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2021년도 요양급여 비용계약을 위한 수가협상 막이 올랐다.
지난 8일 열린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각 의약단체장 상견례를 시작으로 이번 주부터 각 단체별 유형별 수가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수가협상 화두는 ‘코로나19’다. 의료계는 코로나19로 가중된 의료기관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수가협상에 적극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의 건강보험료 상승, 건보 재정 등의 이슈와 맞물리며 올해 수가협상도 진통이 예상된다. 공급자단체들이 매년 지적해 온 협상 방식 문제도 개선될지 관심이 커진다.
“코로나19, 겪어보지 못한 의료재난...수가협상 반영돼야”
일반적으로 유형별 수가협상은 전년도 진료비 증가율을 토대로 진행된다. 의료계는 이러한 통상적인 협상 과정을 넘어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까지 종합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 살리기 TF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역 중소병원의 3월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30% 이상 급감했다고 토로했다.
박홍준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은 “작년에는 만성적이고 비정상적인 수가에 대해 접근했었는데 올해는 여기에 더해 역대 겪어보지 못했던 의료 재난이 같이 왔다”며 “앞으로의 의료 이용 형태조차도 흔들 수 있는 큰 변화를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사회·경제 전반도 어렵지만 코로나 이슈가 의료계에 상당히 중요하게 다가왔다”며 “기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평균 이하 수가 개선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현재 의료 상태를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로 건강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도 배제할 수 없어 협상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의료계의 어려움도, 보험료를 내는 국민의 어려움도 크기 때문에 쌍방 간 여러 가지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입장, 의료계 입장을 고려해가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깜깜이 협상’ 방식 개선도 과제...“밴드 규모 공개해야”
일명 ‘깜깜이 협상’도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그간 수가협상 과정에서 공급자단체들은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설정한 추가재정소요분(밴드) 안에서 유형별로 인상률을 결정하는 현행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가능한 목표 진료비 증가율)모형 개선도 과제다.
한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의약단체 쪽에서 지속적으로 밴드 규모 공개를 요청해왔다”며 “밴드를 공개해 예측 가능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도 지난 8일 열린 상견례 자리에서 “지난 해 아침 8시가 돼서야 수가협상이 끝났다. 당시 밴드 규모가 5000억원이라고 했는데 하루 사이에 1조4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며 “하루에 밴드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난다면 어느 공급자단체가 협상을 빨리 하겠나”고 강조했다.
이에 건보공단도 지난해부터 ‘2021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를 통해 협상 과정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번 연구에는 △2021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산출·고도화 △요양급여비용 계약 시 활용 가능한 객관적 근거자료 구축 △요양급여비용 계약제 평가·개선방향 제시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강청희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최근 출입기자협의회를 통해 “2021년도 수가협상이 개시되는 시점에서는 연구용역의 중간결과에 기반해 진행되므로 기존 방식의 보완 수준에서 적용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며 “물론 가입자, 공급자 간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의 기초자료 생성과 반영이 선행돼야 하므로 장기적인 검토가 남아있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2021년도 수가협상은 국민건강보험법상 5월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마무리돼야 하지만 올해는 5월 31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6월 1일에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