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중 뇌나 눈같이 재생되지 않는 조직을 손상시키는 질병들은 한 번 증상이 시작되면 치료를 통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증상이 시작되기 전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희귀질환 대부분은 치료제가 없는데, 최근 환자 맞춤형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국내 연구팀이 발표했다.
KAIST(카이스트)는 의과학대학원 김진국 교수 연구팀이 희귀질환 환자맞춤형 치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연구 결과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Nature)’지에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지난 2019년 하버드 의과대학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김진국 교수는 RNA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을 활용해 희귀질환 환자 한 명에 대한 밀라센(milasen)이라는 환자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하고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중 하나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지에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김 교수가 3년 전 KAIST에 조교수로 부임한 후 진행한 후속 연구로, 모세혈관 확장성 운동실조 증후군(ataxia-telangiectasia 또는 A-T)이라는 희귀질환에 대한 미국의 환자 재단과의 협업을 통해 대규모 환자군에 대한 유전체 분석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희귀질환자 중 약 10%에 대해서는 환자맞춤형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며, 이중 10%의 환자들을 유전체 기반 진단을 활용해 증상이 시작되기 전이라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선별이 가능한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이를 통해 발견한 환자맞춤형 치료가능 환자 중 치료의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환자 1명에 대해서 환자맞춤형 치료가능 돌연변이를 확인하고 환자맞춤형 치료제인 아티펙센(atipeksen)을 개발 후 그 환자에 대한 맞춤형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사례를 보고했다.
그간 진단이 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환자들과 가족들이 진단에 소극적이었다.
반면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같은 질환이라도 돌연변이에 따라서 환자맞춤형 치료가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유전체 기반 진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환자들을 조기에 진단하고 하고 치료를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향후 유전체 기반 진단의 비용이 크게 떨어지면서 유전체 기반의 진단이 환자뿐만 아니라 모든 신생아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하면, 조기 진단과 환자맞춤형 치료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신생아 때 유전체 분석을 통해 진단된 환자 1명에 대해서 환자맞춤형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환자맞춤형 임상시험에 진입한 사례를 보고했다.
KAIST에서는 김진국 교수가 공동교신저자, KAIST 의과학대학원 우시재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하고 A-T 아동 프로젝트(A-T Children’s Project) 재단 및 하버드 의과대학과의 협업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지에 7월 12일 온라인(advanced online publication) 형태로 출판됐다. (논문명 : A framework for individualized splice-switching oligonucleotide therapy).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진료에 있어서, 지금까지 진단 위주의 진료에서 치료 위주의 치료로의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지난 2013년 환자의 진단을 위해 정립된 미국임상유전학회(ACMG) 가이드라인 연구가 발표된 이후 희귀질환 진료 가이드라인에 있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환자맞춤형 치료전략은 현재로서는 기술적인 이유로 뇌, 눈, 간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들에만 적용할 수 있지만 추후 기술개발을 통해서 다른 질병들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해외우수과학자유치사업Plus(Brain Pool Plus) 사업, 기초연구실 사업, 국가바이오빅데이터 사업, 의사과학자양성 사업,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