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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가 신약 가치 'RWE'로 입증한다…RCT 보완하는 전략 도구로 부상

    희귀·고가 약제의 근거 공백 메우고, 급여 등재·약가·사후관리 역할…공공 레지스트리 플랫폼 구축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6-04-24 09:27
    최종업데이트 2026-04-24 09:27

    법무법인 광장 김성주 전문위원, 한국애브비 강경식 이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실사용근거(RWE)가 고가 신약의 급여 등재와 사후 관리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희귀·고가 약제의 특성상 무작위 대조임상시험(RCT)만으로는 상대적 효과와 재정 영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만큼, RWE를 활용해 근거 공백을 메우고 급여 접근성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열린 2026 한국제약의학회(KSPM) 제1회 RWE 포럼에서 의약품 급여와 약가 결정에서의 RWE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발표자들은 RWE를 고가 신약 분야에서 임상시험(RCT)의 한계를 보완하는 도구로 평가하며, 의학부가 단순한 데이터 수집을 넘어 임상시험 관리기준(GCP) 수준의 품질 관리를 통해 학술적 신뢰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가 약제 '근거 공백' 대안으로 떠오른 RWE..."RCT 대체 아닌 보완하는 전략적 도구"

    법무법인 광장 김성주 전문위원은 "2008년 대비 2023년의 약가 중앙값이 85배나 상승했으며, 연간 약가 1억원을 초과하는 성분은 11개에 달한다"며, 고가 약제 시대의 현실을 언급했다. 문제는 이러한 약제들이 희귀성 때문에 환자 모집이 어렵거나 윤리적 이유로 대조군 설정이 불가능한 '싱글 암 트라이얼(Single-arm trial)'로 승인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 효과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김 위원은 국내 1호 근거생산 조건부 급여(CED) 사례인 소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 '에볼트라'를 RWE 활용의 대표적 성공 모델로 꼽으며, RWE가 단순한 데이터 수집이 아닌 급여 접근(access)을 설계하는 도구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에볼트라는 2013년 등재 당시 유효성 입증 근거가 미흡했으나, 정부와 제약사가 협의해 전향적·후향적 연구를 병행하는 조건으로 급여를 받았다"며 "에볼트라는 5년간의 데이터 수집을 통해 임상 결과를 입증했고, 2018년 약가 인하 없이 정식 급여로 전환된 국내 최초의 RWE 기반 의사결정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RWE는 데이터를 단순히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급여를 위한 접근을 설계하는 도구"라며 조기 RWE 통합 전략이 제약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애브비 강경식 이사는 "우리는 이미 건강보험 급여 의사결정에서 RWD를 유용한 보조 수단으로 익숙하게 사용해 오고 있었다"며, 실제 급여 기준 확대 과정에서의 실제 임상 데이터(RWD) 활용 사례를 소개했다.

    강 이사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를 언급하며 "비감염성 포도막염이나 소아 중증 판상 건선의 경우 RCT 데이터만으로는 국내 급여 기준에 맞는 환자 수나 재정 영향을 정확히 추계하기 어렵다. 이에 국내외 후향적 RWD를 활용해 재정 불확실성을 해소해 급여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 이사는 "RWE는 연구자의 분석 의도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어 편향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RWE는 RCT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수단으로 신중하게 활용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한은아 교수

    RWE 기반 성과 평가의 구조화...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구축 필요

    이어진 발표에서 연세대학교 약학대학 한은아 교수는 정부의 사후 관리 강화 기조에 맞춘 'RWE 기반 성과 평가의 구조화'를 제안했다.

    한 교수는 근거생산 조건부 급여가 위험분담제의 한 유형으로 명문화된 것을 언급하며, 이를 통해 RWE를 급여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일종의 기틀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단 이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세부절차는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 교수는 급여의사 결정을 위한 RWE 적용의 구조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RWE 활용 시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데 그치지 말고, ▲제약사의 성과평가 계획서 제출 ▲건보공단과의 위험분담 계약 연계 ▲심평원의 정기적 평가 등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데이터 신뢰성 확보를 위한 RWE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유럽의 'DARWIN EU'를 소개했다. 이는 유럽 전역의 데이터를 표준화한 공통 네트워크로, EMA와 각국 규제기관의 RWE 생성을 지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규제로 민간의 데이터 접근이 제한적이다.

    이에 한 교수는 "정부 주도의 공공 운영 레지스트리 플랫폼 구축이 유일한 출구가 될 것"이라며, 행정청이 데이터 품질을 인증하고 등록 포털을 운영함으로써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한 교수는 RWE가 제도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준비뿐 아니라 사회적 지지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급여 조건 변동 시 환자나 의료진이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설명과 동의 획득 과정이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한 교수는 식약처, 질병청, 복지부 등 부처별로 흩어진 데이터 수집 체계를 통합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 구축을 촉구하며 "AI 시대에 RWE의 필요성을 묻는 단계를 넘어, 어떻게 고품질 데이터를 연계해 인과성을 확립할 것인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