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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있는 한국 의사가 본 메르스

    UAB 조도연 교수 "6인실은 전염병 온상"

    "이런 구조에서 호흡기질환 막는 건 불가능"

    기사입력시간 2015-06-15 05:40
    최종업데이트 2016-01-25 06:33

    "6인실과 내무반식 시스템은 전염병의 온상이다."
     
    현재 알라바마대학 버밍행(UAB) 조도연(이비인후과)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미국에 있는 한국 의사가 본 한국의 메르스'란 글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UAB 조도연 교수
    UAB 조도연 교수

    조도연 교수는 한국에서 이비인후과 전문의 자격을 따고, 공중보건의사 복무를 마친 후 미국에서 다시 이비인후과 수련을 받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조 교수는 먼저 응급실의 내무반식 침상구조와 병원의 6인실 시스템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6인실 및 내무반식 시스템은 싼 건강보험수가를 지탱하기 위해 만든 병실제도인데, 바로 전염병의 온상이라고 생각한다"고 환기시켰다.
     
    서울에 있는 주요 대학병원을 가 봐도 내무반식 구조, 집단 수용체계여서 이런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방역을 아무리 잘하고, 정부가 바뀐다고 해도 옆 병상의 호흡기 환자 검체가 다른 환자와 의료진에게 전염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UAB의 경우 1인실 응급실 병상 42개가 있을 뿐 다인실이 없으며,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1차 스크리닝을 마치면 1인실로 먼저 들어간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모든 종합병원들은 1000병상이 넘는데 대부분 다인실, 그것도 6인실"이라면서 "이는 호흡기 질환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단언했다.
     
    무슨 음식을 먹는지, 옆 환자는 어떤 개인사가 있는지 며칠만 지내보면 상대방의 가족사를 알 수 있는 구조에서 호흡기 질환을 막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이와 함께 MRSA(메치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수퍼박테리아) 환자가 6인실에 같이 입원해 있고, 이들 환자와 간병인, 보호자가 화장실과 샤워실, 세면대를 같이 사용하는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내가 있었던 스탠포드병원은 단 1개의 당일 퇴원 병실만 4인실이고, 100% 2인실이나 1인실이며, 이는 UAB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다인실 비중을 줄이고, 병실과 응급실 구조를 조정하고, 정말로 아프지 않는 한 응급실 방문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게다가 일반인들의 병원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웹드라마 '6인실'의 한 장면


    병원을 최고의 문화 공간으로 만들 것이 아니라, 오로지 환자만의 공간으로 만들고, 이웃이나 친지의 병문안을 퇴원 후로 미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무슨 국가지정 전염병병원을 만드는 것을 예산에 반영한다고 하는데, 전염병을 진단 이전에 예방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더 우선"이라면서 "그 예산으로 1~2인실에 보험을 적용하고, 6인실 폐지, 중소병원 음압시설 도입 등을 지원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한다"고 적었다.

    조도연 교수의 글에 상당수 의사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김성원 전 전의총 공동대표는 "이렇게 하려면 정부와 국민이 더 많은 의료비를 부담해야 할텐데, 과연 그렇게 할 의지가 있을까"라면서 "또다시 병의원과 의사들을 쥐어짜고 압박하는 법안들만 통과시키려 할 것이 눈에 뻔히 보인다"고 꼬집었다.

    한편 복지부는 금년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다인실(통상 6인실) 의무 확보 비율을 현 50%에서 70%로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