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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줄을 내려주세요!"

    자녀들 왕따…눈물나게 고마운 직원들

    "이제 정부와 사회가 이들에게 답할 때다"

    기사입력시간 2015-06-19 07:08
    최종업데이트 2016-01-25 06:44



    (1편 '박웅 원장, 그는 작은 영웅이었다'에 이어)

    환자들과 창원SK병원 직원들이 코호트 격리에 적응하면서 병원 안 세상은 안정과 평온을 찾아가고 있다.
     
    일부 발열이 있거나 감기 증상이 있는 환자, 직원 15명은 PCR 검사를 받았고, 다행스럽게도 12명은 음성으로 나왔다.
     
    나머지 3명은 2차 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설령 누군가 메르스 확진을 받는다 해도 병원 밖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 사회적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스럽다.
     
    박웅 원장은 10일 병원을 통째로 폐쇄할지를 고민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샜다고 한다.
     
    그는 "정부의 방침대로 5, 6, 7층만 폐쇄하고 외래와 응급실을 열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느냐”면서 “의사의 양심과 경영을 놓고 진짜 고민과 고뇌가 많았다"고 말했다.
     
    어려운 결단을 하고 나니 이젠 잠도 푹 잔다고 했다.


    돌아온 것은 돌팔매

    그러나 병원 담장 너머에서는 이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무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환자들과 가족, 병원 직원들이 병원에 격리된 사실이 알려지자 그들의 아들과 딸은 왕따로 내몰렸다.
     
    학교에서 이들의 자녀를 등교하지 말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딸이 창원SK병원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아버지는 회사에서 이상한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박웅 원장과 그의 아내, 두 자녀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박 원장은 병원을 폐쇄하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2주 동안 집 밖에 나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두 자녀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가지 않았다.
     
    박 원장 자신이 감염의 중간 매개체가 될 수 있고, 만에 하나 자신과 가족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감염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병원을 폐쇄하자 학교로 민원이 빗발쳤다.
     
    박 원장 애가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SNS에는 집주소와 아이들 이름, 사진까지 나돌았다.
     
    박 원장은 "아무 증상이 없지만 혹시나 모를 감염에 대비해 아내와 두 자식을 자택격리 시켰는데 아버지가 의사라는 죄로 아이들이 벌을 받는 것 같아 너무 화가 나고 미안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그래서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되면 학교에 가서 '코호트 격리나 자가 격리는 이웃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인데 돌팔매로 돌아와 너무 슬펐다'고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면서 "애들에게 이런 걸 가르쳐줘야 한다"고 단언했다.
     

    눈물나게 고마운 직원들

    박 원장 역시 메르스의 피해자였지만 병원 직원들이, 환자들이, 그 가족들이 죄인 취급받는 것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그는 눈물 나게 고마운 직원들 때문에 지칠 수도 없다고 했다.
     
    박 원장은 "잠자리가 불편하고 환자들을 돌보느라 직원들의 피로가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면서 "그래서 좀 쉬라고 말렸더니 몇몇 직원들이 울더라. 고맙다, 버티자고 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다 창원시보건소에서 방호복, 마스크, 구호품 등 병원에서 필요한 물품을 제때 공급해 주고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빠르면 이달 24일이면 병원 밖으로 나갈 것이다.
     
    하지만 박웅 원장은 앞으로 닥칠 일이 걱정이다.

    그는 "정부가 도와줄 거라고 믿고 있다"면서 "정말이지 하늘에서 동아줄이라도 내려왔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기자가 "그 무엇을 믿느냐"고 물었다.
     
    그는 "최선을 다하고 정직하게 하면 하늘이 도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부는 창원SK병원, 아니 메르스 사태로 엄청난 피해를 본 의료기관에 동아줄을 내려줄까?
     







    적어도 지역 주민들은 창원SK병원의 용기있는 결단을 응원하고 있다.

    창원SK병원이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어려운 결단을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답지하고 있다.
     
    병원 담벼락에는 'SK병원 의사님, 간호사님 힘내세요!! 여러분의 용기와 희생에 감사드립니다. 창원 시민은 응원합니다. SK병원 파이팅'이라는 격려의 글이 붙었다.
     

    이제 정부가 답할 때다

    시민들은 병원 출입문 앞에 과일상자, 선물을 보내고 있다.
     
    병원 인근 상남시장 상인회는 'SK병원 의료진 여러분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시리라 믿습니다'라는 응원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경남의사회(회장 박양동)도 팔을 걷어붙였다.
     
    창원SK병원에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진실을 알리고 유언비어를 차단하는데 힘을 쏟았다.
     
    조만간 경남도청과 경남도의회와 만나 창원SK병원 지원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메르스 사태로 많은 것을 잃었다.
     
    이제 정부와 사회가 의료기관과 의료진들의 수고와 희생, 아픔에 답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