더 심각한 것은 듣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은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한 바로 그 자리에서 개혁이 조용히 잘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듣겠다는 선언과 이미 내려진 결론이 한자리에 공존한다면 그 자리는 청취가 아니라 추인이다.

    위원회는 열리지만 반대 의견은 회의록에 남지 않는다. 합의체의 의결을 직역 전체의 동의로 등치하는 것은 대표성의 왜곡이다. 시민 대표라는 이들의 선임 경로와 대표 범위조차 설명되지 않는다. 이런 절차에서 나온 결론을 대화와 설득의 성과라고 부르는 것은, 반대할 통로를 닫아 놓고 반대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귀를 닫은 채 조용하다고 말하는 것은 진단이 아니라 자기 확인이다.

    지역의료는 지방 소멸의 한 단면이다. 인구와 산업이 빠져나간 자리에 의사만 배치하는 정책은 지속되지 않는다. 지역 행정의 기획 역량, 정주 여건, 산업 기반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 전제 없이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오늘 포도를 심고 내일 와인을 내놓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요구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지난 이 년간의 정책 실패에 대한 주무 부처의 명시적 평가서다. 둘째, 치료가능사망률과 필수과 충원율을 연 단위로 공개하고 미달 시 책임 소재를 밝히는 성과 검증 체계다. 셋째, 반대 의견이 회의록에 남고 그에 대한 답변이 공표되는 심의 구조다.

    자평은 성과가 아니다. 지표만이 성과다. 조용하다는 것은 잘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항의할 사람조차 남지 않았다는 뜻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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