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체가 시행할 수 있는 유전체 검사 항목의 허용 범위를 놓고 의료진과 업체의 시각차는 컸다.
의료진은 진단‧치료와 상관없는 영역에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의견인 반면, 업체는 좀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개방해야 한다고 맞섰다.
30일 '2016 코리아 바이오플러스'의 바이오융합포럼에서는 이날부터 민간시장에 나온 유전체 검사에 대한 규제개선 토론이 진행됐다.
유전체 분석 검사는 유전적으로 타고난 체내 위험 요인을 파악하는 검사로, 그 동안 의료기관만 검사를 할 수 있었지만 30일부터 유전체 검사 기업도 검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에 민간기업에게 허용된 유전자검사 항목은 혈당‧혈압‧피부노화‧체질량 지수 등 12개 검사 항목과 관련 46개 유전자로, 중증 질환은 제외됐다.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김열홍 교수는 "앞으로도 DTC(Direct-To-Consumer, 업체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 검사)는 질병 예방에 기여하는 유전자 검사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하며, 비만‧고지혈증 관련 유전자 등 미리 돌연변이 여부를 인지해 예방 가능하거나 생활습관 개선 등을 유도할 수 있는 검사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단‧치료 영역 ▲돌연변이가 존재할 경우 발병할 가능성이 확실한 질환검사 ▲독성‧효능‧감수성 등 특정 약물 반응 검사 ▲암 관련 유전자 등 질환 이환 시 치료방법이 없거나 매우 위중한 경우의 유전체 검사는 비의료기관에서 시행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심각한 중증 질환은 전문적인 검사 결과 해석과 통보받는 분이 수반돼야 하므로 의료기관에서 활성화 돼야 한다. DTC에서 할 대상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반면, 유전체 검사업체 마크로젠의 정현용 대표는 "이번에 중증질환이 다 빠져서 DTC 검사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면서 "정말 중요한 유전자 검사는 자유롭고 활발하게 시행돼야 한다. 지금은 활발히 해야 할 연구도 규제받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유전체기업협의회 이종은 회장(DNA링크 대표)은 "의료계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단일질환 유전병과 복합질환 유전병의 경계가 애매해 양쪽에서 보는 시각이 다른 것"이라며 "의사가 산업 발전의 장애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조화롭게 맞춰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전체 검사에 대한 의료계의 부정적인 시각과 무관심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염근상 교수는 "개원가의 관심이 많이 떨어진다"면서 "또 특정 진료과는 검사의 신뢰성과 타당도를 들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일반인에게 유전체 정보를 서비스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국민에 대한 봉사 차원에서 의료계가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며, 검사가 안정화될 때까지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의사 대상 교육을 체계화해 인식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체 간 과당 경쟁은 민간요법 시장만 키운다
유전체 업체의 허위‧과대 광고와 남용을 막는 사후관리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할 요소다.
이번 규제 완화 조치로 유전자 분석 업체간 치열한 가격 경쟁과 광고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유전자 분석 업체들은 이번 조치에 부합한 상품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소셜커머스와 홈쇼핑 등을 활용한 광고 전략을 수립 중이다.
염 교수는 "업체들이 지나친 경쟁에 매몰돼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민간요법 시장만 키울 것"이라며 "검사 결과에 대해 전문의와 상담하라고 조언하든가 의료기관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열홍 교수는 업체의 허위‧과대광고를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및 전담 부서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20여개 유전체 업체가 가맹한 '특정비영리활동법인 개인정보취급회의'를 통해 유전자 검사의 질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유전자 검사의 주의점을 일반인에게 홍보하고 있다"면서 "또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업체를 인정하는 제도인 'CPIGI 인증'을 창설해 스스로 질 관리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