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부인과 의사들은 정부로부터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받은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의 전면 거부를 선언한다. 이에 대한 모든 혼란과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밝힌다. 복지부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행정처분을 유예하라.”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8일 오전 8시 서울 용산구 용산임시회관 7층 대회의실에서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한 인공임신중절수술 전면 거부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달 17일 복지부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통해 형법 제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하면 자격 정지 1개월 등에 처한다고 밝혔다. 형법 제270조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현재 모자보건법에서 허용하는 임신중절수술은 유전학적 정신 장애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 또는 준강간,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 임신, 임신의 지속이 모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는 경우 등에 한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기본적으로 의학적 원칙에 맞지 않는 모자보건법 등은 근거가 부족한 법령이다”라며 “낙태 자체를 비도덕적 행위로 구성하고 의료행정 처분을 내리겠다는 결정은 대단히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의학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탄탄하게 개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 관련한 의료개정 시행규칙에 개정 여부를 정해야 한다”라며 “의료계는 입법적 행위가 명확하지 않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자격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낙태수술 거부 선언은 많은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밤을 새워서 아기와 산모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 이런 선언을 하게 된 데 대한 무거운 책임감과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라고 했다. 김 회장은 “비도덕적인 의사는 있을 수 없고 이들이 잘못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없다"라며 "이런 책임은 법을 강행한 복지부에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수술을 음성적으로 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이고 그만큼 비용도 올라간다는 것이다”라며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를 하겠다, 안하겠다가 아니라 행정처분을 유예하고 사회적 합의를 빨리 이뤄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원영석 총무이사는 “낙태수술 거부 선언 이후로 병원에 수술을 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한 전화가 많이 온다"라며 "보통 수술받는 사람은 사회경제적인 약자가 많다. 피임에 대한 인식도 없다. 이들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출산을 하게 되면 국가가 책임을 질 수 없다”고 말했다.
원 총무이사는 “복지부가 정말 국민의 건강권을 책임지는 부처라면 여성 건강을 외면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건강을 위해 진료하는 산부인과 의사를 비도덕적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달 중 낙태죄에 대한 합헌 여부 판결을 할 예정이었지만, 판결이 미뤄진 상태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헌법 재판이 언제 속개할지 알 수가 없다. 낙태와 관련해 많은 국가들이 갈등이 있었다. 처음 보자보건법이 시행될 때는 보건소가 중절수술을 독려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행정처분 시행을 유예하고 중절수술에 대한 입장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국민과 종교계, 여성단체 등과 단일화된 의견안을 만들고 이에 따라 복지부가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의사회는 회원들을 상대로 실제로 낙태수술 시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펼친다. 또한 미프진이라는 불법 낙태약 유통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이미 경기 남부 지역은 수술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시행하면 갈등이 생길 소지가 있어 이를 단속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 회장은 “미프진이라는 낙태약을 국가에서 도입한다면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며 "하지만 외국도 부작용 때문에 국가가 관심을 갖고 단속에 나서야 한다. 미프진 불법유통을 조사해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