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구글 딥마인드가 인공지능(AI)으로 설계한 신약의 임상시험을 올해 안에 시작한다고 밝혔다.
외신 등에 따르면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21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설립한 자회사 이소모픽랩스와 올해 안으로 AI가 설계한 약물의 임상시험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하사비스 CEO는 "매년 AI 기술 발전이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역시 과거를 뛰어넘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특히 AI는 단순한 언어 모델이나 알파폴드(AlphaFold) 같은 구조 예측 도구에 국한되지 않고, 맞춤화된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소모픽랩스가 신약개발에 맞춤화된 AI기술을 활용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며, 올해 말 AI가 설계한 신약의 임상시험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하사비스 CEO는 AI를 활용하면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리는 약물 발견 프로세스를 수주 혹은 수월 내로 단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통 한 약물을 발견하는 데 평균 5~10년이 걸리는데 AI를 활용해 10배 이상 가속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사비스 CEO는 "우리는 이미 종양학, 심혈관 등 주요 질병을 연구하고 있다"며 "올해 말 첫 번째 약물을 갖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가 새로운 연구 가설 도출에는 한계가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AI가 단기적으로는 과대평가됐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아직 진정한 발명이 가능하지 않지만, 새로운 영역을 발견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의 위험성도 언급했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 데이터 공유 정책, 데이터 수집 비용 등으로 고품질 훈련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한 오류 데이터 학습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AI의 발전은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해결할 문제가 남았다. 추론과 창의적인 사고 측면에서 AI가 인간 수준에 도달하려면 몇 가지 근본적인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세션에 참석한 스크립트 연구소 신경과학 교수이자 202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아르뎀 파타푸티안은 "신경과학 분야에서 AI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알파폴드가 신경과학과 신약개발에 미친 영향을 강조했다.
그는 "이전에는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데 수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단 몇 초 만에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뇌의 작동 방식을 해석하고,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유의미한 패턴을 찾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수십 년 연구에도 인간 뇌의 작동 원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300개의 뉴런으로 구성된 예쁜꼬마선충(C. elegans)과 같은 단순한 생명체의 행동은 예측할 수 있지만, 복잡한 생명체의 사고와 의식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AI가 복잡성 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하사비스 CEO는 단백질의 3차원 결합 구조를 분석·예측하는 AI 모델인 '알파폴드'(Alphafold)를 개발해 생물학계의 난제로 꼽혔던 단백질 구조 예측에 크게 기여했다. 알파폴드는 기존 실험 방식으로 약 10억년이 걸렸을 2억개의 단백질 구조 예측을 이미 끝냈으며, 알파폴드3는 단백질과 다른 단백질, 리간드, DNA, RNA 사이의 상호작용까지 분석할 수 있다.
이에 그는 지난해 알파폴드를 함께 개발한 딥마인드 존 점퍼 수석연구원, 컴퓨터를 이용한 단백질 설계에 기여한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학교 교수와 함께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소모픽랩스는 2021년 구글 딥마인드에서 분사된 회사로, 알파폴드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AI로 신약개발 소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 노바티스 등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