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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병 관련 RNA 없애는 동시에 치료 유전자 발현…RNA 치환효소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바이오 CEO 인터뷰] 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 "나쁜 RNA 발현되는 곳에만 작용해 특이성 있고 정상세포 위험 없어"

    기사입력시간 2021-05-20 03:28
    최종업데이트 2021-05-20 08:43

    사진: 알지노믹스 이성욱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리보자임(Ribozyme)은 리보핵산(RNA)의 'ribo'와 효소의 'zyme'의 합성어로 효소 기능을 하는 RNA를 말한다. RNA 치환효소(Trans-splicing Ribozyme)는 자기 자신을 잘라내고 옆에 있는 RNA와 연결시키는, 인위적으로 별개의 RNA를 합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표적 RNA를 편집해 치료 RNA를 생성, 표적 RNA를 발현하는 세포에서 치료 유전자 활성을 선택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이같은 개념은 오래 전에 나왔으나, 처음 알려진 기능 자체를 치료제로 쓰기에는 효능이나 특이성이 많이 떨어졌다.

    단국대 생명융합학과 이성욱 교수는 미국 듀크대 메디컬센터(Duke University Medical Center)에서 박사 후 과정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부터 RNA 치환효소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나쁜 RNA를 없애고 좋은 RNA로 치환할 수 있는 RNA로 된 효소를, DNA 벡터 형태로 환자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1998년 미국의 한 회사가 RNA 치환효소에 대한 기술을 사들였지만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하지 못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RNA 자체는 특이성과 효능이 지나치게 떨어졌고, 2000년대 초반 DNA 벡터가 가진 특성으로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불거져 임상연구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 교수는 20여년간 이러한 기능이 실제로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특히 최적화를 통해 치료 효과를 가진 유전자 RNA가 질병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발현하도록 함으로써 특이성과 배가된 효능, 두 가지 병용효과를 가지도록 해 기존의 한계점을 극복했다.

    동시에 DNA 벡터의 안전성이 향상되면서 2010년대가 넘어가며 유전자 치료제가 실제로 유럽에서 처음으로 시판허가를 받게 된다. 그리고 2017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AAV)를 사용해 정상적인 인간 RPE65 유전자를 망막세포로 전달하는 럭스터나(Luxturna)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 교수는 이러한 기술과 배경을 바탕으로 2017년 8월 알지노믹스를 설립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알지노믹스 이성욱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RNA 치환효소란 무엇인지, 기존 유전자 치료제와 어떤 차별점을 가지며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들었다.
     
    사진: 알지노믹스 주요 연혁. ⓒ메디게이트뉴스


    하나의 분자로 질병 관련 RNA는 없애고 치료 유전자는 발현시키는 이중작용

    알지노믹스가 가진 플랫폼 기술은 RNA로 된 효소를 통해 질병 관련 RNA를 잘라 없애고, 없어진 부위 대신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는 RNA로 치환하도록 한다. 효소는 RNA를 지속해서 발현할 수 있는 DNA 형태로 환자에게 주입하며, 치료제 전달체로는 현재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다.

    이 대표는 RNA 치환효소가 갖는 특징으로 7가지를 꼽았다. 먼저 질환 관련 RNA를 특이적으로 표적하기 때문에 의약품의 타깃이 되지 못하는(non-druggable) 타깃을 표적화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분자가 표적 RNA 발현 저해와 질환 특이적 치료 유전자 발현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유전자를 무조건 발현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표적 RNA 발현 양에 비례해 치료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DNA 벡터를 툴로 이용하기 때문에 세포 내에서 지속해서 발현양을 조절할 수 있다.
     
    사진: 알지노믹스의 RNA 치환효소 플랫폼 기술.

    또 다른 특징으로 이 대표는 "RNA 수준에서 돌연변이 유전자를 보정하기 때문에 DNA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유전독성과 영속적인 유전체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질병이 걸리는 곳에만 유전자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은 구현하기 어렵고, 질병에 걸린 세포에만 전달하는 것 자체가 특이적이지 않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다 해도 발현하지 않으면 정상세포나 마찬가지다. 우리의 플랫폼은 나쁜 RNA가 발현되는 곳에서만 작용해 특이성이 있고, 치환하는 접근법이기 때문에 정상세포에 대한 위험성 없이 RNA 수준에서 조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로부터 단백질을 주입하거나 발현시켜야 하는 유전자 편집과 달리 RNA 치환효소는 RNA 자체 기전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높은 안전성과 특이성, 효능과 더불어 타깃을 벗어난(off-target) 효과에 대한 위험성이 없게 최적화할 수 있다.

    이 대표는 "효소 기능을 하는 곳, 타깃과 결합하는 부위, 치료 RNA가 발현하는 부위가 구조적으로 분리돼 있어 얼마든지 모듈 변경이 가능하다"면서 "따라서 다양한 적응증에 적용할 수 있고, 이미징·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세포치료제 등 활용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이러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우리 기술이 가진 특성상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는 적응증을 찾는 작업을 해왔다. 가장 경쟁력 있고 치료제가 없으며, 치료제 개발이 힘든 분야에서 우리 기술이 적용될 질환을 찾아 유전자 치료제가 정말 작동되는지 동물모델 효능 테스트 등을 통해 증명해왔다. 이제 임상시험을 통해 개념증명(POC)을 할 차례다"고 했다.
     
    사진: 알지노믹스 실험실 전경.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에 가장 적합…"가치 잘 반영하는 미충족 수요 적응증 계속 찾아갈 것"

    이 대표는 "잘못된 유전자가 우성형질을 나타내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에 우리 기술이 가장 잘 적용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 가치를 잘 증명할 수 있는 적응증을 찾아 여기에 집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알지노믹스는 현재 간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RZ-001과 교모세포종 치료제 RZ-002, 알츠하이머 치료제 RZ-003, 유전성 망막질환인 망막색소변성증 치료제 RZ-004 등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간암 치료의 표적 분자는 역전사효소 단백질(hTERT)로, 이 단백질의 발현양은 텔로머레이스(telomerase) 활성과 직접적으로 연관을 가진다. RZ-001은 hTERT를 표적해 없애는 동시에 발현되는 세포 특이적으로 세포사를 유도할 수 있도록 HSVtk를 치료용 유전자로 활용했다. 올해 안에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텔로머레이스는 모든 암에서 80~90% 발현한다. 그러나 텔로미어가 세포 노화에 충분할 정도로 짧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텔로머레이스 억제제에 대한 내성이 발생할 수 있으며, 텔로미어 유지 관리의 대체 기전 발생 가능성, 게놈 불안정에 의한 악성 종양 증가 가능성 등으로 인해 기존에 이를 표적하는 암 치료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텔로머레이스를 억제하면서 암세포도 죽이는 접근법이라 단순히 텔로머레이스만 방해하는 접근법보다 장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RZ-002는 RZ-001와 비슷한 개념으로 암을 치료하되, 세포사를 일으키는 RNA와 동시에 면역관문억제제를 코딩하는 RNA를 동시 발현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RZ-003는 APOE4를 표적하는 RNA 치환효소 벡터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APOE4 RNA를 감소시키는 동시에 치료용 유전자 RNA를 발현하도록 만들어졌으며, APOE 유전 형질 검사로 조기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RZ-004의 적응증인 망막색소변성증 상염색체 우성 유전병으로 알지노믹스의 가치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질환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열성이라면 럭스터나처럼 정상형(wild type) 유전자를 과발현시키는 시스템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단 열성임에도 없애는 것이 좋다면 RNA 치환효소 접근법이 좋다"면서 "반면 변이 유전자가 우성이라면 이 변이를 없애면서 정상형을 발현하는 2가지가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망막색소변성증에서 상염색체 우성 변이 비율은 15~25%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로돕신(Rhodopsin) 단백질 유전자가 망가진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문제는 변이가 150개 이상으로 너무 다양하고, 지속해서 새로운 변위 부위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에 다양한 유전적 돌연변이를 표적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가 필요하다.

    이 대표는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의 접근법이 가장 이상적이다. 변이 부위는 단백질이 코딩하는 부위로 우리의 리보자임이 여기에 가장 잘 타깃팅된다. 하나의 치료제로 모든 변이를 표적할 수 있다"면서 "마우스 질병 모델을 이용한 실험 결과 망막전위도평가(ERG)에서 회복되는 것을 봤다. 현재 후보물질을 도출했고 6월부터 위탁개발생산기관(CDMO)과 계약해 생산에 들어가고 내년쯤 IND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지노믹스는 2019년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데 이어 최근 105억원 상당의 브릿지 투자도 이끌어냈다. 임상시험 2개를 진행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 상반기 정도에 기술성평가를 받고, 기업공개(IPO)하는 일정을 예상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현재 사업개발 강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우리 기술이 가장 잘 적용이 될 수 있는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찾으려 한다. 현재 단계에서 유전자 치료제는 희귀질환 치료에 국한돼 있으만 향후에는 통상질환(common disease) 치료로 가지 않을까 생각된다"면서 "이를 위해 희귀난치성 질환보다 미충족 수요가 높은 통상질환으로 가는데 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RNA 치환효소를 연구하는 그룹은 여럿 있지만 기업 형태로 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곳은 우리가 거의 처음이다"면서 "siRNA(짧은 간섭 RNA)와 유전자 편집 등과 같이 우리가 가진 RNA 치환효소 기술도 대표적인 핵산 기반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그는 "로컬 딜리버리(local delivery) 측면에서 분열하지 않는 뉴런, 근육, 망막세포가 좋은 타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질환의 경우 언젠가 비-바이러스(non-viral) 벡터를 가진 곳과 협업할 수 있고, 시스테믹하게 딜리버리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연구팀이 있다면 협업을 통해 시스테믹하는 통해 다른 루트로 적용될 수 있는 암으로도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 연구개발 측면에서 우리 회사는 늘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알지노믹스 이성욱 대표

    서울대 미생물학과 학·석사
    미국 코넬대(Cornell University) 분자생물학과 박사
    미국 듀크대 메디컬센터(Duke University Medical Center) 박사후과정
    전 한국유전자세포치료학회 학회장
    단국대 생명융합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