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여성은 평생 기분장애나 불안장애를 가질 확률이 남성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은 임신 전과 임신 중엔 크게 증가하지 않았는데 임신 후 1년 내에 68%나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같은 정신질환의 성별차이는 생물학적 원인이 클까, 사회적 원인이 클까.
연세대 의과대학 정선재 예방의학과교실 교수는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사회적 웰빙과 정신건강에 대한 다층적 모색' 콜로키움에서 '정신건강의 성별차이'에 대한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정선재 교수에 따르면 정신질환에 성별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며 성별에 따라 증상이나 위험요인, 질환의 경과가 다르다.
구체적으로 여성은 평생 기분장애나 불안장애를 가질 확률이 남성보다 2배 가량 높고 여성은 조현병 증상이 더 늦게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여성의 높은 우울증 원인은 생물학적으로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정선재 교수 연구에 따르면 인공적인 폐경과 수술적 유산이 자연적인 것보다 모두 우울증 유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 합성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하는 호르몬 피임법을 사용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6개월 후 우울증 발생 위험이 40% 증가하지만 초경 연령부터 폐경 연령까지의 길이가 긴 여성, 즉 자연적인 에스트로겐 노출이 많은 여성일수록 우울증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의 axis) 이상도 우울증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성의 우울증을 유발하는 사회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해외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낮은 자존감, 높은 몸에 대한 수치심, 사람간 스트레스, 아동기 성학대, 성차별 등 문제가 여성의 우울증을 유병률을 높인다.
특히 정 교수의 연구를 보면 부모 세대와의 갈등, 젠더역할 및 가치관의 영향에 따라 여성의 정신건강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 연구팀이 약 3만명의 여성을 임신 전과 중, 임신 후 1년으로 구분해 우울증 유병률을 조사했더니 임신 전과 중은 유병률이 크게 증가하지 않았는데 임신 후 68% 증가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2인가족의 증가 폭은 크지 않은 반면 부모 혹은 시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2~3세대 가족 구성의 우울증 유병률이 높았다는 점이다.
또한 보수적인 젠더역할, 가치관을 지녔거나 부부관계가 약한 여성일수록 치매와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컸다.
정선재 교수는 "부모 세대와의 갈등이나 자녀 케어 문제의 영향으로 출산을 하거나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이 높았다"며 "특히 여성이 젊을 때 젠더역할이나 가치관에 있어 가부장적인 태도를 보일수록 치매와의 연관성이 증가했다. 이는 성별 역할과 사회적 가치관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향후 성별에 따른 정신건강 연구와 이에 걸맞는 정신건강 정책이 실현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여성호르몬은 우울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동시에 사회적 여건과 성별 고정관념 등도 정신건강에 영향을 준다. 즉 생물학적, 사회적 요인 모두 여성이 우울증 증가에 기여한다"며 "여성 우울과 자살감소 대비를 위해선 이런 다양한 요인들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정신건강 지원에 대해선 연령과 성별 등에 따른 고려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론 정신건강 연구와 정신과 전문의 수련, 환자 진료에 있어 성별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특히 연구차원에서 인구집단 기반의 코호트 연구가 종단적으로 수행돼 참된 성별 차이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