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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보의들 쉴 틈 없이 검체 채취·선별진료...힘들어도 서로 위로하며 코로나19 해결 희망을 봅니다"

    #힘내라의료진 인터뷰① 대구 수성구보건소 파견 김형갑 공보의, "매일 녹초가 되지만 보람 있어"

    기사입력시간 2020-03-07 06:53
    최종업데이트 2020-03-07 11:00

    김형갑 공보의(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전국에 흩어져있던 의료진들이 대구‧경북지역으로 결집하고 있다. 특히 그들 중 공중보건의사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6일 현재까지 대구지역에 투입된 공보의만 250명가량. 정부는 4주 군사훈련까지 미루고 750명의 공보의 추가 파견을 예견한 상태다. 이들은 9일부터 현장에 투입된다. 1000명이 넘는 공보의가 특정 지역에 파견된 일도 전무하지만, 공보의 제도 시행 이후 군사훈련까지 미루고 현장파견이 이뤄지는 일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으로 현재 대구‧경북지역 의료인력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김형갑 공보의는 얼마 전까지 전남 광양시 옥룡보건지소에서 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져 왔다. 특히 3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새내기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이다.
     
    의대생 시절부터 감염내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공협으로 차출 공문이 왔을 때부터 공보의들의 대표로서 제일 먼저 현장으로 나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직접 현장에 와보니 열악한 환경에 힘들고 지칠 때도 많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모든 업무를 마치고 침대에 누울 때, 한 명의 의료인으로서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생각에 매일이 보람차다는 김 공보의. 대구 수성구보건소에서 동료 공보의들과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김형갑 공보의를 만나봤다.

    "현재 대구는 '활력이 떨어진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 됐다. 그러나 전쟁 중에도 꽃은 피듯 희망을 바라보고 열심히 근무 중이다."
     
    김형갑 공보의는 사람들이 빠져나간 대구 시내를 보고 삭막하다고 묘사했다. 추위가 많이 가시긴 했지만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몰아칠 때면 더 황량한 모습이 연상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의료현장은 분위기는 다르다. 매일 수많은 의료 인력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김 공보의는 "현재까지 파견된 공보의들은 대부분 검체 채취 업무를 맡고 있다. 본인은 자동차 이동형 선별진료소인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업무를 맞고 있다. 일이 많긴 하지만 모든 업무를 끝마치고 돌이켜보면 너무 보람 있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근무 중 어려움에 대해서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한 명의 공보의이자 대공협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보니, 공보의들의 어려움이 눈에 들어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파견 초반만 해도 숙식이나 생활에 필요한 기타 문제들이 꽤 있었다. 그러나 파견 이후 집중적으로 정부와 지자체와 대화를 시도했고 현재는 대부분 해결됐다. 다만 상황이 급박하다보니 하루마다 분위기가 달라진다. 파견자가 몰리다보니 갑자기 숙박시설이 부족하기도 하고 여러 해프닝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공보의들은 주로 검체 채취와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긴급한 상황이 자주 나타나는 것과 달리 의료진들이 서로서로 챙겨주고 기운을 북 돋아주는 등 긍정적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김 공보의는 "우리도 의사이기 전에 사람이다. 물론 감염의 공포가 아예 없진 않다. 그러나 의사로서 감염 경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 의료 현장은 공포감보다 서로가 서로를 챙기고 위로하는 화목한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검사를 받는 시민들도 되도록이면 의료진들 쪽으로 기침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감사하고 뿌듯하다"며 "업무 자체도 많이 숙달돼 처음보다 더 빠르고 능숙하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힘든 내색을 숨길 수는 없었다. 짧은 대화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김 공보의에 따르면 단기간에 최대 효율을 내기 위한 목적으로 파견되다보니 의료인들에게 과중한 업무가 몰리고 있다. 이 때문에 쉴 틈도 없이 업무에 매달리다보면 어느새 근무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 쪽잠을 자기도 한다. 

    그는 최근 확진자가 더욱 늘면서 절대적인 업무량 자체가 꾸준히 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했다. 특히 오는 9일이면 신규 파견 공보의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대공협 차원에서도 업무분장과 안전문제 등을 더욱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김형갑 공보의는 "일이 지속적으로 늘다보니 매일 녹초가 되는 공보의들도 많다. 또한 공보의들 추가 파견도 예정돼 있기 때문에 기존 공보의와 새로운 공보의들의 감염 등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지침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위기 상황이긴 하지만 업무에 충실한 의료인, 보건소 지침에 따르는 국민들이 합쳐져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야만 좋은 방향으로 코로나19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공보의는 "처음 대구에 왔을 때가 아직도 기억난다. 현재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곳 근처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점점 거리에 사람들이 줄어 활력이 없는 음침한 느낌까지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현장에서 의료인들이 최선을 다하고 국민들은 보건소 등 지침을 잘 따라주고 있어 점점 시너지가 나는 느낌을 받는다”며 “전쟁터에도 꽃이 피듯, 희망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을 듯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곧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