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위헌 논란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10일 "이제 젊은 의사들의 사명감에만 기대기 힘든 상황"이라며 의료사고 형사특례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은 중과실이 없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중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손해배상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형사기소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환자단체와 법조계 등을 중심으로 법안의 실효성과 위헌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신현두 과장은 이날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이 주최한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의 의미와 과제'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법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이 56조에 기소 제한 특례다. 그러나 특례는 일반적인 의료행위가 아닌 필수의료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의사가 환자를 돕기 위한 행위 과정의 과실을 처벌해야 하는가에 대한 부분이고 미국 켄터키주 입법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우리 사회가 이제 고위험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을 바라볼 때 존경심과 어느 정도 사회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성형외과나 정형외과 수술 과정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이 곳들은 대부분은 의원급으로 돈은 잘 벌지만 그만큼 급하게 하다 보니 안전 수칙을 잘 지키지 않은 부분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고위험 필수의료를 하는 교수들은 정말 가난하다. 월급도 얼마 받지 못한다"면서 "그럼에도 내가 치료하는 환자에 대해 최선을 다했다는 보람으로 산다. 이 부분을 우리 사회가 충분히 고려해야 우리나라 의료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된다. 단지 '환자 권리가 중요하니 과실이 있는 의사는 다 처벌하자'고 한다면 필수의료 의사 입장에선 피부미용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변화하고 있는 의료계 내부 분위기도 언급됐다.
신현두 과장은 "나이가 있는 의사들은 사명감이라도 있지만 젊은 세대일수록 바뀌고 있다. 이는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일하고 힘든 업무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젊은 의사들은 전공을 택할 때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신과를 선택하지 의료사고가 많이 나는 힘든 과는 선택하지 않는다. 이런 위기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순 있어도 강제로 물을 마시게 할 순 없다. 새롭게 의사가 되는 이들 중 이미 '그게(필수의료) 뭐가 중요해, 내 인생이 더 중요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복지부에서 느끼는 것도 우리나라 소아과, 소아 중환자실 등이 정말 위험한 상황이다.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단순히 반의사 불벌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현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의사들을 (필수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설득하려면 우리 사회가 필수의료 행위를 하는 의료인들을 존중하고 일부 실수에 대해선 어느 정도 용납하겠다는 대승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지나치게 의사의 형사적 부담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들이 제기됐다. 더 나아가 임증책임 전환을 요구하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 의료인권소위원회 이정민 부위원장(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변호사)은 "형사책임의 완화가 곧바로 공소제한 특례의 도입으로 이어져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의료인의 형사책임이 필수의료 위기의 주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공소제한 특례가 필수의료 회복이라는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인지도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소제한 특례는 환자의 사망 또는 중대한 신체손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중대한 과실 여부를 심의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사실적・기술적 사항만을 심의하는 시민참여형 준사법위원회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양대학교 송기민 교수(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는 "의사 형사특례를 논의하려면 먼저 입증책임전환원을 함께 도입해야 한다. 또한 중대한 과실을 12가지로 한정해 열거하는 것은 실제 의료사고를 누락할 위험이 존재한다. 실제로 의료현장의 과실은 검사결과 미확인, 환자 인계 실패, 감염관리 위반, 전자의무기록 오류, 의료기기 경보 무시, 인력 부족, 기록 변조 등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