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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예방법 고쳐도 현장 인력·예산 없으면…“생명 지킬 투자 늘려야”

    이화영 센터장 예산 확대 촉구…조근호 회장, 의원·지역사회 연계 강조

    홍현주 교수 "청소년 심리부검, 전문 인력·분석 조직 갖춰야"

    기사입력시간 2026-11-04 18:59
    최종업데이트 2026-11-04 18:59

    4일 열린 '자살예방법 개정 및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심포지엄'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와 국회가 국내 자살률 감소를 위해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현 정책의 각종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자살예방법안을 발의하고 있지만, 이를 수행할 전문 인력과 조직,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자살 예방 정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4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자살예방법 개정 및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심포지엄'에서 제22대 국회에 발의된 6개의 개정 법률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대대로 높은 자살률로 역대 정부들이 자살률 감소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법률을 제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24년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28.3명에서 2025년 자살률은 27.8명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고, 2026년 상반기 자살 사망자도 전년 동기 대비 11.8% 줄었다.

    문제는 10대 자살률이 2014년 4.5명에서 2023년 7.9명으로 75.6% 증가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체 자살률이 감소하는 동안 10대 자살률은 2025년 8.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제22대 국회는 19세 미만, 청소년 자살자 심리부검을 위한 내용이 주요하게 포함된 6개의 개정 법률안을 잇따라 내놓았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화영 연구교육센터장

    "법만 고쳐선 부족"…자살예방 투자 확대 촉구

    한국자살예방협회 이화영 연구교육센터장은 아무리 좋은 법이 나와도 이러한 체계를 움직일 재원이 없으면 이행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자살 예방 활동을 하다 보니까 중요한 것은 법과 예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법안이 마련돼도 예산이 부족하면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취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살 위험에 대응하려면 정신건강 치료와 함께 경제·직장·가족 문제에 일찍 개입해야 한다"며 "당사자가 당장 해결해야 할 채무나 취업, 관계 문제를 안고 있다면 상담을 권하는 것만으로는 도움을 받도록 연결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센터장은 복지·법률·경제적 지원을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범부처 체계와, 사업을 실행하는 지자체의 인력·조직·예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속적인 교통사고 예방 활동으로 장기적으로 감소한 반면 자살 사망자는 크게 늘어났다. 1990년대 자살 사망자의 숫자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숫자보다 적었지만, 2003년 이후 교차해 자살 사망자의 수는 현재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5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급격히 감소한 배경에 자동차교통관리개선을 위한 예산이 크게 증액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에 따르면 2003년 자동차교통관리개선특별회계는 2419억원 증액됐고, 그 뒤 교통사고 사망자는 81% 감소했다. 반면 자살 사망자는 같은 기간 3251명에서 1만 3900명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현재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교통안전공단·한국도로교통공단의 예산은 합계 1조3800억 원으로 늘어났지만, 자살 예방을 위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예산은 312억 원으로 사망자 1인당 방어 예산은 교통안전의 24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 센터장은 "충분한 예산 확보를 위해 기획예산처의 참여와 자살예방기금 설치가 필요하다"며 "법안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예산이 같이 적용되면 제대로 된 자살 예방 활동을 추진할 수 있겠다"고 했다.

    "심리부검 자료 확보만으론 부족"…전문 인력·분석 조직 갖춰야

    이어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현주 교수는 해당 법안에 포함된 청소년 심리부검의 실효성을 강조했다. 심리부검은 사망자의 유가족과 주변인 면담, 관련 기록 등을 통해 사망 전 상황을 살피는 작업이다.

    홍 교수는 "청소년 자살자의 학교·상담 관련 자료 등을 심리부검에 활용할 근거를 마련하려는 개정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자료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 원인을 충분히 파악하거나 예방 대책을 만들 수는 없다"고 짚었다.

    그는 "전문 인력과 조직을 갖추지 않으면 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기 어렵다"며 "부모뿐 아니라 형제자매·친구·관계자를 대상으로 면담해야 하는 청소년 심리부검에는 전문성이 필요하고, 면담자의 잦은 교체는 경험 축적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홍 교수는 "수집한 자료를 정책으로 바꿀 전문 분석 조직도 필요하다"며 "유가족 진술에 학교·상담기관 자료와 국가 보유 데이터를 결합하고, 사례를 축적해 비교·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걸 잘 분석해서 정책화시켜야 된다"며 "심리부검 건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분석 결과가 관계부처의 예방 정책에 반영되는지까지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 혼자 감당 못 해"…경찰·소방·지역사회 연계 필요

    대한신경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조근호 회장은 진료 현장에서 위기 상황에 대응할 연결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환자를 작은 의원에서 만났을 때 의료진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며 "긴급한 상황에서는 경찰·소방과 연계해야 하고, 이후에도 지역사회 자원과 이어져야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작은 의원 규모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정신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지원기관의 연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자살예방센터와 행정복지센터 등의 실무 인력이 의료기관과 협력할 수 있어야 환자와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을 지속하고 재시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보호자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청소년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조 회장은 "청소년이 상담기관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유받아도 보호자의 반대 등으로 치료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보호자가 없거나 협조를 얻기 어려울 때 청소년을 어떻게 치료와 지원에 연결할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정부 계획에 담긴 내용이 현장에서 실행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정신의료기관이 학교와 지역사회 기관, 경찰·소방 등과 협력하는 자살예방 체계의 한 축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 박재우 과장은 "현장의 인력·예산 부족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제6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서 자살예방 정책의 범위를 빈곤·채무·고립 등 삶의 위기에 대한 지원까지 넓혔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자살 시도자를 응급의료기관과 정신의료기관에서 자살예방센터로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하되,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당사자가 실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과장은 "자살예방 예산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을 늘렸다"고 밝혔다. 또 "개인정보 보호와 생명 보호 사이의 균형,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우선 투입할지도 법안 논의 과정에서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