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무화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와 접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의-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급한대로 의료계와 정부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시기를 9월29일까지 연기하면서 협상 시간을 벌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들의 비급여 공개 관련 자료 제출 기한도 기존 6월 1일에서 8월 6일로 연기됐다.
그러나 정해진 정책 시행 기일이 다시 다가옴에도 뚜렷한 협상대안이 나오고 있지 못한 상황. 이에 따라 정부 측에 대한 강한 의료계 비판이 예상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단체장들이 다시 모여 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무화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 5월 이번 비급여 신고 의무화 정책이 의료영리화와 더불어 개인정보보호 등 우려가 있어 강제화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5월 의료계 단체 기자회견 이후 정부 측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화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관련해 수 차례 논의가 이뤄졌지만 뚜렷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의료계는 비급여 진료비용 보고 의무화 정책과 관련해 비급여 중 필요정보의 우선순위를 설정해 필수의료가 아닌 분야에 대해선 최소한의 정보만을 보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비급여 보고를 위한 추가적인 행정 소요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 측 입장도 확고하다. 특히 비급여 신고 의무화 정책의 실시 유무 자체에 대해선 입장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이 확실히 되고 오히려 기존 616개 항목에서 추가로 확대된 방안이 논의되면서 극단적인 의-정 관계 악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의료계 4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은 대화를 통해 협상에 임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합리적 대안이 도출되지 않을 시, 범의료계 투쟁 가능성도 있다고 언지했다.
실제로 지난 7일 제2차 비급여관리 정책협의체 회의는 의협과 병협, 치협, 한의협 등이 모두 불참한 상태로 진행됐다.
의료계 우려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비급여 정보 공개에 뒤따르는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철저한 암호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환자의 민감한 정보인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정보를 제출할 때 이를 삭제하거나 고유식별정보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 시도의사회 관계자는 "범의료계가 단합한 만큼 소기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생각보다 정부의 정책 추진 의사가 완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번 정책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특히 큰 행정적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이고 향후 의료계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헌법 소원 등도 진행 중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