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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가 스타트업에 입사할때 고려해야할 것은

    '딴짓하는 의사들' AI 스타트업 루닛 김민성 메디컬디렉터

    기사입력시간 2019-03-20 06:34
    최종업데이트 2019-03-20 06:53

    메디게이트뉴스와 국내 최대 의사 전문 포털 메디게이트는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 2019(KIMES 2019) 기간 중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의사와 예비 의사를 위한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딴짓하는 의사들', '지구醫', '의료소송 제로' 등 3가지 세션으로 구성됐다.

    ‘딴짓하는 의사들’ 세션에서는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임상의사가 아닌 다른 직업인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고 있는 비(非)임상 의사들의 직업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김현정 차바이오 F&C 연구개발사장 겸 분당차병원 피부과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료실 대신 국회에 입성한 이유(김현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실 비서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의사는 어떤 역할을 하나(유승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지원센터장) ▲AI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의사(김민성 루닛 메디컬 디렉터) 등의 강의가 이어졌다.

    ① 김현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일규 의원실 비서관
    ② 유승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지원센터장
    ③ 김민성 루닛 메디컬 디렉터
     
    사진: 김민성 루닛 메디컬 디렉터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의학 분야의 인공지능(AI)은 의사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지 않습니다. 어려운 일이나 귀찮은 일에 대해 AI의 도움을 받겠지만 의사가 진료행위를 한다는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판독 정확성을 높히는 프로그램은 의사를 보호해주는 안전벨트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루닛(Lunit) 김민성 메디컬 디렉터는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2017년부터 인공지능 스타트업 루닛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디렉터는 'AI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의사' 강의를 통해 어떤 계기로 입사하게 됐고 회사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의사로서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등을 소개했다.

    유방암은 여성암 발병률 2위로, 전체 암 가운데 건강보험급여 지출이 가장 많고, 5년 평균 증가율도 가장 높다. 하지만 유방암 사망률 감소를 위한 검사법으로는 유방촬영술(Mammography)이 유일하지만, 치밀유방인 경우는 판독 난이도가 증가하고, 병변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김 디렉터는 "2014년 유방암검진 현황을 보면 1년간 총 유방암 발생 건수는 1만 8000건이고,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 가운데 유방암이 발견된 환자는 6500명 가량이다. 그러나 이를 발견하기 위해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는 47만명으로 리콜율이 너무 높다.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검사지를 받고 병원에 갔는데 유방암이 아닐 경우 환자들은 나중에 결과지를 받고도 병원을 찾지 않을 수 있다. 음성이라해도 유방암으로 판명된 사람이 2000명 정도다. 따라서 판독을 더 잘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직을 고민하는 사이 루닛 모집공고를 보고 유방촬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고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루닛의 구성원은 65명으로 이 가운데 5명이 전문의다. 김 디렉터는 MD들이 하는 역할로 ▲Clinical Direction ▲Data Collection and Curation ▲AI engine Review ▲Clinical Study ▲Communication and Education 등 5가지를 꼽았다.

    김 디렉터는 "제품을 만들때 제품이 어떤 식으로 쓰일 것이다, 혹은 의미가 있다/없다 등을 판단하고, 데이터 큐레이션 역할도 한다. 제품이 잘 작동하는지, 결과가 의사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리뷰하면서 계속해서 인공지능 엔진을 업데이트한다. 또한 엔진이 나오면 임상적으로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임상연구는 병원에서 도맡아서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임상연구에도 어느정도 관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제품이 나온 상태기 때문에 제품을 알리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역할도 한다. 연수강좌 등에 초청돼 의사들에게 인공지능이 어떻게 진료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는 회사에 근무하는 의사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의 특징으로는 영역과 역할, 책임이 유동적이라는 점을 꼽았다. 김 디렉터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의학부에 입사하면 체계가 아주 잘 잡혀 있기 때문에 역할과 책임(R&R)이 명확하다"면서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다.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에서는 체계를 잡는다 해도 6개월 뒤에는 다시 엉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스타트업은 회사마다 분위기가 매우 다르고, 회사가 기대하는 역할이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어떤일을 하고 싶은지, 회사가 나에게 어떤일을 시키고 싶은지 많이 물어보고 고민해야 한다"면서 "제약사의 채용공고를 보면 R&R이 잘 나와있다. 반면 스타트업은 채용공고만 보고 들어가면 후회할 수 있다. 명확하게 역할을 정하고 들어가면 회사생활 잘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에서는 어떤 인재를 원할까. 김 디렉터는 "스타트업에서 원하는 사람은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면서 "입사지원 동기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이 재밌을 것 같다거나 병원 혹은 큰 회사 밖에서 일해보고 싶다,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등이다. 그러나 이는 부수적인 것이고 주요 입사 동기가 돼선 안 된다. 목적의식이 뚜렷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디렉터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을 언급했다. 죽음의 계곡은 스타트업이 처음 자본 출자를 받은 때부터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할 때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꾸준한 수익을 얻기 전 스타트업에 폐업하는 경우가 많아 붙은 이름이다.

    김 디렉터는 "스타트업에 조인하게 된다면 대부분 입사 시기가 죽음의 계곡 구간일 것이다. 이 때 많은 압박과 업무의 혼란스러움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며 많은 고민과 신중한 선택을 당부했다.

     
    시간 관계상 세미나에서 다루지 못했던 참석자들의 질문을 모아 김민성 디렉터의 답변을 받았다.

    Q. 루닛과 같은 기업에서 근무하려면 프로그래밍이나 딥러닝 머신러닝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하나요?
    A. 당연히 전공자 수준으로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작동 원리에 대해 어느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엔지니어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겠지요. 회사에서 어떤 역할(Role)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차이가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의사를 뽑는다면 의학적 지식과 임상적 경험에 대한 부분을 얻고 싶어서 뽑는 것이니, 너무 큰 부담은 안가져도 될 듯 합니다. 배경 지식이 전혀 없어도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좋은 편이라면 일하는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Q. 제약분야로 진출하는 의사처럼 확연히 주어진 역할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강의 중에 말씀드린 내용처럼 스타트업에서는 역할이 매우 유동적일 수 있습니다. 다만 자신의 역할을 입사시에 명확하게 규정하고 들어간다면 그 역할을 주로 수행하게 되겠지요.

    Q. 방학 중 의대생 인턴십을 받나요? 받는다면 요구되는 능력이나 스펙, 인재상이 있나요?
    A. 현재로서는 의대생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

    Q.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 전문의 과정을 거친 후가 더 유리한가요? 아니면 전문의 과정이 필수라고 생각하시나요?

    A.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전문의 과정이 필요할지 고민되는 분은 전문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Q. 루닛에서 일하시는 MD의 구체적인 급여수준이 궁금합니다.
    A. 급여에 대한 질문은 규정상 답변드릴 수 없음을 양해부탁드립니다. 다만 회사는 입사 후에 지속적으로 연봉이 올라가기 때문에 봉직의의 급여체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은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Q. 과거 여러 관련 전문가들이 radiology training에 대한 우려를 표했는데 radiologist이면서 동시에 영상 AI 스타트업에서 일하시는 분으로서, 현재 영상의학과를 지망하는 의학과 학생들이 영상의학과 트레이닝을 받아야할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의학 분야의 AI는 의사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지 않습니다. 의사가 편리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니 영상의학과를 지망하는 의대생들이나 인턴 선생님들은 AI에 대한 불안감은 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히려 재미있는 연구 주제가 끊임없이 나오는 전공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우려를 표했던 전문가도 최근 자신의 입장을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인공지능이 인간과 '대결'을 한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이 다소 안타깝습니다. 실제 현장에서의 기술 적용은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임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Q. 의사의 비서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판매 및 보수하는 것(진료 보조)이 목적인지 궁금합니다. 판독 정확성 높이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만이 목적이라면 전공의가 부족한 과에서나 도움되는 것 아닌지요?
    A. 판독 정확성을 높히는 프로그램은 의사에게 효율성 부여 이외에도 의사를 보호해주는 안전벨트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공의 선생님도 사람입니다. 따라서 AI로 대체되지 않습니다!

    Q. 미래에도 영상 판독 분야 및 기타 의료 분야에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떤것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영상 판독은 항상 많은 예외 상황이 있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영상에서 특정 패턴을 찾는 일은 AI가 잘 할 수 있지만 영상을 보고 의견을 제시하는 판독이라는 행위는 계속 의사가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차후 인공지능이 의료계에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범위나 인공지능의 전망, 또 그 한계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는지 연사님의 의견 궁금합니다.
    A. 의료라는 행위는 장인의 맞춤 생산 혹은 다품종 소량생산에 가까운 일입니다. 많은 어려운 일이나 귀찮은 일에 대해 AI의 도움을 받겠지만 의사가 진료행위를 한다는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서울대학병원에서 올해부터 적용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나온 가이드라인에 따라 급여화를 위한 것인가요?
    A. 말씀하신대로 공동 개발한 서울대병원에서는 현재 사용 중이며, 서울대병원 선생님들이 원하는 영상을 분석할 수 있도록 적용했습니다. 급여화에 대한 근거를 쌓기 위한 연구는 공동개발한 1개 센터만의 연구 결과로는 부족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 의료기관에서의 임상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Q. 루닛에서 내시경사진이나 동영상을 이용한 제품이나 연구도 진행중이신가요? 영상판독 프로그램 외에도 다른 AI프로그램 개발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저희는 현재 내시경 사진이나 동영상을 분석하는 제품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 루닛은 딥러닝을 이용한 computer vision 기술에 특화된 회사여서 당분간 영상 분석에만 집중하려 합니다.

    Q. 루닛같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비지니스모델은 무엇일까요?
    A. AI가 적용돼 질병에 대한 진단 능력이 올라가거나 치료 효과가 올라간다면 궁극적으로는 의료비 절감에 공헌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공헌을 입증해 AI에 대한 비용을 지불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Q. 루닛은 코스닥 상장 계획이 있으신지, 있으시다면 언제쯤 계획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제 담당 분야가 아니라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