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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신 감방 간다는 거짓말 말고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는 차기 의협회장을 바란다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 릴레이 기고]②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기사입력시간 2020-12-02 07:30
    최종업데이트 2020-12-07 03:34

    올해 8월 의료계 파업과 9월 4일 의정합의 이후 전공의들은 아직 파업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대생들의 국시 미응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국회는 각종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의료계는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을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후보자 등록이 2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로부터 차기 의협회장이 투쟁과 협상의 갈림길에서 회원들과 함께 갖춰야 할 덕목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차기 의협회장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해보고자 릴레이 기고를 마련했다.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글 싣는 순서, 마감순)
    ①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전 대전협 부회장

    ②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③최상림 경상남도의사회 의장
    ·민초의사연합 임시대변인
    ④이상호 국민의힘 보건위생분과위원장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⑤송우철 전 의협 총무이사 
    ⑥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전 의협 기획이사
    ⑦안치석 충청북도의사회 회장 
    ⑧행동하는 여의사회 
    ⑨박상준 전 의협 경남대의원 
    ⑩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 수석부회장·전 의협 대외협력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00년 이후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20년 만에 벌어졌습니다. 2000의쟁투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이번 투쟁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의사회원 여러분이 몸소 겪으셨다시피, 이번 투쟁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의협회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 인가입니다. 확실하게 매듭짓지 못하고 회원 다수의 반대를 뒤로 하고 협상도장을 날인함으로써 의대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투쟁의 전면에 나섰던 전공의 선생님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습니다.

    차기 의협회장은 더 이상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차기의협회장님은 의사회원들의 신뢰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최소한 본인이 공약한 사항은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아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회원들을 희망고문하는 것입니다.

    투쟁만이 살 길이라고 하면서 감방을 가겠다는 식의 지키지도 못할 약속 따위는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투쟁만이 살 길인 것은 동의하는 바이지만, 준비나 계획도 없이 투쟁을 한다고 나서는 것은 갑옷도 입히지 않고 회원들을 전쟁터에 내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평소에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가 막상 일이 벌어지면 우왕좌왕하는 꼴을 더 이상 감내할 회원들은 이제 남아있지 않습니다.

    회비가 부족해서, 회원이 참여하지 않아서, 정부가 너무 강력해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말들은 핑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회원들이 회비를 내지 않고 참여하지 않는 것은 회장과 의협 집행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회원들이 신뢰하지 않는 집행부를 얕잡아 보게 되고 협상 장에 나서려다가도 멈추게 됩니다.

    의료계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직들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집단지성이 활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열린 귀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각 직역에서 인재들을 골고루 모아야 합니다. 누구는 배척하고, 누구는 편애하고, 자신에게 충성하는 사람만 기용하여서는 전체 회원들의 능력을 끌어 모을 수도 없고, 단합된 힘을 발휘할 수도 없습니다. 회원과 산하단체의 역량을 한 곳으로 끌어 모아야 강제지정제하의 사용자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의사협회의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이 병원과 의원에서 봉직을 하고 있습니다. 봉직의들은 고용돼 있는 의사들입니다. 봉직의들의 조직화 없이 투쟁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회원들을 속이는 것입니다. 의사협회는 봉직의 회원들을 무시해서는 어떤 일도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2020 투쟁과정에서 회원들의 인식 저변에는 의사도 노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들이 더욱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전공의와 학생들의 단체행동에 놀란 정부여당에서 나온 '노조가 아니면 파업이 불가하다'라는 말들은 의사들에게 노조구성이 필요하다는 자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차기회장님은 '의사노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십니까. 의사노조 구성이 투쟁과 협상을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와 소신의 시험지가 될 것입니다.

    차기의협회장님.

    회장님은 회장을 마치거나, 임기 중 정치판에 뛰어드실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이번 선거에 나오시는 후보들은 확실하게 말해주고 약속하고 약속을 지켰으면 합니다. 정치판에 뛰어 들려면 아예 나오지 않는 게 회원들과 본인을 위해 더 좋겠습니다다. 왜냐하면, 진보보수, 여야 동일하게 정치가와 관료들은 의사들과 의료현장을 선심성 표장사의 선전장으로 활용할 뿐이고, 우리의사들이 바라는 관치의료 철폐나 수가정상화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의료계 발전에 관심이 없는 정치계에 들어가서 의료계의 의견을 피력한다고 말하는 것은 회원들을 속이는 것입니다. 투쟁이 발발했을 때 브레이크 노릇이나 안하면 다행이고, 나팔수 내지는 마름노릇이나 안하면 감사할 뿐입니다.

    투쟁을 할 것이면 제대로 할 각오가 됐을 때 하시고, 협상을 할 거면 협상 깨질 때 바로 투쟁으로 들어간다는 준비와 각오가 됐을 때 하십시오. 투쟁과 협상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협상을 하려고 해도 투쟁을 하지 않는 상태, 투쟁을 접은 상태에서는 정부가 응하지 않습니다. 발톱을 숨긴 사자가 아니라 발톱이 빠진 사자는 하이에나 떼가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거창한 구호나 퍼포먼스가 여러분들의 책임을 면하게 해주지는 못합니다.

    구경도 못해 본 감방을 간다고 말씀하시지 말고 본인이 경험하신 내용을 토대로 지킬만한 것을 약속해 주십시오. 군대도 안 가본 사람이 군복입기를 즐겨하는 것을 보는 것만큼 실소를 자아내는 것도 드물 것입니다. 삭발하고 단식텐트 칠 시간에 지역 반모임에 자주 나가서 회원들과 맛있게 밥 먹으면서 귀를 기울이십시오. 일인시위한다고 기자들 불러서 퍼포먼스 하는 것도 식상합니다. 그럴 바에는 악법 만든 국회의원들 방문해서 논의하고 설명해 주십시오. 모든 것은 싸울 준비가 되어 있고 난 후의 일입니다.

    너무나도 기본적인 바램입니다. 차기회장님께서는 거짓말을 하지 말고 솔선수범 해주시기 바랍니다. 둘 중에 하나만 할 수 있다면 거짓말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회원들도 본인도 속이지 말기 바랍니다.

    의료계가 지금처럼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서로를 믿지 못해서이고 이는 거짓된 마음과 행동에서 비롯됐으며 이를 반성하지도 성찰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복을 위한 전제, 출발점은 진실과 믿음의 회복과 성찰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