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6일 제42차 추계학술대회에 수원고등검찰청 김영태 부장검사를 특별 초대해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 강연을 진행했다. 현직 부장검사가 의료계의 강연에 등장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만큼 이날 강연에는 500명이 넘는 의사들이 참석했다.
형사소송에서 유죄는 99.9%의 입증책임이 드러나야
형사사건은 주로 당사자 출석이 이뤄지는 의료과오 사건과 의료법 위반 사건이 있다. 의료과오는 고소, 고발, 피해신고 또는 변사체 검시 등으로 이뤄진다. 수사는 사법경찰관과 검사를 통해 진행된다. 의료법 위반 사건은 무면허 의료행위, 진단서 작성 교부 의무 위반, 진단기록부 등 위반, 허위진단서 등이 있다.
김영태 부장검사는 “의료사고라는 말을 하는데 의료사고는 가치중립적인 표현이다. 의료사고라고 표현하면 의료행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에서, 넓게는 의료와 관련된 사고, 아주 크게 한다면 의료와 관련된 모든 것을 통칭한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여기에 대한 확인이 들어가서 고의과실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전형적인 형사적 사례다. 고의가 아닌 과실이 있을 때는 여기에 따라 나가는 것이 민사적 사례이고 형사적 사례가 같이 갈 수 있다”고 했다.
형사소송이 이뤄진 다음에 민사소송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민사소송을 먼저 하고 이를 토대로 형사소송이 이뤄지기도 한다. 김 검사는 “의료사고는 집단 민원이나 병원에서 환자 사망으로 인해 일차적으로 해결한다. 그 이후에는 형사고소를 통해 해결하다가 민사소송이 이뤄지고, 최근에는 소비자보호원,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으로 다양화됐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절차의 공정성이나 증거확보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예전에는 통상적으로 형사적인 절차로 진행했다. 다만 최근에는 민사를 먼저 하고 의료과실의 책임을 인정받도록 했다. 이를 근거로 거꾸로 형사고소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입증책임이라는 개념은 형사고소, 형사사에서 유죄를 입증받으려고 한다면 99.9%의 과실을 확신을 할 수 있는 입증책임을 요구한다. 그러나 민사는 재판부에서 51%의 과실을 입증하면 원고 승소의 판결이 날 수 있다. 형사는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민사는 손해배상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김 검사는 “의료형사사건은 크게 의료행위, 형법, 의료관련 법령에 위배돼 성립하는 형사사건을 말한다. 의료행위란 무엇인지에 대해 법전이나 교과서에서 해결방안은 없다. 질병 예방 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위해가 생길 수 있는 것을 통칭한다.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의료행위에 대한 개념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의의무 위반, 의사들의 평균 기준 범위에서 판단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판단이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평균적인 기준인지 아닌지를 따져보게 된다.
김 검사는 “의료과오로 인정받으려면 주의의무가 있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서 주의의무 위반인지 판단해야 한다”라며 “판례에 나오는 것이 무조건 맞다기 보다는 이론을 정립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보면 의료과오가 있고 의료과실이 있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업무상 주의의무는 일반적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은 결과예견의무와 결과회피의무다”라며 “의료과오 사건에 있어서 의사의 과실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발생을 예견하지 못했고,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결과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결과예견의무는 의학상 위험에 따른 발생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에도 그것이 평균적인 의사에게 알려진 내용인 경우에는 예견의무가 있다. 의학지식이 일반화돼있지 않아 위험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에도 해당 의사가 알고 있으면 예견의무가 있다. 즉,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기준은 평균적인지 아닌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결과회피의무와 허용된 위험의 법리는 인체에 대한 침습행위를 어느 정도를 허용할 수 밖에 없다. 허용의 폭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과실의 유무, 책임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전제가 될 수 있다”라며 “이는 의료의 특질, 진보, 발달 등에 기여해야 하고 사회적인 기여 여건이 허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검사는 “판단의 기준은 통상의 의사 또는 평균적인 의사로서 기본적인 지식과 기술에 기한 주의를 말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검사는 “의료의 주체는 일반의가 전문의 계통 진료를 하면 전문의에게 전원의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진료환경과 사회적 신뢰도가 다르다. 그만큼 의료과오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구체적인 상황과 일반적인 상황이 가치판단이 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김 검사는 “의료도 초기의 상황과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사후적으로 보는 사람이 그 당시에 이렇게 했을 것으로 보는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어떤 경우에서 어떻게 판단할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진이라면 의료과오가 아니라고 하지만 일반적인지 과실인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서 살펴볼 수 있다”라고 했다.
과실이 인정되면 '상당한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
형사사건에서 과실이 입증되면 ‘상당한 인과관계’라는 표현이 쓰인다. 업무상 과실치상 또는 과실치사가 적용될 수 있다.
의사는 주사상의 과실, 마취상의 과실, 투약상의 과실, 수혈상의 과실 등 다양한 환자관리의 과실이 생길 수 있다. 전원의무 위반은 의학적 필요성 외의 이유로 전원해서는 안 되며, 수용하는 의료기관의 인력, 수술실, 병상 등의 가용성을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 2009도7070 판결에 따르면 산부인과의사가 산모의 제왕절개수술 중 태반조기박리를 발견하고 간호사에게 피해자의 출혈 여부 관찰을 지시했다. 수술 후 45분 지난 다음 대량 출혈을 확인하고 전원 조치를 했으나 산모가 사망했다. 이 사건은 대량 출혈 증상을 의사가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전원을 지체해 신속한 수혈 등의 조치를 받지 못하게 한 과실이 인정됐다. 항소심에서 유죄판결 선고가 확정됐고 대법원에서도 피고인 상고가 기각됐다.
대법원 2006도1790판결에 따르면 산모의 태아가 역위로 조기분만되면서 태아가 난산으로 분만후 사망했다. 항소심에서는 산부인과의사에 대해 유죄 판결이었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산모가 조기분만 위험이 있었으나 산모에게 분만진통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웠고, 내진이나 초음파 검사 없이 경과관찰을 하기로 한 산부인과 의사의 행위를 진료행위에 있어서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산부인과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검사는 “예전에는 과실 입증이 어려웠다. 최근에는 대한의사협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다양한 감정기관이 있기 때문에 과실을 밝히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과실이 있다고 했을 때 이에 따른 결과가 피해자와 환자의 사망이나 인과관계를 증명해 내기는 어려운 문제다. 형사사건은 자연과학적인 것이 아니라 법적 판단이 들어가있는 인과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대법원에서는 ‘상당한 인과관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가령 환자를 전원 보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쳤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환자를 받은 병원에서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서 안좋은 결과가 커질 수 있다. 이 때 누구의 책임을 더 둘 것인지에 대해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검사는 “형사적으로 아직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유죄 판결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형사소송은 형사처벌을 통해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을 주로 생각하지만, 민사소송은 누가 손해를 더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개념이다”라며 “앞으로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 논의가 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해 ”특사경도 수사기관이다. 특별사법경찰권은 노동, 금융 등과 관련된 특수한 부분에 있어서 수사권을 부여받았다”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강제 수사도 가능하며 전화 또는 서면 등으로 출석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