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일어난 참담한 압사사고로 인해 많은 분들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트라우마의 확산을 막고 추가적인 심리적 어려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30일 발표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우선 누군가를 탓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불운의 사건이 일어나면 사건의 발생과 이후 감정에 대해서 자기든 남이든 탓한다. 자기를 혐오하든 타인을 증오하든 잠깐은 마음이 편하지만, 사람들 사이에 부정적 감정이 팽배한다”고 했다. 

의사회는 “그날, 그 시간에 사고를 바라고 참석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가볍다고 해도 혐오나 조롱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는 오랫동안 무겁게 남는다. 이럴 때일 수록 말을 아끼고 서로의 감정을 배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의사회는 영상이나 뉴스에 대한 반복된 노출은 트라우마를 심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소식이나 영상이 전달되면서 자극적인 부분만 확대 및 왜곡될 수 있다. 혼란 속에서 그런 경향은 더 심해진다”라며 “예를 들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데도 관심이 없었다는 식의 잘못된 소식은 앞으로 우리 삶 속에서 대인 관계나 외부 세계에 대한 불신을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 공포 속에서는 미담보다 나쁜 소식이 더 뇌리에 박히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접 사건을 겪거나 목격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노출되기만 해도 심리적 트라우마를 충분히 겪는다. 미디어 유발 트라우마(media induced PTSD)에 대한 연구 결과도 많은데,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영상 접촉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의사회는 대중을 상대로 사건에 대한 과도한 몰입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의사회는 “워낙 참담한 사건이다 보니 하루 종일 할 일을 잊는 상황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당장 부상자나 실종자의 가족도 아닌데, 사건에 대해 몰입한다고 실제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도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 도움될 수 있는 역할을 찾는다면 그때 실천하고 행동하면 된다”고 했다. 이어 “단지 불안을 떨치기 위한 행동인지,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재발을 막기 위한 행동인 지를 구별해본다면 도움이 될 것”라고 밝혔다

의사회는 우리 모두가 재난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이런 사건으로 특히 심리적 타격을 입은 사람이 없는지 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면 좋겠다. 과거에 비슷한 사건을 겪었던 경우, 이번 사건으로 기억이 증폭될 수도 있다”라며 “사람 많은 장소에 대한 두려움, 불안, 불면, 공황발작 등이 생길 수 있다. 스스로와 가까운 사람에게 트라우마로 인한 심리적 증상이 지속된다면 치료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의 명복을 빈다. 악몽 같은 사건의 기억을 간직한 분들, 소중한 분을 잃은 분들을 비롯해서 일상에 상처를 입으신 많은 분들이 신체적 심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