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김웅철 칼럼니스트] 2011년 3월 11일. 진도 9의 대지진이 10m 높이의 쓰나미와 함께 일본 도호쿠(동북) 지방을 덮친다. 일순 약 2만 여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실종 포함), 도로, 건물 등 지역 인프라는 괴멸하다시피 했다.
지역의 의료 시스템도 마비됐다. 특히 병원 내 진료차트가 소실돼 고령의 급성환자들이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는 의료 혼란 사태를 빚었다. 진료기록 유실로 인한 의료 혼선은 이후에도 상당 기간 이어졌다.
대지진으로부터 1년 여. 진료기록 유실로 인한 ‘실패’를 교훈 삼아 현지의 대학과 민간 의료·복지 단체들이 뭉쳤다.
대형 재해에도 끄덕 없는 지역주민의 의료정보망을 구축하겠다는 것. 2012년 6월 출범한 '미야기 의료복지정보네트워크(MMWIN : Miyagi Medical and Welfare Information Network)'가 그것이다. 미야기는 3.11 대지진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본 현(県. 道에 해당)의 이름이다.
MMWIN은 지역 내 병원, 약국, 간병시설 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역주민의 의료 정보를 전자화해 백업 데이터를 온라인 상(클라우드)에 축적한다. 인공투석이나 안과진료 분야에서는 진료기록과 함께 화상의 공유도 가능하다고 한다.
축적된 전자 의료정보는 병원, 노인시설, 약국 등이 공유된다. 물론 환자 정보들의 보안은 다양한 안전장치를 통해 안전을 보장받고 있다. 회원들은 본인의 의료정보 공유에 동의하고 ID카드 발급 받아야 MMWIN 이용이 가능하다.
MMWIN 플랫폼은 환자가 복수의 병원에서 진찰을 받을 때 진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약의 남용을 막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또 대규모 재해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지역주민들의 의료데이터의 충실한 백업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의료복지 정보공유 플랫폼인 MMWIN이 운영을 시작한 지 7년. MMWIN 협의회에 따르면 초기 도호쿠(東北)대학 병원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네트워크의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10만명을 돌파했다.(10만 3671명). 가입 단체도 주요거점 병원을 포함해 956개 시설로 늘었으며 진료 데이터의 백업 건수도 1200만건을 넘어섰다. 현재 일본에는 MMWIN과 비슷한 의료정보 네트워크들이 300개 정도 있는 데, MMWIN이 단연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고 한다.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사진의 면면을 보면 MMWIN의 ‘지역내 위상’을 엿볼 수 있다. 노인보건시설협회장, 약제사회 회장. 간호사협회 회장, 의사회 상임이사, 치과의사회 회장, 병원협회 회장, 도호쿠 대학병원장, 지역 대학 의과대 교수 등이다.
아직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MMWIN 협의회는 “의료정보네트워크의 보급은 현재 대학병원과 거점 병원, 그리고 그 병원들의 환자가 중심이 돼 운영되고 있다. 아직도 소규모 의원 등은 비용(회원 가입비) 대비 효과가 낮아 가입이 저조한 상태”라고 말한다. 현재 미야기현의 기관 가입률은 병원이 60% 인데 노인요양시설은 10%대에 그치고 있다.
MMWIN의 도전사례는 현재 일본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들여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의료정보 네트워크’(전국보건의료정보 네트워크)의 모태가 됐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의료기관과 약국, 노인시설 간 개인의 병명, 처방, 복약기록 등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과 약국간 의료정보 제휴, 개인 의료정보를 빅데이터화해 개인 건강관리에도 도움을 주는 의료정보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보건의료 데이터 플랫폼’이란 항목으로 올해 예산에 4000억 원이 설정됐으며 현재 활용이 가능한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랫폼의 표준규격 설정과 실증실험을 추진 중이다. 보안을 위한 개인 ID는 건강보험증의 피보험자 번호를 활용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
전국 의료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여러 병원에서 환자에게 몇 번씩 같은 설명을 할 필요가 없어지고, 병원 이동에 따르는 불필요한 검사가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처방약 데이터의 공유로 중복투약 등을 줄일 수 있으며 구급차 이동시 적절한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의료정보 공유시스템을 통한 진료의 효율화는 초고령사회의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유효한 수단일 될 것이란 기대도 높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령자들은 보통 복수의 질병을 갖고 있다. 의료 정보공유는 초고령사회에서 의료의 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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