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세종시 모 고위 공무원이 지역 대학병원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상태임에도 서울 대형병원으로 전원 돼 수술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가 치료가 가능한 부산대병원을 제치고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논란이 된 데 이어 지역의료 균형 등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내에서 이 같은 행태가 이뤄진 데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이 지역 내 세종충남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후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충남대병원은 해당 환자를 진료 후 해당 병원에서 수술을 권했으나 해당 환자가 원해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의료 대란으로 초응급, 초중증이 아닌 이상 제때 치료가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해당 환자가 지역에서 서울권으로 전원돼 바로 수술을 받은 것에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로 해당 환자는 고위 공무원으로 보건복지부에 서울아산병원 전원을 요청했고, 복지부가 해당 환자의 전원 과정에 실제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의료계는 해당 사건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대학병원들은 현재 전공의 진료현장 이탈로 인한 인력 공백으로 인해 중증, 응급 환자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환자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중증, 응급 상황이 아니면 지역의 의원 또는 2차 병원 이용을 유도하며 서울권 대형병원 이용 자제를 요청하고 있으며, 필수의료패키지 등을 통해 지역의료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의 이같은 이중적 태도에 의료계는 분노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전 회장은 SNS를 통해 “좋은 병원, 좋은 의료진을 찾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어쩌면 권력을 휘두르는 것도 인간의 본능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이성으로 억제돼야하는 본능이다. 다른 상황도 아니고 의료진이 녹초가 되고 병원이 초토화되는 상황에서 응급상황도 아니고, 어려운 수술도 아닌 치료를 위해 권력을 사용하다니”라며 “마땅한 처분이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는 "환자 스스로 대형병원 전원을 옮기는 것은 적절한 행동이 아니며,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의 의도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며 "유명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 등이 지역 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함에도 청탁까지 해서 서울 큰 병원으로 전원되는 현실을 고치지 않는 이상 의료전달체계는 결코 개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들의 김영란법 위반 청탁 진료를 수사할 필요가 있다"며 "사회 고위층이 죄책감 없이 사회 규율을 위반하면서 우리 사회에 반드시 확립돼야 할 의료전달체계개편의 개념, 환자가 멋대로 큰 병원에 가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이대로는 지방의료 몰락을 해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