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병원 변경을 병원장이 아닌 복지부 수련평가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한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전공의 권리 보호와 불합리한 사례를 방지할 수 있어 필요한 법안이라는 찬성의 입장도 있지만, 제도의 오남용 및 쏠림현상 등의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은 전공의 권리를 보호하고 수련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수련병원장이 수련병원 지정 취소나 부득이한 사유로 전공의가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계속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면 다른 수련병원으로 이동수련이 가능하다.
최도자 의원은 "지금은 수련병원 변경에 대한 조치를 해당 병원장의 재량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어 전공의가 수련병원에서 지속적인 폭언, 폭력 또는 성폭력 범죄에 노출되는 등 수련이 곤란해도 다른 수련병원으로 옮기는 조치를 강제하기 어렵다"면서 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22일 "최 의원의 법안 발의가 전공의법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개정안"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전협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동수련이 절실한 전공의가 병원의 허가를 받지 못해 대전협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면서 "결국 불합리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수련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례도 많았다"고 강조했다.
대전협 기동훈 회장은 "이런 경우 전공의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면서 "전공의 법이 존재하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발족한 이유가 이러한 폐쇄적인 수련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기동훈 회장은 "무조건 허가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해당 수련병원장이 주관적으로 해석했던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번 개정안이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개정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모 학회 수련이사를 맡고 있는 A교수는 "전공의 수련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려는 취지는 합당하지만 지금도 문제가 생기면 수련병원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학회와 병원협회 신임위원회에 요청하면 변경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A교수는 "폭언, 폭력 또는 성폭력 범죄로 인해 고통 받는 전공의들은 이동수련이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고 제도가 무분별하게 시행된다면 업무 공백 등으로 인해 환자 안전에도 위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모 학회 임원을 맡고 있는 B교수도 전공의 보호와 합당한 수련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여러 문제가 뒤섞일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B교수는 "수련병원을 이동할 때 이동할 병원이 마땅한지, 받아줄 수 있는 환경이 되는지 등 여러 파생되는 문제들 또한 제대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수련병원들은 보통 정원에 맞춰 전공의들을 뽑고 있어 이동을 원하는 전공의가 많다면 이 또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B교수는 "지금도 일부 수련병원으로 전공의들이 몰리고 있어 만약 개정안으로 수련병원 이동이 손쉽게 된다면 지방 등에서는 전공의 불균형이 더 심화될 수 있다"면서 "수련평가위원회에서 어느 정도 공정성을 가지고 허가를 낼 것인가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