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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간] 우리의 찬란한 완주를 위하여

    이현승 콘텐츠 기획사 ‘이어혜다’ 대표, 구강 건강 미디어 ‘이인치’ 창립자

    기사입력시간 2025-09-09 14:29
    최종업데이트 2025-09-09 14:29

     

    2024년 기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54세 기혼 여성 가운데 경력단절 여성은 121만5000명에 이른다. 특히 3040세대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결혼한 여성 네다섯 명 중 한 명 꼴로 일을 그만뒀다. 사유는 육아가 41.1%로 첫손에 꼽혔다. 통계에 잡히지조차 않는 비혼 여성들의 경력단절까지 합치면, 그 수는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치열하게 공부하고 스펙을 쌓아 어렵게 취업 관문을 통과한 여자들이 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중도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까?

    IMF 직전 중소기업에 취업한 것을 시작으로 30여 년간 헬스케어와 제조업, 헤드헌팅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커리어를 쌓아온 ‘선배’가 우리 사회의 일하는 여성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생존 전략과 단단한 응원을 건네는 책 '우리의 찬란한 완주를 위하여'가 출간됐다. 건강·육아·사내 정치라는 세 가지 큰 장벽 앞에 수없이 흔들리면서도 자리를 지켜낸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오랫동안 ‘일하는 여성’으로 살아남기 위한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커리어 완주’란 정년퇴직이나 고위 임원에 오르는 성공이 아니다. 다른 요인에 구애하지 않고 “원하는 일을, 원하는 만큼, 원할 때까지 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개념이다. 여자들이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면서 ‘이만하면 됐어.’, ‘할 만큼 했어.’라며 자신을 속이지 않기를 바라며 저자는 눈앞에 닥친 난관을 함께 헤쳐나가보자고 다독인다.
     
    30여 년간 누구보다 치열하게 앞만 보며 달려온 저자가 50대에 이르러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게 빛나던 여자 선배, 동료, 후배 들이 거의 남아 있질 않았다. 친구들 중 누군가는 유방암 투병 중이고, 누구는 자궁을 들어냈고, 누구는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아이의 대학 입시를 지원해야 해서 후배들이 회사를 떠나갔다. 임원까지 오른 선배나 동료도 사내 정치에 떠밀려서, 한직으로 좌천되거나 엉뚱한 업무를 맡아서 어느새 소리 없이 사라졌다.

    저자도 비슷한 수많은 위기를 헤쳐나왔고, 결국 커리어를 포기하는 동료 및 선후배를 보며 안타까워했다. 이 책은 그 안타까움에서 출발했다. 저자는 이렇게 외친다. "우리가 왜 그런 요인들 때문에 커리어를 중단해야 하냐. 왜 먼저 포기해야 하냐. 하고 싶은 일이 있지 않냐. 뭐가 됐든 부술 방법이 왜 없겠냐. 원하면 길이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건강, 육아, 사내 정치라는 거대한 벽을 때로는 부수며 정면돌파하고 때로는 슬쩍 우회하며 커리어를 지켜온 기록이자, 한국 사회의 ‘일하는 여성’을 위한 ‘먼저 가본 선배’의 솔직하고 따스한 위로와 격려다. 박력과 유머가 넘치는 글을 읽다 보면 ‘맞아,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어느새 푹 빠져들게 된다. 중요한 미팅이 있는 날 하필 폭설이 내려 아이들을 돌봐줄 도우미가 늦을 때는 같이 조마조마해지고, 면전에 대고 “남자였으면 진작 뒷골목에 불려가 한 대 맞았다”고 으름장을 놓는 남자 임원의 행태에 함께 분개하며, 그 빌런을 은밀하게 제거하는 작전에 통쾌해진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위로나 감정적 공감에 머물지 않는다. 스스로 위로보다 현실적 조언에 능한 T형 인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족집게 정답은 몰라도, 오답은 알려줄 수 있다.”는 마음으로 건강을 지키는 구체적 방법,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현실적 전략, 사내 정치에 휘말리지 않고 생존하는 노하우, 그리고 관리직 이후 새롭게 맞닥뜨리는 딜레마까지 솔직하게 풀어낸다.

    이현승 저자는 콘텐츠 기획사 ‘이어혜다’ 대표이자 구강 건강 미디어 ‘이인치’ 창립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인치’는 ‘치아齒와 사람人을 연결하는 채널Channel’이라는 뜻으로, 의료진이 아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치아 건강 정보를 전달하는 국내 유일의 비의료인 운영 플랫폼이다.

    그는 숙명여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IMF 직전 중소기업에 취업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계 기업, 헬스케어부터 제조업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의사들의 정보 커뮤니티 ‘메디게이트’ 의사 헤드헌팅 본부장, 홍콩계 펀드가 인수한 의료기기 제조기업 ‘푸르고 바이로직스’의 유일한 여성 임원, 국내 최대 헤드헌팅 회사 ‘커리어케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전설적’ 헤드헌터 등의 굵직한 이력을 거쳐 현재는 ‘대표’라는 직함으로 맹렬하게 일하며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멘토 역할에도 힘쓰고 있다.

    치열하게 일하면서 딸 하나와 아들 하나를 키운 엄마이기도 하다.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기에,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고 계속하기 위해” 철저한 체력 관리로 지금도 자신만의 ‘커리어 완주’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