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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죽했으면…복지부 과장 면전에서 "병원 접는 게 상책"

    최명기 교수 "이자, 전기값, 식자재 가격 오르면 휘청" 쓴소리

    복지부 "공감대가 다른 것을 보면서 어려움 있다는 걸 느꼈다"

    기사입력시간 2015-03-10 14:47
    최종업데이트 2015-03-12 05:11


    (경희대 최명기 겸임교수)

     

    보건복지부 김혜선 기초의료보장과장은 불편했지만 정신병원 이사장, 병원장, 직원들은 속 시원하다는 듯 연달아 큰 박수를 보냈다.

    6일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회장 곽성주)가 마련한 '2015년 정신건강정책 학술세미나'에서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경희대 경영대학원 최명기 겸임교수는 세번째 발표자로 단상에 올랐다.

    정신과 전문의인 최 교수는 정신병원을 운영하다가, 경영난에 봉착하자 병원 문을 닫고, 미국의 명문 듀크대에서 MBA 과정을 밟은 뒤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개설한 후 진료과 강의를 겸하고 있다.

    그는 '정신병원의 당면과제 및 개선 건의'를 주제로 발표했는데, 보건복지부 김혜선 기초의료보장과장이 맨 앞자리에서, 그로부터 불과 2m 앞에서 강의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최 교수는 이를 아는 듯, 모르는 듯 거침 없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우선 정신병원이 생존할 수 있었던 4가지 이유로 '낮은 대출 이자' '직원 감축' '안정적인 전기세' '싼 식자재값'을 꼽았다.

    최 교수는 "금리가 오르거나, 전기값이 인상되거나 중국에서 수입하는 식자재 가격이 뛰면 정신병원들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면서 "전산환경이 좋아져 원무과 직원 30명이 하던 일을 5명이 할 수 있어 버텨왔지만 한계가 올 것"이라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그러자 청중들은 최 교수에게 박수로 공감을 표시했다. 

    정신의료기관은 2009년 1295개에서 2014년 1587개로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다 정신과 전문의와 간호사 인력난으로 인건비가 상승했지만 의료급여환자에게 적용되는 일당정액수가는 2008년 이후 단 한푼도 인상되지 않았고, 입원환자 풀(pool) 감소, 의료분쟁 증가 등에 직면해 있다. 

     

     

    정신병원들이 '억' 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 교수가 말하는 대응전략은 세가지다.

    당연한 말이지만 첫번째가 수익률을 높이라는 것이다.

    외래와 마케팅을 강화하고, 의료진 이직을 줄이고, 비진료파트 인원을 줄이고, 연수강좌에 자주 나와 정보를 수집하라고 했다.

    연수강좌에 참석하다보면 다른 병원이 어떻게 난방비를 줄이고, 식자재를 싸게 구입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두번째 대응전략으로 업태를 변경해 고부가가치 외래, 뇌건강클리닉, 수면클리닉, 양한방협진 등으로 체질을 개선하거나 다이어트병원, 청소년 학습시설 등으로 바꾸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라고 권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장에서 더 늦기 전에 철수하라"면서 "정신병원들이 대부분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개업하는데 몇년 지나다보면 땅값이 올라가니까 대출한도가 늘어나 버티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서비스는 어떤 형태로선 고비용으로 이어지는 반면 낮은 수가는 어떤 형태로건 나쁜 서비스로 이어진다"고 환시시켰다. 
     

    특히 그는 정부가 의료급여 정신과 정액수가를 7년째 동결한 배경을 정치적, 관료적 논리로 해석했다.

    의료급여 정신질환자는 소수이기 때문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투자를 해도 노동시장에서 가치있는 존재가 되지 못해 정부 입장에서는 수가를 개선해도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청중들은 그에게 두번째 큰 박수를 보냈다.

    최 교수는 "국립병원도 장애인시설도 기피하는 발달장애 성인 환자나 요양병원에서도 쫒겨나는 기질성뇌질환 환자를 누가 돌보고 있느냐"면서 "나라에서는 절대 하지 않는 사회적 입원을 정신병원들이 하고 있는데 사고라도 나면 매도할 뿐 절대 알아주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번째 박수를 받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이자와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


     

     

    발표가 모두 끝나고, 세명의 발표자들은 질의응답을 위해 단상에 자리를 잡았다.

    보건복지부 김혜선 기초의료보장과장은 청중들이 질문을 하지 않았지만 마이크를 잡고 "최 교수님 발표할 때 제가 앞자리에 있었다"면서 "공감대가 다른 것을 보면서 어려움이 많구나, 이런 이야기까지 하는구나 마음을 잘 들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김혜선 과장은 최 교수가 언급한 정액수가 동결과 사회적 입원에 대해 "충분히 (정신병원들이) 할 수 있는 말씀이지만 한두가지만 변명하겠다"면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정신과 의료급여 수가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정신의료기관협회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해 오고 있으며, 올해 5월경 수가인상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정신병원들은 싼 대출이자로 하루 하루를 연명하지 않고, 정상적인 수가로 병원을 경영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