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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게이트 뉴스

    "환자 20명에게 주사기는 단 1개"

    제보자 지인 의사, C형간염 전파이유 폭로

    주사기 재활용 통한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

    재활용 주범 의사 '금치산자' 가능성도

    기사입력시간 2015-11-21 07:44
    최종업데이트 2015-12-20 11:59

    서울 D의원에서 벌어진 'C형 간염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실은 한 용기 있는 제보자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 기사는 제보자가 관련 사실을 폭로하는 데 결정적 조언을 했던 A라는 의사와 전화 취재 후 작성했습니다.
     
    A의사는 이 사실이 뉴스로 전파되기 며칠 전 관련 사건 개요와 내막을, '메디게이트'라는 의사 사이트에 올려 동료 의사에게 자문한 뒤 고발자에게 폭로하도록 조언했다고 밝혔습니다.
     
    뉴스보다 앞서 게재됐던 그의 메디게이트 글을 확인한 결과, 밝혀진 기사보다 내용이 더 풍부했고 기술이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A의사의 말이 충분히 신빙성 있다고 판단해 기사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병원에서는 이렇게 '많은' 주사기가 나와야 정상이다.


    11월 어느 날 의사 A는 지인 B씨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B씨는 서울 소재 D의원에서 벌어진 '놀랄만한 일들'을 우연히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A는 B씨의 얘기를 듣자 경악했고, 귀를 의심했다.
     
    A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의료 행위'로 가득 찬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집단으로 감염된 환자들
     
    약 20명의 환자가 하루 주 수입원인 D의원.
     
    이곳을 찾는 사람은 수액을 맞는 재진(재방문) 환자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D의원의 원장 부인 역시 평소 수액을 즐겨 맞았다.

     

    <사진 출처 : www.abbottanimalhealth.com>


    어느 날 몸에 이상을 느낀 원장 부인은 혈액 검사 결과 C형 간염 양성 판정을 받는다.
     
    원장 부인은 C형 간염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의심해 의원을 찾은 환자의 혈액을 몰래 채취해 C형 간염 검사를 의뢰했다.
     
    의뢰를 보낸 20명의 샘플 결과, 환자 소수를 제외한 전원이 양성 판정을 받는다.
     
    D의원은 직원과 환자에게 관련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감염 원인
     
    평소 D의원 원장은 환자에게 수액 라인(Line)를 연결하고, 특정 약물 주사(?)를 추가로 처방해 라인을 통해 주입했다.
     

    '수액 라인' : 우리 몸의 혈관에 연결하는 가느다란 수액 공급 튜브.


    약물을 품은 주사기를 이미 연결된 수액 라인을 통해 주입할 땐, 혈액으로 공기가 유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역류(Regurgitation)라는 과정을 꼭 선행한다.

    이때 환자의 혈액이 음압에 걸려 빨려 나오는데, 혈액 속의 바이러스나 세균도 같이 딸려와 주사기에 담긴다.



    <사진 출처 : ibidi.com>
     

    역류 작업을 끝내고 주사기 속 약물과 (음압에 나왔던) 혈액을 다시 환자의 혈관으로 주입하면, 주사기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바이러스나 세균은 여전히 주사기 안에 담겨 있다.
     
    의료 기관에서 한번 쓴 주사기를 절대 재활용하지 않는 이유다.
     
    주사기 재활용 금지는 의료인에겐 불문율이다.

    (A가 이 사실을 의사 사이트에 썼을 때, 많은 의사들이 소설 쓰지 말라고 답글 달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D의원은 하루에 단 한 개의 주사기만 이용했다.
     
    결국, 수액을 맞던 한 환자의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역류 작업 때문에 주사기에 담겨, '주사기 재활용' 과정을 통해 다른 환자에게 전파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D의원에 수액을 찾는 '단골손님'이 많았다는 건데, 이들은 재활용 주사기에 자주 노출돼 감염 가능성이 더욱 컸을 것이다.



    A는 이 같은 내막을 B씨에게 듣고 충격에 휩싸였다.
     
    A는 의료인 자신이 이것을 묵과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같은 의사를 고발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는 의사들의 카르텔이 제일 맘에 걸렸다고 고백했다.

     



    결국, A는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게이트에 관련 사실을 알리고 조언을 구했다.
     
    같은 의료인에게도 워낙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이다 보니 "소설 그만 쓰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의사는 해당 원장을 당장 신고하라고 조언했다.
     
    A는 의사들의 조언에 자신감을 얻어 B씨를 설득했고,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런데 D의원 원장은 왜 자기 부인에게까지 주사기를 재활용했을까?
     
    부인을 의도적으로 감염시킬 목적이 아니었다면, 원장은 주사기를 재활용하는 행위가 '정말로' 의학적인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의학 교육을 마친 정상인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데, 그래서 기자는 D의원 원장이 '금치산자'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주사기 재활용 행위는 리스크가 큰 반면 그로 인해 얻는 경제적 이익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D의원이 주사기 재활용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은 하루 1000원 내외로 추정된다.



    <참고>C형 간염의 전파


    미국 내 C형 간염의 감염 경로<출처 : 위키피디아>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가 원인이다.
     
    수혈, 혈액을 이용한 의약품, 오염된 주사기의 재사용, 소독되지 않은 침의 사용, 피어싱, 문신을 새기는 과정 등에서 감염될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정맥 주사 이용(intravenous drug use)에 의한 감염이 흔하고, 개발도상국은 수혈이나 의료 시술 때문에 감염된다.
     
    성적 접촉에 의한 감염의 경우 의견이 분분해, 미국에서는 Multiple Sex Partner에서만 콘돔을 추천하고 Only a Single Partner만 있는 경우 추천하지 않는다. (사실 Multiple Sex Partner에선 HCV와 상관없이 콘돔이 추천돼야 하지만)
     
    이런 다양한 감염 경로를 통해 바이러스가 혈액 내로 들어오면, 주로 간세포 내에 존재하게 된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서 '면역반응'이라는 것을 일으키는데, 이 반응 결과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간에 염증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