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제안한 대선 보건의료정책 중 ‘전문의원’과 '회복병원'에 대해 비판 의견이 나왔다. 전문의원은 의원을 두 개로 나누자는 것으로 의료계의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복병원이나 재택의료 역시 아직 충분한 논의 없이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하지만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기존의 수가가 아닌 별도의 가산 수가를 위한 것이고 다양성을 존중해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정책 제안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회복병원·요양의원 신설하고 전문의원 별도 분류"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대선 보건의료정책 어젠다에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제도 정비를 위해 규모 중심에서 기능 중심 의료전달체계로 전환하고 회복병원, 요양의원 등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연구소는 “의료기관 규모에 따른 기존 1-2-3차 의료전달체계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다양한 ‘의료 및 돌봄’서비스 제공이 불가하다. 의료기관을 질병의 시기와 생애 전주기를 고려해 기능별 특성에 따라 초급성기-급성기-회복기-만성기 의료전달체계로 전환하고, 기능 중심 의료전달체계를 통해 지역 의료체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한 “외과적 수술 후 또는 내과적 질환이나 뇌척추신경계 질환 등에 대한 급성기 치료는 전문병원과 전문의원이 맡는다"라며 "건강 회복을 위해 수술 후 처치, 내과적 치료, 재활치료 등 회복기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회복병원의 종별 신설이 필요하다. 시・군・구 단위마다 200병상 규모로 1곳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연구소는 “지역병상계획에 따른 기능별 병상 공급 및 조절을 위해 고령화시대의 병상 수요에 맞춰 점진적으로 급성기 병상을 축소하고 회복기 병상 수를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해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병상수급계획을 마련하고, 수급계획을 초과하는 무분별한 병상의 증설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일차의료 의사가 환자와 친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형성해 신뢰를 유지하고 국민의 건강지킴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며 “요양병원보다 시설・인력・장비 기준을 완화해 의원급에서도 장기요양 환자를 일정 부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대개협 "전문의원은 의원을 두 개로 나누는 정책"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정책을 비판하며 “의협은 회원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의협이 제안하고 혹시라도 대통령이 정책 제안을 선택한 다음 나중에 못하겠다고 하면 신뢰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
김 회장은 “모든 의원이 평등할 필요는 없고 잘하는 의원 10%가 전문의원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것이 의협의 생각이다”라며 “하지만 과거에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전문의원을 별도로 두면서 일반의원에 병실을 모두 없애고 폐기하자고 하면서 논란이 있었다. 전문의원이라는 단어는 의원을 두 개로 나누자는 정책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의원을 두 개로 분할시킨다는 것이 회원들에게는 생소한 데다 문제가 될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의 또 하나의 모형이 생겨서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회복병원 등을 비롯해 일본 제도 그대로를 따와서 제안하는 것도 다소 시기상조다”라며 “회복병원이나 재택 의료 등의 개념이 많이 나오는데 의료계 내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분명히 답변 가능한 정책을 제안해야 한다”라며 “원가 이하의 수가인상을 제안해야 한다. 또한 고의과실이 아닌 의료사고에서는 의사 구속을 막아서 소신진료를 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특례법을 제정해달라는 등의 요구여야 한다”고 했다.
좌훈정 기획부회장도 “일반의원과 전문의원을 분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구체적인 대안은 조금 더 큰 틀에서 의료전달체계의 모델을 만들고 이를 담보한 다음에 나와야 한다. 개원가와도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했다.
의료정책연구소 "고령화 시대 대비한 정책 제안 필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전문병원은 일부가 참여하는 것이며 의사들이 스스로 평등의 늪에 빠지면 안 된다. 이제는 철학을 바꾸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잘하는 병원들에는 가산을 해야 한다. 이미 기존의 수가를 빼오는 것이 아니라 가산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소장은 “의협 상임이사회에 이어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도 충분히 설명을 하고 회의를 했다. 대개협만 우려하는 것이고 기우가 아닐까 싶다”라며 "중소병원의 폐업률이 일반 법인사업자보다 더 높아 의원들보다 더 심각한 상태이고 살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소장은 “회복병원 제도는 2019년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에 포함돼있다. 의료기관을 기능별로 급성기에서 회복기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연구소 차원으로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제시했다”라고 했다.
이어 “기능별로 전달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복지부가 인정했고 그 방향이 맞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가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라며 “OECD 국가의 재활병상 평균이 9%이고 요양병상은 12%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 병상처럼 재활의 개념이 지금과는 다르게 의료 전체에 대한 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야 하고 회복병원과 요양의원 등의 대비가 필요하다. 김윤 교수 주장처럼 단순히 생존율을 따져선 안 된다”라며 “일본의 고령인구가 28%이고 우리나라 16%인데, 현재 일본은 심각한 입원대란에 빠져있다. 우리나라도 5년 뒤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제도를 설계하고 의료정책연구소가 미래 화두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