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앞에 설치된 화상판매기에서 일반의약품 판매를 가능케 한 약사법 개정안이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한밤중이나 공휴일에도 일반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약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3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약국 개설자가 약국에 설치된 의약품 화상판매기를 이용해 약국 외의 장소에서 구매자와 화상통화를 한 후 전자적 제어시스템으로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약국 개설자에 근무 약사나 한약사는 포함 안된다.
의약품화상판매기의 기술 기준도 제시했는데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장치 ▲화상통화 내용을 녹화․저장할 수 있는 장치 ▲약국개설자가 의약품을 선택․관리할 수 있는 장치 ▲의약품의 변질․오염을 방지하는 조절장치 ▲의약품 구매에 대한 결제시스템(신용카드‧직불카드) 등 6가지 유형의 기술을 갖추도록 했다.
약국은 화상통화 녹화 내용을 6개월 간 보관해야 하며, 화상판매기에 있는 의약품이 변질, 오염되지 않도록 위생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만일 이 같은 내용을 위반하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설치하거나 철거한 경우에는 설치 또는 철거한 날부터 30일 안에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알려야 한다.
복지부는 "약국 개설자가 약국에 설치된 의약품화상판매기를 통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의약품 판매방식에 대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했다"고 말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공식입장문을 통해 "의료영리화를 위한 꼼수"라며 반대했다.
화상판매기 입법을 서두르는 것은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 등 친재벌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부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약사회는 "대통령이 탄핵된 혼란스러운 시기에 긴급한 민생법안도 아닌 이 법을 우선적으로 개정하려는 정부의 숨은 의도가 무엇이냐"면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런 내용의 법안을 쫓기듯 처리하려는 정부에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철학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약사회는 국회로 공이 넘어간 화상판매기 도입을 총력으로 저지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