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간호사 이직에 따른 결원, 높은 노동 강도, 다시 이직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간호사 문제 해결을 위해 간호사의 업무를 정확히 명시해 실시하고, 합리적으로 간호사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간호업무를 의료법에 명시하거나, 직무기술서에 작성한 업무만을 수행해 간호사가 간호업무에만 온전히 집중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간호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대한간호협회는 3일 '간호사 지속 근무환경 마련을 위한 연속 정책 간담회-병원 내 간호사 배치 및 업무 체계 개선'을 개최하고, 간호사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모았다.
지난 2016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76%가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도 열악한 근무환경과 근로강도로 인해 간호사 이직률은 35%를 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간호사가 간호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높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경상남도간호사회 조순연 부회장은 '간호사 업무 현실'에 대해 발표하며, "간호사 노동 강도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환자 간호 업무 외 간호영역의 확대가 큰 영향을 끼쳤다"면서 "특히 국가정책과 관련한 업무량이 증가하면서 간호사 업무강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병원 인증평가 항목 549항목 중 간호에 해당하는 것이 352항목이며, 하루에도 수십 개의 심평원 관련 정책이 쏟아지면서 간호사가 간호업무 외에 신경 써야 하는 일이 폭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순연 부회장은 "간호부는 의료기관 인증제 등 평가에 대비해 많은 준비와 수검을 받아야 하는 주요 부서로, 평가 동안에는 간호사 직급을 막론하고 모두가 업무 과중, 직무 스트레스 증가, 업무 의욕 상실을 경험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더불어 조 부회장은 "심평원 관련 정책 중심에는 간호사가 있다. 정책에 따른 회의 자료를 만들고, 이를 수행하는 것도 간호사의 일이다. 이외에도 간호사는 환자안전관리제도, 감염 및 적출물 관리, 의무기록 전산화 정책에도 투입돼 여러 가지 역할을 하면서 노동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진료과 전문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교육을 실시하지만, 기타 안전·친절·개인정보·소방 등 기타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들도 넘쳐난다.
환자들은 간병인역할까지 요구하면서 간호 업무 강도는 높아지지만, 임금이나 복지 수준은 그에 비해 부족하다 보니 간호사들이 그만두거나 이직을 하는 상황에 있다는 설명이다.
패널로 참석한 부천예손병원 백성숙 간호부장도 "직무기술서에 기술한 간호업무만 수행하게 된다면 간호사들이 이렇게 높은 강도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이화여대 간호대 김미영 교수도 "간호사가 간호업무 이외에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이날 간담회에서는 간호사들이 의사와의 관계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고충도 나왔다. 인간관계에서의 갈등도 있지만,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분담도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조순연 부회장은 "새벽 2시에 노티(noti)를 하면 잠을 깨웠다고 화를 내는 의사들이 있다. 노티를 하지 않으면 안했다고 문제가 될 수도 있어 간호사들은 고민을 한다. 의사의 권위적 태도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을 느끼고, 더불어 의사 부족으로 인해 의사가 해야 하는 역할을 간호사에게 위임하는 경우도 있어 여러 모로 힘들다"고 말했다.
단국대병원 김영은 간호부장은 "전공의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병원에서는 인력부족을 고려해 간호인력을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간호부에서는 먼저 전공의 1~4년차와 교수의 업무를 재분배하고, 간호사에게 위임할 업무가 있다면 검토 후에 간호인력을 배치하겠다고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간호사에게 위임할 업무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환자 안전과 연루되기 때문에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영은 간호부장은 "이렇게 해야 간호사들이 업무를 하는데 만족할 수 있다. 현재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간호사를 PA로 이용하고 있는데, 업무위임은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무를 다시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