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며 발생한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 약 1조원을 투입할 계획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야당은 정부가 쓰지 않아도 됐을 건보 재정을 투입하는 데 대해 건보 재정이 '윤석열 정부의 쌈짓돈'이냐고 신랄하게 비판했으나 보건복지부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했다.
26일 국회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정부의 비상진료대책에 대한 건보재정 투자를 둘러싼 비판이 제기됐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전공의들이 이탈함으로 인해 현재 1조 이상의 추가 비용이 투입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전공의들의 무단이탈 때문"이라며 "전공의들이 이탈하지 않았으면 쓰지 않아도 됐을 돈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 규모의 재정이 필요한 업무가 있었을 테고, 그것이 그간 9000명의 전공의들의 노동력으로 돌아갔다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 역시 "지난 2월부터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면서 건보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건보재정을 월 1883억원씩 투입하는 것을 무려 4번 연장했다. 그래서 총 1조 원 가까이로 예상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실제 필요한 금액이 이것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입원료를 사후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매달 185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는데 올해 1월부터 입원료는 크게 올랐고, 중증 환자 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 경증환자를 병의원으로 보낸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등에 보상하는 경증환자 회송료 역시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 미지급액도 많이 남아있다"며 "그런데 정부는 아직 괜찮다는 입장인데 정말 그런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에 따라 달렸다고 본다"고 얼버무렸다.
강 의원은 "2월에 열린 건정심 회의에서는 비상 진료 기간을 3주로 가정했을 때 총 474억원 소요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정부가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면서) 투입한 건강보험 재정이 약 1조 원에 육박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20배 이상 투입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감당하지도 못할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강행하면서 안일하게 사태를 예측한 셈이다. 건정심 회의록을 보면 가입자, 공익단체, 건보 노조 등은 이 건보 재정 투입에 대해 꾸준히 우려를 제기하지만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며 "건보재정이 윤석열 정부의 쌈짓돈인가?"라고 꼬집었다.
특히 강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그간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강조하며 낭비를 줄이겠다는 이유로 보장성 축소에 앞장선 점을 지적했다.
그는 "윤 정부는 자신들의 무능으로 의정 갈등이 심화되자 건보 재정을 펑펑 투입하면서 그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며"의사 집단 행동이 사회적 재난인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아니잖나. 정부가 총선 전에 무리하게 의대 정원 확대라는 인기 영합적 정책을 추진하려다 실패했고, 그 뒷수습을 하기 위해 건보 재정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 삼았다.
강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은 앞서 전임 정부를 향해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네 글자로 요약하면 '내로남불'이다"라며 "지금까지 이루어진 지출이 정당한지 그 근거가 뭔지 앞으로 계속 건보 재정 대책 없이 투입할 건지 다른 대안 없는지 본 의원실로 별도로 보고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