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료비 증가세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현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면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피할 수 없다. 이에 필수 영역에 한해 국가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는 24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개최된 '2024년 제40차 의학교육 학술대회'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의 미래는 어떨까?'를 발제했다.
이날 정 교수는 "지금의 위기는 격차 때문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 이를 가지지 않은 사람의 경제적인 격차로 사람들이 의대 진학을 선호한다. 의료계 안에서는 필수의료와 타 진료과 종사의 격차가 존재해 필수의료의 위기, 의료계의 위기가 발생했다"며 "상대적인 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이같은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 교수는 증원 정책보다 다른 효과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필수의료 위기라는 것은 필수의료를 할 사람이 부족한 것이지, 전체 의료 인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대 간의 격차도 존재한다"며 "우리나라의 많은 보장 시스템이 위기를 맞았다. 현재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건강보험 역시 미래가 암울하다. 시간이 지날 수록 돈을 버는 사람은 줄고 돈을 써야 하는 사람은 증가한다. 부양비를 의료의 관점에서 재구성해봤을 때 돈을 버는 사람 1명은 1.2명의 의료비를 내야 한다. 2050년이 되면 2.5명의 의료비를 내야 한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세대 간 관점에서 젊은 세대가 월급의 몇 %를 쏟아야 이러한 보장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다. 실제로 이를 추계해보면 2055년 국민연금 25%, 건강보험료 15%를 내야 우리 세대를 부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교수는 의료와 의료이용에 대한 관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그간 우리나라는 국민의 모든 의료 수요를 충족하기 위래 노력했고,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적정한 가격으로 병원에 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당시 인구 구조가 좋았고, 경제가 꾸준히 성장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미래 인구 구조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젠 국민에게 솔직히 말해야 한다. 국민에게는 병원을 쉽게 갈 수 없다, 의료인에게는 예전만큼의 의료시장 성장률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필수 영역에 대해서만 국가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 등이 필수 의료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수의료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정 교수는 "필수의료의 정의를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의학적 필요와 사회적 가치로 필수의료를 정의해야 한다. 필수적인 것과 아닌 것을 먼저 구분한 다음 회색지대에 있는 의료는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색지대에 있는 의료는 국민과 의료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신호를 줘야 한다. 현재 우리 의료 시장을 살펴보면 실손보험 등으로 인해 가격적인 신호가 무너졌다. 실손보험을 지금처럼 유지한다면 공급자(의료인)는 공급을 늘리고 이용자(국민)는 의료 수요를 늘릴 것이다"라며 "이 때문에 실손보험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뿐 아니라 국민에게 적정 부담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