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이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미응시 문제로 내년에 부족해질 2700명의 인턴 공백을 입원전담 전문의로 대체하겠다고 발언해 의료계의 비판이 거세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전문의이지, 전문의들의 오더를 수행하고 잡무가 많은 인턴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6일 보건복지부가 홈페이지에 제시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설명을 보면 “2016년 9월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환자진료를 직접적으로 책임지고 시행하는 전문의를 말한다”고 돼있다. 복지부는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을 병동입원 환자에 대한 진단, 검사, 투약, 처치 및 안전관리, 환자·보호자에 정보 제공 등 전반적인 입원 치료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뚜렷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효과, 임상 검증에 복지부도 인정"
복지부에 따르면 미국은 의학이 고도화되고 전문화됨에 따라 병원 입원환자관리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감소해 그 대안으로 1996년 입원전담전문의를 도입했다. 미국은 전체 의사의 약 5%인 약 5만명의 전문의가 입원전담전문의인 호스피탈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
국내에도 시범사업을 적용한 이후에도 입원전담전문의 효과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입원전담전문의는 올해 5월 기준 45개 병원, 4000병동에 249명에 이른다.
병원별로는 1~2개 병동을 운영하고 전문의 진료가 필요한 중증도 높은 환자나 응급실 내원환자 중심으로 병동을 구성하고 있다. 중증, 복합 질환자 관리를 위한 통합관리병동 및 응급실 내원 입원대기 환자 관리를 위한 단기입원병동 운영기관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복지부는 “입원전담전문의의 입원환자 진료 전담을 통해 안전사고 예방, 재원기간 감소 등에 따른 의료비 절감 및 환자안전 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지속적으로 병동에 상주하면 환자의 임상결과가 우수하다는 연구결과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입원의학센터 내과 교수진은 지난해 내과병동을 입원한 환자 513명을 조사해 입원전담전문의가 상주하는 24시간-7일 진료모델과 주중에만 진료하는 모델을 비교한 결과, 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임상지표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상주했을 때 더 우수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 6월 대한의학회지에 발표했다. 여러 변수를 보정한 결과 병동 내 사망위험이 주중모델에서 2배 가량 높았다.
특히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도 필수적인 역할을 하면서 전공의들에게도 환영을 받고 있다. 복지부는 전문의가 없는 야간 및 휴일 입원환자의 안전을 강화하고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수련환경법 시행에 따른 의료기관 인력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수가 문제로 9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본사업 전환이 한차례 좌초됐으나, 복지부 스스로 내년 1월 본사업 시행에 대한 의지가 큰 상태다.
“인턴 대체가 아닌 원래 잘하던 입원환자 진료를 계속 잘할 수 있게 해야“
이런 가운데, 단순히 인턴을 대체하는 역할을 맡긴다면 입원전담전문의의 고유의 특징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입원전담전문의를 늘려 입원환자 진료를 강화하고 전공의들의 업무 공백을 줄일 수 있는 것이지, 인턴 대체 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선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이들에게 인턴 역할을 무리해서 떠맡기려고 한다면 줄줄이 사직할 것으로 우려했다.
4년째 입원전담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대한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 김준환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는 “인턴 공백 해결을 입원전담전문의와 무리하게 연결하다 보니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본다. 입원전담전문의는 현재도 249명밖에 없고 그 인원으로 2700명의 인턴 공백을 메울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 환자 진료를 제일 잘 하기 때문에 잘 하는 일을 잘하게 하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이 부분을 상수로 두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형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실무부서는 인턴 대체 인력으로 활용한다는 답변은 하지 않고, 입원전담전문의 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복지부 김현숙 의료인력정책과장은 “입원전담전문의를 도입하는 가장 큰 목적은 단연 환자 안전을 위해서다”라며 “전공의와 연결되는 측면은 전공의 교육을 강화하고 진료 빈도를 줄이면서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김 과장은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은 2016년 9월부터 시작해 병원 내에서 여러 인력이 함께 협업하는 것이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하지 못하는 일을 전문의가 수행하는 차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