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정사태 이후 새로운 의료계 협상력 제고 방안으로 의사노조가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존에 노조가 설립된 교수나 전공의 등에 더해 봉직의와 개원의까지 노조로 규합하는 방안이 바텀업 방식으로 지역의사회에서부터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전라남도의사회는 21일 정기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대한의사협회 총회 건의안으로 '의사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전폭적 지원 대책 수립의 건'을 의결했다.
의협 산하 '의사노조 지원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각 직역별 노조 설립을 지원하고 개원의를 포함한 '한국형 의사 직능 연합 모델' 연구를 추진하자는 취지다.
의사노조가 신설될 경우 노동조합법에 근거한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해 기존 집단행위 시 발생하던 업무방해죄나 공정거래법 위반 리스크가 해결될 수 있다.
또한 거대 자본화된 의료 환경에서 전공의, 교수, 봉직의의 노동 인권을 보호하고 실질적 협상력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단일 건강보험제도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고려해 개원의 노동자 지위 획득을 위한 방법으로도 노조는 현실적 대안이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도 전국의사노조 산하 개원의 노조를 인정받아 대정부 협상력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봉직의는 노동법상 노조로, 개원의는 특수고용 법리를 적용한 권익 단체로 육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후 통합 체계를 구축해 노조와 권익 단체를 유기적으로 연결, 대정부 투쟁 시 일원화된 창구가 유지될 수 있다.
안건을 제시한 전남의사회 선재명 부회장은 "최근 사직금지법, 다시 말해 파업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앞으론 의사들이 투쟁을 하기 위해선 노조 말곤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의사를 공공재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선 의사들도 최소한 합법적으로 말하고 우리의 의견을 모아 표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서울시의사회도 서울시의사 노동조합 설립 추진을 공식 의결해 추진 중에 있다.
전국의사노조 설립을 통한 상설투쟁체 필요성을 주장해 온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은 "상시 투쟁체가 필요하다. 투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의협은 투쟁조직이 아니다. 집단행동금지와 업무개시명령으로 운신의 폭이 좁다"며 "의사노조만이 합법적 투쟁을 실행할 수 있다. 또한 노조는 전면전이 아니라 제한된 투쟁으로 합의를 찾는 과정으로, 극단적 대치를 완화하고 합리적 해결을 도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발적으로 이뤄졌던 의료계 투쟁이 오히려 노조를 통해 노동법의 테두리에 들어오면서 완충 작용이 가능해진다"며 "노조가 있었다면 의정갈등 때처럼 서로가 파멸적인 피해를 입는 상황까지 치닫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