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염증성 장질환 치료 '조기 상급치료·질병 소실'로 패러다임 변화

    이승범 교수 "중증도 기반 치료 결정, 장기 관리 중요성 강조"…AGA·ECCO 가이드라인, 상급 치료제 조기 사용 권고

    기사입력시간 2026-04-16 08:00
    최종업데이트 2026-04-16 08:00

    울산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승범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치료 접근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증상 조절을 중심으로 부작용이 적은 약제부터 강력한 약제까지 단계적으로 치료를 강화하는 스텝업(step-up) 전략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장 손상이 발생·악화하기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조기 진단·개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와 함께 치료 목표는 단순한 증상 개선을 넘어 내시경적 관해, 조직학적 관해, 나아가 질병 소실(disease clearance)까지 지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메디게이트뉴스는 울산대병원 소화기내과 이승범 교수를 만나 염증성 장질환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와 임상 현장에서의 치료 전략을 들어봤다.

    염증성 장질환은 면역체계 이상으로 인해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한 번 발병하면 장기간 지속되거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재발성 경과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 교수는 "환자들은 수주에서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복통이나 설사, 체중 감소 등을 경험하고, 경우에 따라 혈변이 동반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초기에는 단순 장염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오인돼 조기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질환이 진행된 이후에야 치료가 시작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교수는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내시경 검사 등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증성 장질환 '상급 치료제' 조기 사용으로 치료 시점 빨라진다

    과거에는 증상 조절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약제를 강화하는 전략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질환 초기부터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다양한 기전의 생물학제제와 소분자제제의 등장이라는 치료 환경 변화가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기간 염증이 지속될 경우 장 손상이 누적될 수 있으며, 크론병에서는 협착이나 누공, 궤양성 대장염에서는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소화기학회(AGA)와 유럽 크론병·대장염학회(ECCO) 등 글로벌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생물학제제와 소분자제제 등 상급 치료제의 조기 사용을 권고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교수는 "예전에는 특정 약제를 너무 일찍 사용하면 이후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로 치료 시작 시점을 신중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다양한 기전의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치료 옵션이 확대됐고, 치료 전략이 훨씬 유연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임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질환의 중증도와 향후 악화 가능성"이라며 "조기에 생물학제제나 소분자제제와 같은 상급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장기적인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 염증이 심하거나 스테로이드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며 "크론병에서는 병변 범위가 넓거나 소장을 광범위하게 침범한 경우, 젊은 환자일수록 장기적인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급여 기준으로 인해 치료 전환 시점이 제한되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이 교수는 "현재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조절제를 일정 기간 사용한 뒤에야 생물학제제를 사용할 수 있어 치료 전환까지 최소 3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며 "임상에서는 치료 반응을 면밀히 평가하면서 가능한 한 빠르게 다음 단계 치료로 넘어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상 개선 → 염증 제거로, 염증성 장질환 '질병 소실' 목표

    치료 전략 변화에 따라 치료 목표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설사나 복통 등 증상 개선이 치료의 주요 목표였다면, 현재는 내시경적으로 염증이 사라진 점막 치유를 넘어 조직학적 관해와 질병 소실까지 지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에는 혈액검사 지표, 분변 칼프로텍틴, 내시경 소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치료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러한 지표를 기반으로 치료 반응을 면밀히 추적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조직학적 관해나 질병 소실과 같은 높은 치료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시경적으로 관해에 도달한 환자라도 조직학적 염증이 남아 있으면 재발 위험이 높다는 결과가 보고됐다"며 "반대로 조직학적 관해를 달성하면 장기 예후가 더 좋다는 점에서 치료 목표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장기 치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이나 당뇨처럼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의 생물학제제와 소분자제제는 기존 항 TNF 제제 대비 치료 반응 소실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의 약제를 장기간 유지하는 치료 전략이 점점 더 보편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임상에서는 장기 사용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됐고, 반응 소실률이 낮으며, 안전성이 확인된 약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며 "염증성 장질환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큼 '지속 가능한 치료'라는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 참여와 지속적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염증성 장질환은 진단 이후 적절한 치료제를 빠르게 선택해 증상 소실과 점막 치유까지 이끌어내는 것이 장기적인 예후에 매우 중요하다"며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치료를 중단할 경우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장기적으로 유지한다면 일상생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질환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하고 꾸준히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