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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과장이 의사가 아닌 간호사라고요? 내 목숨 담보로 하는데 설마?"

[칼럼] 김재환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

기사입력시간 21-09-11 07:16
최종업데이트 21-09-11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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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글은 13일까지 입법예고된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대한 규칙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환자의 사례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나이 60이 지나 퇴직 후 손녀 보는 일을 낙으로 삼던 연철씨에게 최근 들어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한동안 소화가 잘되지 않고 속이 쓰린 증세가 있어 병원에 갔더니 위암이란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았다. 한순간 눈 앞이 노래졌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초기 위암이어서 수술만 잘 받으면 완치가 가능하다고 해 조금은 안심이 됐다.
 
타지역에 사는 마취과 의사로 근무하는 조카가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까 하다가, 다니던 집 근처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수술이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고, 마취에서 못 깨어나면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흉흉한 소리가 들려 걱정이 됐다. 조카에게 전화를 걸어 “동네 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여기 외과의사와 마취과의사는 믿을만 할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조카는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수술이나 마취를 시키는 대리수술과 대리마취가 있을 수 있으니 수술과 마취를 담당할 외과 과장과 마취과장이 의사는 맞는지, 전문의가 맞는지 먼저 확인을 해 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수술동의서와 마취동의서를 작성할 때 각각 담당의사의 실명을 기재하고 설명하지 않으면 벌금 300만원에 처하게 돼 있으니 서류를 잘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수술이나 마취를 시키면 어떡하느냐고 걱정했더니,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로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돼 있으니 걱정말라고 했다.
 
조카의 말을 들은 연철씨는 병원에 들러 외과 과장을 만나 외과 전문의는 맞는지, 수술은 얼마나 많이 했는지 물어보고 조금은 안심이 됐다. 들른 김에 마취과장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지금 수술실 근무여서 당장은 어려우니 수술할 때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병원 안내데스크의 설명을 듣고 집에 왔다.
 
주말에 손녀를 데리고 온 딸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최근 의사도 부족하고 간호사도 전문이 있으니, 마취전문간호사에게 마취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보건복지부 앞에서 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의사인 조카는 마취와 수술은 의사만 할 수 있게 법에 돼있다고 했는데 무슨 말이냐고 딸에게 되물었더니 정부가 규칙만 바꾸면 된다며 간호협회와 마취간호사회가 규칙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연철씨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법에 수술과 마취는 의사가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법이라는데 규칙을 바꾸면 간호사도 할 수 있게 된다고? 법과 규칙이 뭔지 몰라 불안해진 연철씨는 다시 조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조카는 일부 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사람이 마취과장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 잘 알아보시라는 말을 했다.
 
연철씨는 저번에 병원에 들렀을 때 만나지 못했던 마취과장이 의사인지 확인을 못한 게 마음에 걸렸지만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조카도 마취과전문의가 6000여명, 마취과전공의가 800여명 있는데, 마취의사가 모자란다고 200여명의 마취전문간호사에게 설마 마취를 시키겠느냐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연철씨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내 목숨 담보하는 마취를 간호사에게 시킬까? 설마 마취를 간호사가 하더라도 내 동의도 받지 않고 의사도 아닌 마취과장이 내 마취를 하지는 않겠지? 60 평생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성실히 살아오고, 한평생 국가에 세금을 내며 애국해 온 나도 모르게 국가가 규칙으로 법을 어기는 일은 하지 않을거야. 이제는 국가가 나를 지켜주겠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는 조카의 말에 위안을 얻고, 설마 의사도 아닌 마취과장이 내 동의도 없이 마취를 하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에 연철씨는 다시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음 주에 받기로 한 수술에서 건강히 회복해서 손녀와 다시 즐겁게 지낼 생각을 하면서 연철씨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설마??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