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조선대학교 의과대학이 지역의사제 시행에 대비해 입학부터 교육·임상실습·수련·의무복무까지 전 과정을 연결하는 지역의료 인재 양성 모델을 제시했다.
이번에 제시된 교육모델은 본격적인 지역의사 양성을 앞두고 지역의대에서 제시된 최초의 구체적인 커리큘럼이다.
조선의대는 28일 오후 조선대학교에서 ‘지역의사제 정책 포럼’을 열고 지역의사제의 제도적 구조와 대학의 대응 방향, 지역의료 연속성 교육 플랫폼 구축 방안을 공유했다.
지역의사제는 서울을 제외한 9개 권역 의과대학이 입학정원의 일정 비율을 별도 전형으로 선발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교육·생활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역의사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은 졸업 후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근무하는 것을 조건으로 의사면허를 받게 된다.
제도는 단순히 별도 입학전형을 신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선발 이후 의학교육과 임상실습, 수련, 의무복무까지 연결되기 때문에 대학이 학생의 성장 과정과 졸업 이후 진로를 장기간 추적·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조선의대 측의 설명이다.
2027학년도 지역의사선발전형의 전국 선발 예정 인원은 490명이다. 이 가운데 광주권에는 50명이 배정되며, 전남대학교가 31명, 조선대학교가 19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조선대 선발 인원은 전남 6개 중진료권 모집 13명과 광주·전남·전북을 대상으로 한 광역 모집 6명으로 구성된다.
‘1학생·1병원·1멘토’ 교육 플랫폼
조선의대가 제시한 핵심 대응 모델은 ‘지역의료 연속성 교육 플랫폼’이다. 즉, 학생들이 의대 재학 기간 동일 권역과 지역병원에서 반복적으로 교육받고, 졸업 후 지역 수련과 정착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종단형 교육체계다.
해당 교육체계는 지역사회 조기 노출, 종단형 교육, 1학생·1병원·1멘토 체계, 지역수련 연계, 지역정착 지원을 핵심 전략으로 삼는다. 기존 의학교육의 단기·순환형 실습만으로는 학생이 지역의료 현장을 지속적으로 경험하거나 지역사회와 관계를 형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종단형 양성 트랙은 크게 ▲예과 1·2학년: 지역병원 몰입형 캠프(Immersion Camp) ▲의학과 1·2학년: 지역의료 프로젝트 기반학습(PBL) ▲의학과 3·4학년: 대학 지정 지역병원 임상실습 ▲졸업 이후: 지역 수련 및 지역 정착 연계, 총 네 단계로 구성된다.
조선의대 최석 부학장은 “입학 초기부터 지역병원과 학생을 연결하고, 예과와 본과, 임상실습을 거쳐 수련 단계까지 관계를 누적해야 지역의료에 대한 소속감과 진로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과부터 지역병원 반복 경험
예과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병원 몰입형 캠프는 방학 중 1주일씩 총 네 차례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예과 1학년 여름과 겨울, 예과 2학년 여름과 겨울에 동일 지역병원을 반복 방문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병원 투어와 의료진 만남을 시작으로 외래·병동·응급실 관찰, 보건소·소방·요양시설 방문, 지역사회 의료문제 토론, 다빈도질환 미니 케이스 학습 등에 참여한다. 동일 병원을 다시 방문해 지도전문의와 상담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전라남도의사회는 지정병원 추천과 지도전문의·멘토단 구성, 지역의사 특강, 현장 프로그램 조정을 지원한다.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는 캠프 운영비와 숙박·교통·식비, 학생보험, 지역문화 체험, 장학 및 정착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최 부학장은 “단순 견학이 아니라 학생과 병원 사이에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라며 “예과 단계에서 구축한 병원·멘토 관계를 의학과 진입 이후에도 이어가 지역 임상실습과 진로 선택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지역의료 문제 중심 학습(PBL) 도입…지역병원 임상실습 의무화
의학과 1·2학년에는 전공선택 1학점 규모의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또는 ‘지역 헬스케어PBL(Regional Healthcare PBL)’ 교과목을 운영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은 지역병원과 지역사회의 의료문제를 직접 조사하고 분석한 뒤 해결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교과목은 15주 과정으로, 초반에는 지역 다빈도질환과 필수의료 전달체계, 연구윤리와 인터뷰 방법 등을 학습한다. 이후 지역병원 현장조사와 의료진 인터뷰, 환자 흐름 및 진료과 운영 관찰을 진행하고 조사보고서와 발표자료를 작성한다.
임상실습은 기존 학생 자유 선택 방식에서 대학 지정 지역병원 실습으로 개편한다. 전체 학생이 의과대학이 지정한 지역병원에서 일정 기간 실습하도록 해 지역의료 현장 경험을 표준화한다는 취지다.
실습병원은 기존 20개 지정 임상실습·수련병원에 전라남도의사회가 지정하는 병원을 추가해 확대한다. 대학은 병원별 교육책임자를 지정하고 공통 실습목표와 평가도구를 적용할 예정이다.
전체 의대생들은 52주 임상실습 과정에서 3학년 1학기와 2학기 각각 1주씩 지역병원 선택실습을 이수한다. 지역의사제 학생은 여기에 더해 4학년 1학기 동일 권역 병원에서 2주의 심화실습을 추가해 총 54주의 임상실습을 수행하게 된다.
심화실습에서는 외래·병동·응급의료 현장 관찰, 지역 다빈도질환 사례학습, 지역 내 환자 전원·회송체계 이해, 필수의료 진료과 경험, 진로 및 수련 멘토링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선의대 안영준 교수는 “의대가 지역병원 실습을 통해 학생들이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의 진료체계뿐 아니라 지역병원의 환자 구성과 의료전달체계, 필수의료 제공 현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병원을 ‘교육병원’으로 전환해야
이번 포럼에서는 지역의사제의 성공 여부가 학생 선발 규모보다 지역병원과 실습체계의 준비 수준에 달려 있다는 문제의식도 공유됐다.
지역병원이 단순히 학생을 배정받는 기관에 머물지 않고, 학생의 성장과 진로를 지원하는 ‘교육병원’으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석 부학장은 “병원별 교육책임자 지정, 공통 실습목표 마련, 학생 평가와 피드백 체계 구축, 지도전문의와 멘토단 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관별 역할도 제시됐다. 조선의대는 학생 배정과 시간표 편성, 교육과정 운영, 공통 평가도구 마련, 포트폴리오 관리와 교육의 질 관리를 담당한다. 한편 전남도의사회는 지역병원 네트워크와 지도전문의·멘토단, 공동발표회 운영을 맡는다.
지역병원은 임상현장 교육과 학생 피드백, 환자 경험과 사례관리 교육을 담당한다. 또한 광주·전남 지방자치단체는 캠프와 실습 운영비, 숙박·교통·보험, 장학금과 정착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구조다.
전남의사회 최운창 회장은 "지역의사제에 있어 전남의사회 역할 등이 필요하다는 내용에 공감한다. 그동안 지역병원 실습 교육 과정이 앞으로 지역의사제에선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임상적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과 지역 전문의들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멘토링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실습이 단순히 '맛집투어'가 돼 버렸다는 일부 사례도 전해 들었다. 지역의사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실습을 담당하게 될 지역병원들이 교육 책임자를 꼭 선정해야 한다. 전남에 6개 권역 중심 교육 거점병원을 선정하려고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실습에 따른 수당 지급 등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의대 김상훈 학장은 “지역의사제는 단순히 10년 의무복무를 하는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다. 10년의 의무복무 기간이 끝난 뒤에도 지역에 남아 진료를 이어가는 의사를 양성하려면 재학 중부터 지역사회와 병원에 대한 소속감, 지역의료에 대한 전문성, 지역 안에서의 경력개발 가능성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학장은 “이를 위해 대학은 지역병원과 졸업 이후 지역 정착 경로를 연결하고, 지자체와 의사회는 장학·주거·생활·정착 인센티브와 지역 의료인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이남희 건강증진과장은 "지역의사제 정착을 위해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보인다. 아직 보건복지부를 통해 관련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받지 못했지만 전체 틀이 정해지면 이에 발맞춰 대학, 취약지병원, 의사회 등과 협력해 도울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