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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로 살펴보는 진료와 추행의 판단 기준

    [지평과 함께 하는 법률칼럼]③ 김선국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

    기사입력시간 2026-04-09 07:35
    최종업데이트 2026-04-09 07:3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진료 과정에서 신체 접촉은 의료행위에 있어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그런데 같은 접촉이라도 어떤 경우에는 정당한 진료로 평가되고, 어떤 경우에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요? 판례와 함께 그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무죄 사례입니다. 도수치료사가 치료 중 환자 바지, 팬티 안쪽으로 손을 넣어 엉덩이와 사타구니 맨살을 접촉한 혐의였습니다. 1심은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사전 양해 없이 민감 부위를 접촉한 점은 ‘상당히 부적절’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의사 처방, 단체 회신(해당 환자군에서 통상적 치료 방법), 치료실이 개방된 공간이고 제3자가 이상을 감지하지 못한 사정, 피해자 진술의 변경 등이 고려되었습니다(수원지법 2020노6853 판결).
     
    다음으로 유죄 사례입니다. 도수치료사가 손가락ㆍ허리 통증 환자에게 도수치료를 하다가 ‘갑자기 피해자의 사타구니와 성기 위쪽(치골) 부위를 손가락으로 2~3회’ 누른 사안입니다. 법원은 주된 통증 부위(목ㆍ머리ㆍ팔ㆍ손) 및 처방 부위와 접촉 부위의 관련성이 약하고, 치료실에 ‘단둘이’ 있었으며, 민감 부위 접촉에 관해 ‘사전에…동의나 양해’ 및 ‘관련 설명’이 없었다는 점 등을 종합해 추행의 고의를 인정했습니다(서울중앙지법 2023고단2561 판결).
     
    판례가 제시하는 주요 판단 기준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의료행위의 필요성과 상당성입니다. 해당 접촉이 진단 또는 치료를 위해 불가피한 것인지, 다른 대체 수단은 없었는지가 핵심입니다. ② 접촉의 방법과 범위의 적절성입니다. 접촉 부위, 시간, 강도 등이 고려됩니다. ③ 사전 설명 및 동의 여부입니다. 접촉의 필요성과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실무상 주의할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접촉 전 설명(가령 “이 부위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등)은 필수입니다. 민감 부위는 제3자(간호사 또는 보호자) 동석 원칙을 고려해야 합니다. 최소한의 접촉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적절히 진료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환자의 반응도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환자의 불편감이 감지되면 의료진은 설명을 하거나 접촉 중단이 필요합니다.
     
    진료와 추행의 문제는 실무상 도수치료나 물리치료, 미용ㆍ성형 상담 과정, 이성 환자나 미성년자 진료에서 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좀 더 높은 수준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결국 핵심은 설명과 기록입니다. 진료의 필요성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그 과정을 남기는 것이 진료와 추행의 경계를 확실하게 지키는 방법입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