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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못 받는 응급실 현실 외면한 희생양 찾기”…응급의사회, 대구 응급의료진 검찰 송치 반발

    “행정처분이 형사처벌 길잡이 됐다” 비판…“응급실 수용 판단, 중대과실 제외·면책 명문화해야”

    기사입력시간 2026-06-16 14:20
    최종업데이트 2026-06-16 14:2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2023년 대구에서 발생한 10대 추락 환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응급실 근무 의사 2명이 검찰에 송치되자, 응급의학의사회가 “응급의료의 구조적 문제를 개별 의료진에게 전가한 희생양 찾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6일 ‘대구 응급의료진 검찰 송치에 대한 입장’ 성명서를 내고 “보건복지부의 기만적인 행정처분이 결국 현장 의사를 옥죄는 사법적 단두대가 됐다”며 “현실을 외면한 수사와 표적 기소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구경찰청은 이날 2023년 3월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환자가 대구 지역 병원 응급실에서 수용되지 못한 끝에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당시 응급의학과 전공의였던 A씨 등 대형병원 소속 의사 2명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해당 환자는 당시 구급차로 이송됐지만 병상과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여러 병원에서 수용되지 못했고, 약 2시간가량 병원을 전전하다 숨졌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대구파티마병원,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4곳에 정당한 사유 없는 환자 수용 거부를 이유로 보조금 지급 중단 처분을 내렸다.

    이에 병원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일부 병원은 1·2심에서 패소했고, 계명대동산병원은 1심 승소 후 최근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며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응급의사회는 이번 검찰 송치가 보건당국의 행정처분과 행정소송 결과에 기댄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보건복지부는 2024년 9월 지침에서 인력·시설·장비 부족으로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으면 진료를 미루거나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것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며 “그런데도 경찰은 의사를 검찰에 넘겼고, 정부가 병원에 내린 행정처분과 법원 판결이 의사에게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는 근거로 쓰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벌 규정이 없으니 걱정 말라던 정부의 말과 달리 행정 제재가 사실상 형사처벌의 길잡이가 된 셈”이라며 “이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면 응급실이 환자를 받기는 더 어려워지고 응급·필수의료를 떠나는 의사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사가 3년 가까이 이어진 끝에 병원들의 행정소송 패소 이후 형사 송치로 이어진 점도 문제 삼았다.

    의사회는 “이 사건 수사는 3년 가까이 뚜렷한 결론 없이 미뤄졌지만, 병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직후 형사 송치로 방향을 틀었다”며 “의학적 판단을 따져 내린 결론이라기보다 앞선 행정·법원 결과에 올라탄 결정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응급실 환자 수용 여부는 단순한 접수 거부가 아니라 현장 상황을 종합해 내리는 고도의 의료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사회는 “특정 환자를 응급실에 수용할지 여부는 단순한 행정적 접수가 아니다”라며 “응급실 내 중환자들의 실시간 상황, 가용한 배후 진료 인력, 수술 및 중환자실 가능 여부, 장비 한계를 종합해 내리는 최종적인 의학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종 치료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자를 받아놓고 시간을 끄는 것이야말로 환자를 가장 위험하게 만드는 행위”라며 “수용이 불가능함을 신속히 알린 현장 의료진의 의학적 결정을 범죄로 규정하는 순간 대한민국 응급의료 체계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고 밝혔다.

    응급의사회는 현재 논의 중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역시 응급실 수용·전원 판단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정부와 국회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논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현장의 정당한 판단을 ‘이유 없는 거부’로 낙인찍고 중대과실로 몬다면 어떤 특례법이 생겨도 응급실 의사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응급의료법상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법이 있지만, 정작 환자를 받을지 판단한 응급실 의료진은 이 보호에서 빠져 있다”며 “특례법은 적어도 응급·필수의료에서 환자를 받을지, 다른 병원으로 보낼지 판단한 경우만큼은 나중의 결과가 아니라 당시 현장 상황과 지침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책임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의사회는 검찰에 이번 송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부족한 수사를 보완하거나 혐의 없음으로 바로잡을 것을 촉구했다. 또 복지부에는 현장이 신뢰할 수 있는 명확한 ‘정당한 사유’ 기준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응급실 현장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과 환자 수용 결정을 중대과실에서 제외하고 면책을 명문화하는 실질적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요구했다.

    의사회는 “이번 사건으로 부당한 사법적 압박을 받고 있는 동료 의사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의료진의 정당한 의학적 판단이 범죄와 중대과실로 둔갑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