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비급여의 급여화 7가지 부작용

    의사 못하겠다는 비관론이 대세가 되지 않길

    [칼럼] 여한솔 공보의

    기사입력시간 2017-08-21 14:55
    최종업데이트 2017-08-21 14:55

    사진: 청와대 제공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리고 그 생명들을 책임져야 할 의사로서 이번 8월 9일 선포한 '비급여의 급여화' 의료정책에 강력하게 분노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계 정책의 허점은 빼놓은 채 듣기 좋은 말만 선별하여 내놓는 감언이설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 정책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큰 해로움이 되는지 아래에서 설명하겠습니다. 글이 긴 만큼 분노하는 정도도 비례합니다.

    *정책에 대한 지지

    정책의 세부 내용들을 확인 한 후, 현 정부가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과 삶의 개선을 위하여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책이 시행되고 특별한 문제없이 잘 정착 된다면, 정말 훌륭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 역시 지지하는 정책들이 여러 개가 있습니다. 한 가정이 홀로 감당해 나가기엔 버거울 수 있는 치매 환자들을 국가가 직접 치료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간병인을 두기 어려워 지원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국가가 지원해주는 정책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전체적 맥락 역시 모든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 할 수 있다는 점에 있어서 동의할 수 있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그 정책들을 풀어내는 방법이 교묘하게 잘못된 점들을 이 글에서 짚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전면 급여화가 가져오는 폐단이 무엇인지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다른 정부의 의료계 개혁안 

    <의료비 부담 상한액 적정관리 및 재난의료비 지원 제도화>
    정책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경제 사회 계층 취약 자들의 의료비 부담률을 낮추어 도움이 되게 하고, 소득수준에 맞추어 소득하위 계층의 건강보험 의료비 상한액을 인하시킨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4대 중증질환 (암, 심장, 뇌, 희귀난치질환)에 한하여 시행하는 재난의료비 지원 사업을 소득하위 50%계층에게는 모든 질환에 대해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이 제도 또한 전반적으로 저는 찬성하는 바입니다.

    *다 좋은 정책인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을 실현해 나가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고 어떤 부작용들이 나오게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부터 해 봅시다. 저는 크게 일곱 가지의 이유를 듭니다.

    1. 터무니없는 재원 마련에 관한 정부의 답변

    모든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서는 재정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특히 대한민국 의료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혁신적인 변화에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소요됩니다. 정부는 위 모든 개혁안을 위해 2022년까지 총 30조 6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언급에 주목하겠습니다.

    특히 2017~'18년 2년간 17조 1천억 원을 투입하여 빠르게 국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재원을 마련하는 방향으로는 건강보험 국고지원(현재 6조 9천억 원)을 더 늘리고 건강보험공단의 누적된 흑자 20조 중 10조를 5년간 투입하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강보험료의 인상 정도는 평균보험료 인상률 3.2%를 벗어나지 않게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잘못된 계산법입니다.

    건강보험료 인상은 다음 정권으로 미뤄버리고 현재 누적된 보험공단 재원 중 절반이나 되는 거금을 5년 안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은 올바르지 못한 재원 분배입니다.

    국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은 많아지는데, 보험공단의 누적금의 절반을 사용해버리면 다음 정권은 엄청난 재원을 어디에서, 어떻게 충당해야 할 지에 대한 언급은 아무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적당히 한 10년만 살자!' 라고 생각하면 이 정책에 적극 찬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미래를 이어나갈 우리 젊은이들과 후손들에게 모든 빚을 지우며 '아~몰랑! 그땐 어떻게 또 알아서 되겠지'라고 파렴치하고 무책임한 처사를 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이 말하는 증세 없는 혜택은 거짓말이거나 포퓰리즘일 확률이 99%입니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사회보험 장기 재정전망'이라는 글에 따르면 고령화 등의 인구변화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으로 2020년에는 건강보험 적자가 19조원 발생하고 그 적자의 폭은 해가 거듭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이처럼 건강보험의 적자는 시간이 갈수록 필연적이며, 그에 앞서 지금으로부터 3년간 최근 보험공단이 누려온 흑자의 폭과는 확연히 다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고 또 그러합니다.

    돈을 벌어 보험료를 충당하는 젊은이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쌓인 보험료를 이용하려는 노인들의 인구비중은 갈수록 늘어나는 고령화시대가 이미 도래했기에, 위의 기관이 언급한 건보재정 적자의 시작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때를 대비한 현 정부의 정책과 공약은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실은 굉장히 불편하지만, 현 정권에서는 해당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쌓인 적립금이 많으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미래까지도 책임져야 할 위정자들이 해서는 안 되는 말입니다.

    엄연히 말하면 보험공단의 흑자로 적립된 20조원은 교묘하게 가려진 낮은 의료 수가를 감내해야 했던 의료공급자와 꼭 받아야 할 검사 혹은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혜택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금액입니다.

    100만원을 환자에게 투자하여 치료하면 80만원만 내어 주는 보험공단이 각 의료기관에 주지 않았던 20만원의 돈이고, 정말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받아야 할 치료혜택을 비급여 항목으로 국가가 임의 지정하여 보험재정을 이유로 환자들에게 100% 전담했던 대가로 누적된 금액입니다.

    건강보험의 천문학적인 흑자 운영은 지난 십여 년간 의료공급자들과 국민들에게 줘야 할 혜택을 주지 못했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혜택을 보려면 그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또 다른 누군가의 대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실손보험 회사들에게 지급하고 있던 보험료를 건강보험료로 부담해야 한다고 언급했든, 혹은 건강보험료의 부득이한 파격적인 인상이 불가피하며 특별히 따로 제시되는 세금 안이 있었다면, 그리고 현행 수가제도에 문제가 심각하며, 이를 개선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면 제가 이렇게 분노하지 않습니다.

    '너희들 돈은 안내도 되지만, 우리가 다 해줄게! 나중에 돈이 부족하면, 음 우리 정권은 끝나지만 다음, 다다음 정권이 또 알아서 어떻게 해 낼 거야! 우리는 잘 모르겠어!'

    한번 설정되면 다시 예전으로 회귀하기 굉장히 어려운 것이 법과 정책입니다. 10년 후 계획도 없는 이 정책을 어떻게 믿으라는 걸까요. 시간이 지나면 큰  재앙을 몰고 올 증세 없는 감언이설에 가슴이 답답합니다.

    2. 의료전달체계의 말살

    또 다른 폐해로 왜곡된 의료전달체계가 더 심화될 것입니다.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을 위해 소요되는 예산 30조는 대부분의 경우 2차병원급 내지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릴 가능성이 큽니다. 개선되는 정책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려는 대부분의 제도가 종합병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아파도 대학병원을 찾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국민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정책들로 대학병원의 문턱을 더 낮춰버린다면, ‘비급여의 급여화‘는 상급병원으로의 어마어마한 환자쏠림을 각오해야 합니다.

    국가는 병의 경중에 따라 1차부터 3차 의료기관까지 다양하게 환자들이 이용하게끔 함으로써 이러한 쏠림현상을 막게 하는 정책과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 역시 전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기울어졌지만, 가까스로 균형을 유지하던 판자에 무거운 추를 휙 던져버리면, 그 판자는 균형을 잃고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상급병원이 맡아야 할 중증질환 환자들의 진료를 과연 지금처럼 가까스로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얼마 전 치료를 받지 못해 여러 병원을 돌다 사망한 2살 아이와 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3. 이중으로 수년간 부담해야 할 국민들의 민간보험료 미언급

    민간보험에 가입된 국민 수는 추산 3500만 명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의료보험제도에 더불어 보험을 하나 더 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모호한 보험공단의 급여/비급여 분류 때문에 민간보험회사와 계약을 맺고 비급여에 해당하는 항목들에 대한 치료를 받아왔습니다. (급여항목은 굳이 민간보험회사의 혜택을 볼 필요가 없으니 당연한 말입니다.)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가입자들은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료의 일부를 돌려받아야 하고 앞으로 내게 되어야 할 보험료 역시 줄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보험회사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처사입니다. 당분간 보험료는 다 받고 내어줄 치료비는 크게 줄어들게 된 셈입니다.

    정부는 보도자료 말미에 공공보험과 민간보험을 결합하는 정책을 법제화하고 추진하겠다지만, 민간기업의 운영을 법으로 제재하고 국가가 통제하는 식의 운영은 반발만 크고 해당 사항들이 원만하게 합의될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고, 만에 하나 합의되더라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 될 것입니다. 그 오랜 기간 동안 이중 삼중으로 보험료를 감당하고 있을 사람들은 정부가 아니라 3500만의 국민입니다.

    4. 의료의 질 저하

    비급여로 유지되던 치료가 국가의 통제 아래에 급여화가 되었고 따라서 해당 검사 및 치료의 방법은 건강보험공단의 수가 가이드라인에 의해 통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가지 쉬운 일례를 들어보겠습니다.

    MRI를 찍어야 할지 찍지 말아야 할지 굉장히 애매한 상황들이 있습니다. 검사비는 중요하지 않으니 환자본인 혹은 가족들이 추가비용을 지불해서라도 급여항목에 제시되지 않는 횟수의 MRI 혹은 치료를 받겠다고 하지만 환자의 상태가 공단의 가이드라인에 따르지 않는다고 하면 의사는 거절 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에서 환자 혹은 그 가족의 요구와는 상관없이 비급여 항목들을 통제할 것이고 굳이 의사는 이를 시행할 의무가 사라지게 됩니다. 국민의 생명권을 위한 노력과 애씀을 공단의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해버리고 비급여를 통제함으로써 검사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또 치료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 될 것입니다.

    MRI를 찍었으면 병이 발견 되었을 텐데 검사하지 않았던 의사의 무능함을 탓하는 사회가 올지, 혹은 무분별하게 찍었다고 의사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기사가 이제는 나오지 않을 것에 안도해야 할지, 어떤 상황들이 연출될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무섭습니다.

    5. 전문가들과 논의하지 않음

    국가 의료의 근간을 바꾸는 엄청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현직에서 종사하는 의사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정책이 발표되기까지 채 3개월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국가의 대사를 논할 때에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고 이 정책이 실현될 때의 장점과, 그리고 예상되는, 혹은 전혀 예상되지 못할 문제점들을 같이 고민하고 논의한 결과를 시범사업 혹은 시뮬레이션의 과정을 거쳐 갈고 닦아 문제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어야 함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지난 정권이 왜 처참하게 실패했는지는 대통령의 무능함도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묵살한 것도 분명히 일조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정권만큼은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랐는데, 현실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6. 새로운 치료, 검사에 대한 발전 저해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 항목에 대한 통제를 시행하겠다는 정부의 정책 하에 새로운 치료법, 검사방법이 나오더라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은 이상 급여화될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비급여 항목으로 지정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사용되고 또 그 결과가 환자에게 유익하다면 급여화 되어야 하겠지만, 비급여를 완벽히 통제함으로써 따라서 올바른 의료 항목으로 인정되지 않기에, 새로운 치료법과 검사법에 대한 발전과 기대 정도는 눈에 띄게 저해될 것입니다.

    심평원에서 제시하지 않는 모든 치료 검사는 삭감되어 진료비 모두를 뱉어내라고 연락이 옵니다. 의과대학은 심평원 의학 과목을 하나 설립해야 하겠습니다. 인정받은 최신 의학지론과 교과서에서도 인정되는 치료검사법이 심평원에서 인정되지 않아 검사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환자들에게 설명해야 할 세상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7.현실적인 수가 마련의 근거 미 언급
    이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으니 안하겠습니다. 어차피 말해도 안 올려줄거니까요.

    *결론

    저는 국민의 건강권이 우선 고려 되어야 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의사입니다. 과정은 순탄치 않지만, 결국에는 의사는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작게는 환자를 치료하고 크게는 이 사회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입니다.

    다른 모든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1번의 이유로 저는 이번 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이 정책은 기껏해야 향후 10년 정도만 보랏빛 향기로 기억 될 정책입니다. 그 이후의 암울한 행보는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미래세대에게 이런 빅엿 폭탄을 선사하고 싶지 않은 사람입니다.

    모든 비급여가 급여화 된다고 하여 국민들이 받는 의료서비스의 문제가 대부분 풀릴 것이라고 착각하고 살아가는 짧고도 긴 10여년이 흐른 어느 날, 뉴스에서 들려오는 건강보험재정이 파탄 나버린 대한민국을 맞이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러한 일이 생기면, 이제 누가 그 문제를 책임져야 할 까요? 누구에게 이 문제를 떠넘겨 정부는 해결하려 할까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의사들은 알 것입니다. 그리고 알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날아오는 13만개의 서슬 퍼런 총알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그래도 큰 소란 없이 조용히 지나가는 이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급여화 정책을 소개하며 정부의 좋은 정책들도 많이 들어 있습니다. 국민을 향한 정권의 의지에 박수를 보냅니다. 개인적으로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책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실현은 미래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당장 10년만 행해지다 돈 잡아먹는 벌레가 되었다며 쓰레기통에 박히는 정책이라며 나중에 욕하지 않기를, 그리고 지금도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의료계를 떠나지 않는 젊은 의사들이 USMLE, JMLE를 준비하며 영어공부, 일어공부하며 한국에선 도저히 의사짓 못해먹겠다며 떠나야겠다는 비관론이 대세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