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과대학 정원을 연간 1509명씩 늘려도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 역시 개선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사 수를 단순히 늘리기 보단 보건의료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의 결론이다.
고려의대 정재훈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최근 대한의학회지(JKMS)에 '의료 수요와 의사 공급을 기반으로 한 미래 의료비 지출 전망(Projection of Future Medical Expenses Based on Medical Needs and Physician Availability)' 연구를 공개했다.
정재훈 교수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인 진료비 증가 등으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 의료비 비율이 2024년 9.7%에서 2060엔 20%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의료 수요 역시 향후 30년 동안 매년 4% 이상 상승이 예상됐다.
연구팀은 의대증원 정책 이전인 의대 정원이 3058명일 경우와 1509명을 증원한 4567명 정원일 경우 두 가지 시나오를 분석했는데, 전자는 의사 1인당 의료비가 28억원으로 증가하고, 후자는 23억원으로 예측됐다.
즉 의사 수가 늘어나더라도 의사 1인당 의료 수요는 크게 감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대증원의 정책 효과는 적은 반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견해다.
이에 더해 연구팀은 건강보험료 역시 2024년 7.9%에서 2060년 14.39%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팀은 "2023년 대비 2060년은 1인당 연간 의료비가 약 200만원 증가해 12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추정되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인구의 연간 의료비는 감소하지 않는다"며 "매년 1509명의 의대생이 늘어나도 활동 의사 수는 10년 뒤부터 나온다. 의료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고 의사 1인당 의료수요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 수를 늘려 의료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을 바로 잡으려는 시도는 미래 지속 가능성의 고갈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의료 수요는 향후 30년 매년 4%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의대생을 늘려도 현역 의사는 10년 후부터 매년 1%씩 증가한다. 이는 정부 정책이 의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단순히 의대생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미래의 의료비를 과학적이고 정확하게 예측하고, 현 시점에서 세대 간 의료의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는 것이 옳은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재훈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의료 수요 증가율이 GDP 성장세 보다 빠르다. 두 지표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현 상황의 가장 큰 문제"라며 "의료 수요를 지금처럼 무한정 유지한다면 재정이 감당하지 못한다. 논문의 핵심 요지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해답이 아니라) 지금처럼 의료 수요를 방치하면 건보율이 15%까지 오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