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경구용 항바이러스 치료제(Direct-acting Antiviral Agents)가 보급되고 C형간염이 완치 가능한 질환이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C형간염 스크리닝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일본은 DAA 제제가 보급되기 전인 2000년대 중후반 이미 C형간염을 국가검진 항목으로 도입했고,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다양한 비용 대비 효과성 연구를 근거로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인 대상으로 검진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DAA 제제가 도입된 뒤 C형간염 스크리닝의 국가건강검진 도입에 관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의료급여수급권자 중 40세 이후 B형간염표면항원 검사가 음성이면서 ALT가 정상치보다 상승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C형간염 스크리닝 없이 경구용 치료제와 예방 캠페인만으로는 2030년까지 간염 종식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글로벌보건전략(GHSS)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는 "현재 몇 가지 위험 요소가 있는 환자는 C형간염 선별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 환자들을 보면 이럼 위험요인을 찾을 수 없는 환자가 대부분"이라면서 "이런 환자만 대상으로 스크리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질환에 대한 인지도도 매우 낮아 대부분 C형간염 환자들이 감염사실을 모르고 있는데, 미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만성으로 진행된 환자의 72%가 감염 사실을 모른채 지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2008년 국가암검진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B형간염 환자는 74%가 감염 사실을 알고 있었던 반면, C형간염은 34.9%만 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에서 C형간염 검사를 받은 적이 없거나 결과를 알지 못한다는 응답이 90% 가량이었다.
김 교수는 "경구약제와 예방 캠페인, 스크리닝, 발굴된 환자에 대한 치료율 향상 등 4가지 종합 대책을 했을 때 여러 지표를 보면 전체 감염자 수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아무리 좋은 약이 있더라도 스크리닝이 없고 치료율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전체 환자 수를 줄이거나 간 관련 사망을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C형간염 항체 스크리닝의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서는 여러 국가에서 연구가 진행됐다.
미국 연구에서는 C형간염 선별검사를 고위험군으로 한정해 권고하는 방안이 효과적이지 않으며, 유병률이 높은 특정 출생 코호트 대상으로 1회 항체 스크리닝하는 것이 비용 효과적고, 즉시 치료하거나 진행된 환자에서 먼저 검사하고 치료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더 커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2012년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와 2013년 미국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1945~1965년생 성인 모두를 선별검사 대상으로 확장 권고했다.
하지만 Liver International 2월호에 게재된 최근 연구에서는 특정 출생 코호트나 고위험 코호트만 스크리닝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스크리닝 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일본은 미국보다 앞서 2008년 C형간염 항체 스크리닝의 비용 대비 효과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는데, DAA 제제가 나오기 전 인터페론으로 치료하던 때에도 고위험군에서 스크리닝 하는 것보다 일반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스크리닝 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오면서, 현재 전 국민을 대상으로 C형간염 항체 스크리닝을 하고 있다.
비슷한 연구는 국내에서도 진행됐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팀은 40대, 50대, 60대 인구를 대상으로 각각 1회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현재 건강보험 급여 기준에 합당한 DAA 치료를 하는 경우와 선별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를 비교한 비용-효과 연구 결과를 지난해 1월 PLoS One에 게재했다.
연구 결과 40대, 50대, 60대 인구를 선별할 경우 가각 비용-효과 증가비(ICER)는 질보정수명(QALY)당 5714~8889달러(약 840~1589만 원)였으며, 국내의 일반적 지불의사금액 한계치를 2만 7512달러로 가정했을 때 비용 대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C형간염 항체 스크리닝의 국가건강검진 항목 도입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특히 문제되는 부분은 '유병률 5% 이상'이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C형간염 유병률이 5%를 넘는 곳은 이집트와 몽골 정도로, 미국이나 일본, 유럽에서는 5%가 넘지 않음에도 대규모 스크리닝(mass screening)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암 외에 유병률이 5%가 넘는 만성질환이나 감염질환은 거의 없다"며 "5%를 고집한다는 것은 어떤 검사를 포함시키지 않으려는 명분이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아닌지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C형간염은 대부분 환자가 무증상 발현하고, 낮은 질환 인지율·진단율·치료율을 보이며 말기 간 질환의 질병부담이 높다"면서 "그러나 2016년부터 C형간염 완치 약제가 건강보험 급여 인정되면서 2030년까지 조금만 노력하면 C형간염을 퇴치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며 C형간염 항체 스크리닝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