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다음달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에 진료기록, 초음파 검사료, 주사료, 도수치료, 예방접종료 등 의원급 564개 항목의 비급여 진료비와 진료 횟수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의료계는 의원급 비급여 관리의 시작으로 또 다른 핵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4일 심평원은 보건복지부 고시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에 따라 전국 6만5464개 의원급 의료기관(의원, 치과의원, 한의원)에 대해 10월 6일부터 19일까지 564개 비급여 자료를 제출하도록 공지했다.
의료법 제45조의2 및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비급여 진료비용 현황을 조사하고 공개하도록 할 수 있다. 원래 비급여 현황조사 항목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 병원급 중심의 340개 항목이었지만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30일 고시 개정을 통해 의원급 564개 항목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시범사업으로 시작하며 내년 1월1일부터 의무화된다.
새롭게 개정된 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현황조사․분석 및 결과 공개 항목을 다빈도, 고비용,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항목 등을 추가하도록 했다. 국민들의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알 권리와 의료기관 선택권을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나왔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제출해야 하는 항목은 지난해 비급여 금액과 해당 금액에 따른 실시횟수다. 제출하고자 하는 항목의 현재금액과 전년도 금액이며, 금액이 다양하면 금액별로 각각 제출해야 한다. 실시횟수는 지난해 해당 금액에 따른 실시 횟수를 입력해야 하며, 만약 금액이 다르다면 금액에 따른 실시횟수를 별도로 입력해야 한다.
심평원은 공지사항과 유튜브 등을 통해 비급여 자료 제출 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심평원 요양기관업무포털을 통해 비급여 진료비용 송수신시스템에서 이를 제출하면 된다. 의료기관 홈페이지 상에서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고 있는 실제 홈페이지 주소도 입력하도록 했다. 비급여 항목이 이번 공개항목에 포함되지 않으면 미실시기관으로 별도로 제출하도록 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제출해야 하는 주요 비급여 항목을 보면 진료기록 사본, 제증명서 사본, 채용신체검사서, 예방접종료, 치료재료, 초음파 검사료, 진정내시경 환자관리료, 도수치료, 알레르겐 면역요법, 모발이식술료, 굴절교정렌즈 등이다. 치과의원에서는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 치과임플란트, 잇몸웃음교정술, 크라운 등이며 한의원은 약침술, 추나요법 등이다.
심평원의 이 같은 비급여 자료제출은 올해 4월 심평원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포괄적 의료보장관리체계 실행기반 마련 연구'를 기반으로 한다. 당시 보사연 연구팀은 급여화 확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비급여 관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정보공개 확대, 표준코드 관리방안 등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제도의 외연을 확장하고 내실화를 위해 그 대상을 의원급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 접근성이 가장 높은 의료기관인 의원이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 대상에 포함됐을 때 환자 입장에서 더욱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의원급 공동 비급여 항목을 추가 발굴하고 코드 표준화로 의원급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일부 진료과에서 발생빈도가 높은 비급여 중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항목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대해 비급여 비중이 높은 의원급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급여 자료 제출 다음에는 비급여 가격 통제와 비급여 심사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급여 가격 표준화에 이어 실손보험 청구와 연계해 비급여를 정부 통제에 두겠다는 속셈”이라며 "현 제도상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치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국가 재정을 고려한다면 비급여는 필수적이다. 비급여 통제는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