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교육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서울의대가 의대생 휴학을 처음으로 승인하면서, 타 의과대학에서도 휴학 신청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번 서울의대 휴학 승인 사례를 두고 의과대학 현장에선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그동안 국내 40개 의대 대부분 학장들은 휴학 승인이 필요하다고 대학 측에 요청해왔다. 그러나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이 휴학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각 대학 총장들은 휴학을 승인하지 않았다.
문제는 의대생들이 복귀 하지 않았고 결국 1학기 성적 마감 기간이 다가오면서 집단 유급이 현실화될 위기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특히 의대 교육 커리큘럼 특성상 2학기에 1학기 수업을 동시에 듣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그동안 교육부 측과 휴학 승인을 주제로 논의해 왔다. 그러나 최종 휴학 승인에 대해 교육부는 검토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KAMC 이종태 이사장은 메디게이트뉴스에 "휴학 승인 문제가 지난 주 금요일 학장·학원장 회의에서 주요 아젠다였다"며 "KAMC 차원에서 휴학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교육부에게도 휴학 승인을 강력히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교육부가 휴학을 승인해주는 것이 최선의 방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충남의대 이병석 교수협의회장은 "휴학을 요청하고 있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총장이고 총장은 교육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현재 상태대로 휴학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급 밖에 답이 없다. 수업도, 시험도 보지 않는데 어떻게 모두 진급을 시키느냐"고 지적했다.
순천향의대 김홍수 교수협의회 의장도 "휴학과 관련해 학장단에서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안다.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니 휴학을 수용해 따로 분리를 해놔야 하는데 국가에서 이를 막고 있으니 상황이 더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한희철 이사장은 "차라리 휴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보다 나은 대안이다. 휴학 이후 학생들이 분산해서 복학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교육 현장과 교육부 정책의 괴리가 커지면서, 서울의대가 먼저 나섰다. 서울의대는 학칙상 의대생 휴학을 총장이 아닌 학장이 승인하도록 돼 있다.
서울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강희경 위원장은 '학장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휴학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서울의대가 부당한 교육부 원칙을 깨는 포문을 연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의에 "그렇다. 휴학을 거부하는 교육부 요구는 의대 교육을 파행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번 서울의대 사례가 타 의대로 확산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의대 학칙과 달리 대부분 의대가 총장 승인이 있어야 휴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교육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선제적으로 먼저 움직이기 전엔 의대생들의 휴학이 승인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 최창민 위원장은 "정부의 압박이 심하고 총장이 승인해야 하니 향후 휴학을 승인하는 의대가 확산되기 쉽지는 않다. 다만 의대 학장들은 대부분 휴학을 승인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고려의대 교수의회 조윤정 의장도 "대부분 의대 학장들이 이미 오래 전 휴학 승인을 하고 총장에게 보고가 올라 갔지만 교육부 권한으로 인해 총장 승인이 떨어지지 못한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서울의대 이외 대학은 총장이 (휴학 승인) 권한을 갖고 있어 의대 자체적으로 휴학을 승인하는 사례가 나오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태 이사장도 2일 대한의사협회 브리핑에 참가해 "학장이 총장으로부터 휴학 승인 등 지침 운영을 위임 받은 곳이 있었지만 대부분 이번 교육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총장이 휴학 승인권을 회수해갔다. 서울대를 제외하고 학장이 휴학을 승인할 수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