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경상 교통사고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을 경우 보험사에 추가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의료계가 “환자의 진료권이 훼손돼선 안 된다”면서도 과도한 한방 진료비 증가 문제는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이태연 부회장(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 위원장)은 9일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자동차보험 건전성 확보를 위한 토론회’에서 최근 6년간의 자동차보험 진료비 통계를 제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부회장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사고는 13%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의과 진료비와 한방 진료비의 추이는 달랐다. 의과 진료비는 사고 감소 추세에 따라 11.6% 감소한 반면 한방 진료비는 되레 68.8% 증가한 것이다. 이에 2019년 의과 진료비보다 적었던 한방 진료비는 2024년 기준 의과의 약 1.5배로 커졌다.
이 부회장은 “의료인으로서 한방 진료를 잘 모르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이런 구조적 문제가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적정하게 조정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의료계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자의 진료권과 의사들의 치료할 권리가 훼손돼선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통계에서 보이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런 진료비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해보험협회 주병권 자동차보험부장도 일부 ‘과잉 진료’ 사례로 인해 대부분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한방 진료비가 과도하게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 부장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 경상환자 1인당 치료비는 의과의 경우 32만원인데, 한의과는 107만원에 달했다. 동일 부위에 대한 한방 치료도 건강보험으로 청구한 경우에 비해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한 경우 금액이 4배 이상 높았다.
주 부장은 “한방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경우 치료 기간도 더 길다”며 “이게 더 많은 비용을 발생시키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했다.
반면 한의계는 경상환자의 통상 치료 기간을 8주로 제한하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하위법령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김영수 보험이사는 “국토교통부는 경상환자 중 90%가 8주 이내에 치료를 종결한다는 걸 결정적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자료는 공개된 보건의료 통계에선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며 “자동차 사고 내역과 관련된 데이터라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을 텐데, 그마저도 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클 것”이라고 했다.
이어 “따라서 통상 치료 기간을 8주로 설정해도 경상 환자 중 단 10%만 적용받는다는 주장은 신뢰할 수 없다”며 “오히려 대부분의 연구에서 개인 특성을 고려해 충분한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우리가 환자로 만나는 자동차 사고 환자들은 단순히 보험금을 타 내려는 존재가 아니다. 사고 이전에 일상을 회복하고 싶어 하는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그런데 일부 사례를 근거로 이들을 잠재적 부정 수급자 취급하고, 배상 책임이 있는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건 명백히 국민의 권리와 존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