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정책에 대해 “관행 수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 구조로 의료를 위축시키는 사실상 퇴출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정부는 도수치료를 1회 가격 4만원대, 연 15회 기준으로 제한해 관리급여로 편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개원가 도수치료 평균 가격이 11만원대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반토막이 나는 셈이다. 정부는 5월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가격을 확정할 예정이다.
의협은 27일 오후 6시 ‘관행 수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도수치료,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관리급여 도입 중단과 재논의를 촉구했다.
김태우 의협 회장은 이날 “정책의 의도가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현재 도수치료 관리급여 정책은 의료 현장의 현실과 임상적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비용 통제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행 수가에 크게 못 미치는 저수가와 과도한 본인부담 구조는 정상적인 진료 환경을 위축시키고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의료 정책은 재정 논리나 행정 편의만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태현 의협 보험부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 없이 관리급여 고시 개정을 강행하려는 것은 일방적 결정”이라며 “이는 국민의 치료 선택권과 의료 접근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수가 수준과 본인부담 구조를 문제 삼았다. 이 부회장은 “논의되는 수가는 실제 의료 현장의 관행 수가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며 치료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 비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기에 95%에 달하는 높은 본인부담률까지 적용되면 환자 부담은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수가 체계가 지속되면 양질의 의료기관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의료의 질 저하와 환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도수치료는 근골격계 질환, 만성 통증, 수술 후 재활 등에서 필수적인 치료”라며 “획일적 이용 제한은 질환의 만성화와 중증화를 초래해 오히려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과목 단체들도 현장 우려를 강조했다. 최순규 대한신경외과의사회 회장은 “관리급여가 되면 현실적으로 유지가 불가능한 비용 구조 때문에 도수치료는 퇴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결국 꼭 필요한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불필요 의료’ 논란에 대해 “도수치료는 해외에서도 역사적으로 검증된 치료 영역”이라며 “의료적 판단이 아닌 경제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용호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수석부회장은 실손보험과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그는 “3~4만원 수준의 비용으로는 정상적인 도수치료가 불가능하다”며 “이 정책으로 이익을 보는 쪽은 결국 민간 보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돌아간다”며 “환자는 필요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의료진은 적정 진료를 제공할 환경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김인종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수석부회장은 일부 비급여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정책 방향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도수치료에서 일부 과잉 문제는 의료계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해결은 현실적인 수가 인정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적정 수가가 보장되면 자정 작용과 정부 지침 협조도 가능해진다”며 “현재 관리급여 방식은 순기능을 제한하고 풍선효과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