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19일 서울시의사회관 5층 강당에서 제23기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내과 전공의 공백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17년 내과 전공의 수련 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단축돼, 오는 2020년 내과 레지던트 3, 4년차가 동시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일선 수련병원에서 빠르면 오는 12월부터 내과 3, 4년차 레지던트가 한꺼번에 전문의 시험준비에 들어가게 되면서 전국 수련병원의 내과 레지던트 공백이 동시에 생기게 되는 셈이다.
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추가 고용, 환자 수 제한 등이 거론되지만 대다수 수련병원에서는 별다른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서연주 부회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활성화가 유일한 대응방안인데 실질적인 고용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만약 대체인력이 없다면 환자 수를 줄이고 교수도 당직을 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 부회장은 “인력 공백이 생겨도 병원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하지만 환자안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서 “환자 안전사고가 생기면 그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병원은 정신차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과 인력 대란은 내과만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협진 등 다른 과, 병원 전체의 문제로 커지게 된다.
이성민 대의원(연세대세브란스병원)은 “내과 1, 2년차 레지던트로 커버가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런데 내과 협진 환자가 많으니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지난 내과 춘계학회 때도 이틀 동안 일방적으로 협진 불가능을 통보받았다. 이는 내과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박지현 회장은 “내과만이 아닌 병원 전체의 문제고, 의료계 전반의 문제다. 제도를 시작하기 전에 대안과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가 없었다”며 “이제서야 남은 1, 2년차를 쥐어짜서 만들려고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응급상황과 중환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번이 의료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대전협은 이 시기에 병원에 남아서 환자를 보는 전공의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협은 내과 전공의 공백과 관련해 이번 주 내로 내과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날 ▲의료인 업무 범위 협의 ▲전공의 수련 커리큘럼 개선 ▲임신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근무시간 외 EMR 접속 차단 대응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대전협은 전공의 업무 강도 보다는 대원칙인 전공의 교육과 환자안전, 의사의 역할에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의료인 업무 범위 협의에 나서겠다고 결정했다.
전공의 수련 커리큘럼 관련 안건에 대해 박 회장은 “전공의 수련의 모든 문제의 시작은 제대로 된 교육·수련에 대한 커리큘럼이 없다는 것”이라며 “모든 대의원이 문제에 뼈아프게 공감했다. 이는 대한민국 전공의 수련의 치부”라고 꼬집었다.
그는 “주먹구구식으로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지역, 어느 병원에서 수련 받더라도 역량 있는 전문의로 성장하고 싶다는 전공의들의 바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임신전공의 수련과 관련해서 대의원들은 임신전공의를 위한 병원 내 모성보호 근로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 유감을 표했다. 또한, 근무 제한에 대한 필요성과 그 실태 파악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특히 임신뿐만 아니라 병가, 경조사 등으로 인한 인력 공백 등 여러 인력 공백 상황에서 대체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 회장은 “이제껏 모든 의사가 최대치로 일을 하고 있어서 특수 상황에 대해서는 쥐어짜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는 결국 환자에게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며 장기적으로 병원과 보건당국은 이에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긴급 설문조사를 통해 전국 수련병원의 EMR 차단 실태 파악에 나섰으며 그 결과를 대의원들과 공유하고 전공의를 범법자로 만드는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논의했다. 대전협은 일명 ‘EMR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