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알츠하이머병 치료에서는 어떤 약을 선택하느냐 못지않게 환자가 부작용 없이 치료를 오래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치료제는 복용 직후 효과를 뚜렷하게 체감하기 어려운 반면, 오심·구토와 식욕저하 같은 부작용은 즉시 느낄 수 있어 치료 거부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건하 교수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치매 치료제는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약인 만큼 초기에 부작용 없이 잘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구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자에게 패취제와 같은 비경구 제형은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 치매 환자는 여러 만성질환으로 복용하는 약이 많고, 인지기능 저하로 약을 빼먹거나 중복 복용하기도 한다. 연하곤란이나 위장관계 부작용까지 동반되면 매일 먹는 약을 정확히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김 교수는 이처럼 경구제 복용 부담이 큰 환자에게 제형의 다양성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약 잊거나 두 번 먹는 치매 환자, 부작용까지 겹치면 치료 유지가 더 힘들어
치매 환자의 약물치료가 다른 만성질환과 다른 가장 큰 이유는 환자가 스스로 정확한 복약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치매 환자는 약을 먹는 것을 잊기도 하지만 이미 먹고도 다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저녁에 먹어야 할 약을 아침에 먹거나, 여러 약 가운데 혈압약만 복용하고 치매약이나 고지혈증약은 빠뜨리는 일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고령 치매 환자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과 근골격계 질환 등 여러 만성질환을 함께 가진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한 번에 복용하는 약이 10정 안팎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독거 치매 환자의 복약 관리는 더 어렵다. 보호자가 약을 미리 꺼내 놓더라도 실제로 먹는 모습을 확인하지 않으면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고, 반대로 수면제나 당뇨병 치료제를 중복 복용하면 낙상이나 저혈당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요양보호사나 가족이 환자와 함께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복약 오류를 줄이고, 치료를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경구용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의 복용 지속을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대표적인 부작용인 오심·구토·설사와 식욕저하 등 위장관계 이상반응이다.
실제로 메디게이트뉴스가 올해 5월 신경과 의사 70명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30명 등 총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8%는 경구용 도네페질 처방 시 오심·구토 등 위장관계 이상반응에 따른 복약 중단을 경험했거나 이를 우려한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먹는 치매약을 끊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가 오심·구토와 설사, 식욕저하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이라며 “특히 체중이 적은 고령 환자나 이미 여러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서 치료 유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치매 환자가 약을 복용한 뒤 구역감이나 설사를 한 차례라도 심하게 경험하면 해당 약에 대한 거부감이 커질 수 있다. 인지기능 개선은 즉각 체감하기 어려운 반면, 속이 불편하거나 입맛이 떨어지는 부작용은 바로 느끼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환자가 약을 먹고 계속 속이 불편하거나 설사하고 입맛이 떨어지면 ‘이 약이 나를 더 나쁘게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 번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면 약을 거부하거나 병원까지 찾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위장관 부작용·연하곤란·다약제 환자…주 2회 부착 도네리온패취 ‘대안’
이처럼 경구제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자에게는 약물이 위장관을 직접 거치지 않는 패취제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고령 환자는 소화기계 질환이나 위장 장애가 많고, 치매 치료제 자체도 위장관계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위장관계 부작용으로 경구제를 유지하기 어렵다면 패취제로 전환해 위장관계 불편감을 줄이면서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아무리 기억력에 도움이 되는 약이라도 환자가 밥을 먹지 못하고 토하거나 설사한다면 제대로 치료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경구제가 기존 위장관 증상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는 패취제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구제 복용 후 구역감과 구토, 식욕저하를 호소하던 환자가 패취제로 전환한 뒤 식사를 다시 잘하게 됐다는 사례를 접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먹는 약을 복용하면서 토하고 입맛이 떨어져 도저히 치료를 유지하지 못하던 환자들이 패취제로 변경한 뒤 ‘속이 편하고 식사를 잘해서 좋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위장관계 부작용이 패취제로 전환을 고려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패취제는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곤란 환자에게도 의미가 있다.
삼킴장애가 있으면 알약을 가루로 만들거나 다른 제형으로 바꿔야 하지만 모든 약을 분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여러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는 치매 치료제 한 가지라도 비경구 제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복약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김 교수는 “연하곤란이 있는 환자는 약의 개수가 많아지거나 알약이 커질수록 복용이 어렵다”며 “입으로 들어가는 약의 가짓수를 최소화하면서 치료 효과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패취제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도네리온패취는 일주일에 두 차례 부착하는 방식이어서 매일 복약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일부 가정에서 관리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기존 경구제는 환자가 복용했는지 또는 중복 복용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패취제는 부착 여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보호자가 매일 갈 수는 없지만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할 수 있는 환자에게 주 2회 부착하는 패취제를 사용한 적이 있다”며 “붙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매일 약을 챙기지 않아도 돼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물론 패취제도 피부 가려움증과 발적, 부착 부위 자극, 패취가 떨어지는 문제 등 한계가 있다. 환자가 패취를 파스로 오인해 여러 장을 붙이거나 스스로 떼어내는 사례도 있어 보호자 교육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평소 피부가 심하게 가렵거나 파스를 붙이지 못하는 환자는 패취제 사용이 어려울 수 있다”며 “한 번 붙인 부위를 피해 돌아가며 부착하고 피부 보습을 충분히 하도록 안내한다”고 말했다.
치매 치료 핵심은 ‘부작용 없이 유지하는 것’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복용 직후 기억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약이 아니다. 일정 기간 꾸준히 사용하며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기능을 가능한 한 유지하기 위한 치료인 만큼 환자가 불편함 없이 장기간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환자가 약효를 바로 느끼기는 어렵지만 부작용은 즉시 경험한다”며 “부작용이 적어야 복약 순응도가 높아지고 치료를 지속할 수 있으며, 결국 6개월이나 12개월 뒤 약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치매 치료제는 단기간에 끝나는 치료가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처음부터 환자가 잘 견딜 수 있는 약과 제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취의 임상적 의미는 경구제를 완전히 대체하는 데 있다기보다 먹는 약을 견디기 어렵거나 정확한 복약 관리가 어려운 환자에게 치료를 지속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김 교수는 “약의 종류와 제형이 다양할수록 환자와 보호자의 상황에 맞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며 “위장관계 부작용이 있거나 약을 삼키기 어렵고, 매일 복약 관리가 어려운 환자에서는 도네리온패취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