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무리한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며 무리한 의대증원으로 향후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또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와 이해관계에 따라 이를 이용하는 정치인, 비판 없이 이를 수용한 정부를 향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결과에 책임을 져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러한 의협의 강경한 태도에도 복지부는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함께 의대 정원을 확대할 것이라며, 의협과 전공의협의회를 향해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24일 열린 제26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만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의협 측에서는 기존의 협의체 참석자들과 더불어 정부의 의대정원확대 강행 추진 시 파업의 뜻을 내비쳤던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과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당사자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협회 우성진 비상대책위원장도 참여했다.
정부 측에서는 교육부 인재양성정책과 조진형 사무관 등 교육부 인사도 참여했다.
이날 의협 측 협상단장인 양동호 단장(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지난해 11월 복지부가 진행한 의대 정원 수요조사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복지부가 공개한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의대들은 2025학년도까지 최소 2738명에서 최대 3958명까지 추가 증원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 단장은 "최소 수치는 각 대학이 어떠한 투자도 없이 현재의 인프라만으로 의학 교육이 가능한 수치인데, 현 의학 교육의 실상과 비교할 때 이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라고 비판했다.
양 단장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현 의학 교육의 여건과 교육자원의 확충, 이에 대한 재정 투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재 40여개 의과대학이 2025학년도에 반영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최소한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작금의 필수, 지역의료 위기는 지속적인 저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느 의료전달체계, 기형적인 실손보험체계 등이 장기간 축적된 구조적 문제 때문이지 의사 정원은 본질이 아니라고도 지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실제 의학교육 현장에 있는 의학 교육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경청해 달라"며 "의학교육은 강의실 의자 몇 개를 더 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의학 교육은 수많은 기초학 교수와 임상교수, 강의실, 토의실, 기자재, 수련병원 등 막대한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기초의학 교육을 담당할 교원은 현 40개 의대에서도 이미 벅찬 상태다. 의학 교육 전문가들은 정부의 무리한 의대정원 확대 추진에 의학교육 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서남의대가 폐교된 후 서남의대 정원을 떠맡은 전북의대와 원광의대가 의대생 교육에 혼란을 겪었던 사건을 언급하며 정부에 의학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어떤 준비가 돼 있는지 물었다.
양 단장은 "정부는 의학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나. 정부 계획대로 의대 정원을 늘려도, 해당 의대생들을 지역, 필수의료 의사로 길러낼 대책은 무엇인가? 그런 계획이 있기는 한가"라며 "구체적인 교육계획과 수련 환경 개선 없이 막연히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현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불확실성에 기반한 오늘의 잘못된 결정으로 10년, 20년 그리고 더 먼 미래에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외친 일부 전문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대정원을 이용하는 정치인 객관적인 검토와 비판 없이 무작정 따르는 정부 모두 자신의 결정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단장은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지역과 꼭 필요한 진료 분야의 의사를 확충할 수 있는 맞춤형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상황과 수많은 요소를 고려해 복합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해야 한다. 의협은 정부에 의학 교육의 질을 담보해 훌륭한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계획과 지원 대책을 요청하며, 국민의 건강과 미래를 위한 의대정원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부의 신중한 판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의협의 강경한 태도에도 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시종일관 의대 정원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 정책관은 "복지부는 지난 1년간 25차례에 걸쳐 의협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어 지역과 필수의료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을 논의했다. 상급종합병원부터 종합병원까지 각급 병원계 간담회, 소비자, 환자, 시민단체와의 만남, 10번에 걸친 지역의료 현장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며 "그 의견을 반영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가 지금 완성되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정 정책관은 "이 정책패키지는 그간 의료계가 필수의료 기피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아온 의료사고 부담 완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성과 보상 그리고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과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이와 병행해 현장의 의사 부족이 어느 정도인지 다각도로 확인하면서 향후 의사 수요 공급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바탕으로 한 의대 정원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각 의과대학은 물론 소비자, 시민단체, 의료단체 등에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 대한 정책 제안을 요청한 바 있다.
정 정책관은 "정부는 현장의 의사 인력 확충 규모에 대해 각계의 구체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는 한편, 장래 의사 인력 수요와 공급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정부가 종합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의협과 대전협 등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단체는 조속히 입장을 표명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밝혔다.
정 정책관은 또 "단기간에 의대 정원을 늘릴 경우 의학교육 질에 대한 우려가 있음을 알고 있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의학점검반을 통해 학교 측이 의대 정원 수요에 맞는 교수를 확보하고 시설과 실습 여건을 갖추기 위한 투자 계획이 있는지 등 검증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학교의 자체적인 투자 외의 의학 교육 질 제고를 위해 국립대병원의 육성, 보건의료 R&D 지원 등을 통해 역량 있는 교수 증원을 지원하고, 평가인증 강화를 통해 의학 교육의 질을 관리할 것이다. 또한 의대 교육 과정을 개편해 입학부터 졸업 후 진로까지 연계되는 교육 경로를 마련해 필수의료 분야의 의대생 실습 지원, 지역 의료 현장 경험 등을 조기에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