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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19번째 전문의, ‘종합진료의’ 탄생, 고령화에 따른 노인 통합진료·커뮤니티케어 중심 역할

    다각적 진료·가족까지 진료·지역사회 책임…2년간 초기 임상연수와 3년간 전공의 수련 조건

    [칼럼] 김웅철 '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저자·매경비즈 교육센터장

    기사입력시간 2019-04-10 06:27
    최종업데이트 2019-04-10 06:27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 ‘19번째 전문의’가 탄생했다. 그동안 일본의 전문의 영역은 내과, 정신과,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등 총 18개였다. 그런데 지난해 4월부터 ‘종합진료의’가 전문의에 합류하면서 일본의 전문의는 총 19개 분야로 늘었다.
     
    새롭게 전문의로 인정 받은 ‘종합진료의’란 ‘어떤 특정한 병상에 국한되지 않고 말 그대로 종합적인 진료능력을 갖는 의사’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일차 의료를 담당하는 ‘가정의’를 떠올리면 크게 틀리지 않다. 일본 전문의협회에 해당하는 ‘일본 전문진료의 기구는 ‘종합진료의’를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질병과 상해 등에 적절한 초기대응과 수요에 따르는 지속적인 진료를 전인적(全人的)으로 제공하는 의사”로 정의한다.

    미국에서는 1969년에 1차 의료 전문의로서 ‘가정의(Family Practitional)’가 탄생했고, 한국이나 필리핀 등에서도 ‘가정의’가 전문의로 인정받은 지가 꽤 오래된 것을 감안하면 일본의 ‘종합진료의’는 상당한 ‘지각 등장’인 셈이다.

    일본에서도 1차 의료의사와 관련한 논쟁을 30년 이상 거쳤지만 규정이나 자격에 대한 관계자들의 이해상충으로 지금까지 도입되지 못했다. 일본 의료계에서는 이를 두고 일본 가정의의 ‘잃어버린 30년’이라고 자조(自嘲)하기도 한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개업의나 재택진료의, 병원 전체를 담당하는 병원 종합의가 ‘가정의’의 역할을 해왔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종합진료의 탄생은 초고령사회 일본이 처한 의료계의 현실을 웅변해주고 있다.

    종합진료의, 고령화에 따른 커뮤니티케어 중심 역할과 노인 환자 종합 진료 
     
    지난해 일본의 고령자(65세 이상 인구)는 3500만 명. 문제는 전체 고령자 가운데 ‘후기(後期)고령자’로 불리는 75세 이상 인구가 1700만 명을 넘어섰다. ‘전기고령자’(65~74세)의 수를  역전했다. 2025년에는 ‘단카이(團塊)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부머 약 700만 명이 모두 ‘후기고령자’에 합류하면서 일본의 75세 이상은 전체 인구의 18%를 넘게 된다. 여기에 치매 고령자와 독거노인의 급증은 일본을 ‘다른 나라’로 바꿔놓을 거라는 걱정도 나온다.

    이처럼 미증유의 고령사회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의료계는 이제 의료가 단순한 질병의 치료를 넘어 ‘사회 의학적’ 그리고 ‘일차의료(Primary Heath Care)’의 시점에서 새 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해결책으로 일본은 독거 고령자들이 간병을 필요로 하는 상태에 놓이더라도 지역사회의 관련 기관들이 손잡고 의료와 간병, 생활지원 등 포괄적인 케어를 통해 일상을 떠받치는, 이른바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커뮤니티 케어)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지역포괄케어 시스템 구축에 의사 등 의료진의 중심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고,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적인 진료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종합진료의의 등장은 이 같은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질병구조의 변화를 가져온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질환의 수도 함께 늘어난다. 일본 전문진료의 기구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한 사람당 질환 수는 65세 미만은 2.3개, 65세 이상은 4.6개이며, 1인당 수진 진료과도 65세 미만은 2.5개과에 그친 반면 65세 이상은 4.3개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치매 등 정신적인 문제와 프레일(허약)을 호소하는 고령자들도 많다.
     
    75세 이상 고령자들이 급증하는 일본의 경우 이 같은 복수진료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한정된 전문의만으로 이를 감당해내기 어렵다는 인식도 종합진료의의 등장의 요인이 됐다.
     
    또 노인대국 일본은 건강보험, 개호보험(介護.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을 비롯한 사회보장비 급증으로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들어 첨단의료 등의 등장으로 의료 코스트가 급등하고 동시에 의료가 필요한 고령자가 급증함에 따라 사회보장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차의료’의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게 일본 의료 관련계의 공통 인식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일본의 종합진료의라고 볼 수 있다.

    종합진료의 자격요건, 2년간 초기 임상연수와 3년간 전공의 수련받아야   

    종합진료의들에게는 탄생 배경에 맞는 엄격한 소양과 자질이 요구되고 있다. 종합진료의 기구는 종합진료의의 소양을 크게 3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1.환자를 다각적으로 진료한다 2.(환자의)가족과 생활배경까지 진료한다 3.지역사회 전체를 진료한다’이다. 2, 3번째 항목은 앞서 말한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의 중추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종합전문의 연수프로그램에 제시된 종합의의 6가지 핵심역량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인간중심의 의료 및 케어’는 환자중심의 가족 지향적이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등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로 ‘포괄적 통합접근’은 다양하고 복잡한 건강문제에 대응, 임상추론,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지속적인 의료 및 케어를 강조한다. 이밖에  ▲다직종 협동의 팀 의료, 의료기관 연계 및 의료와 간병의 협업을 강조한 ‘협조 중시의 매니지먼트’ ▲지역 보건, 복지사업의 참가, 의료의 지역수요 파악 등 지역포괄케어를 포함한 지역 지향적 어프로치 ▲공익에 공헌하는 직업규범 ▲외래, 응급, 병동, 재택 등 ‘다양한 진료장소에서의 대응’ 등이 그것이다.

    종합진료의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전문의와 마찬가지로 2년간의 초기임상연수를 수료하고, 3년간의 전공의(종합진료의) 연수를 수행해야 한다. 연수를 마친 후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야 정식으로 전문의 자격이 부여된다.
     
    3년간의 연수는 내과(內科) 1년, 소아과와 응급의학과 각 3개월, ‘종합진료 I’(중소병원, 진료소 등에서의 연수)과 ‘종합진료 II’(종합병원 연수)를 각 6개월 이상 수행하고, 나머지 6개월은 선택연수(외과, 산부인과, 정신과 등)를 하도록 구성돼 있다.  

    긴 우여곡절 끝에 종합진료의가 전문의로서 '인정'을 받았지만 종합진료의를 ‘전공의’로 선택한 예비의사들은 총 184명.(2018년 4월 전문의 신청 결과) 전체 신청자 8400명 중 2.2%에 그쳤다. 이 같은 성적을 두고 ‘가정의’가 전문의로서 정착을 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걱정이 있다. 반면 첫 선택인 점을 감안하면 희망적인 성적이라며 앞으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일본의 고령화 상황을 감안할 때 전체 의사의 30~40%가 종합진료의로서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일본의 의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일본 의료계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지각 등장한 일본의 19번째 전문의, ‘종합진료의’가 어떻게 자기 자리를 잡아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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